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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an 03. 2019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
​'인생 후르츠'

과일이 익어가듯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Life Is Fruity)








아침 식사로 남편에겐 질냄비에 끓인 스트로가노프와 구운 생선과 고기 감자조림에 나무 수저를 준다. 감자란 말만 들어도 속이 더부룩해지는 아내는 바삭하게 구운 빵에 직접 만든 블루베리 잼을 발라서 먹는다. 그리고 뜰에서 딴 과일로 후식을 먹는다. 서로의 소소한 차이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자연주의 일상이 화면 가득 잔잔하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일과 삶을 일치시키며 살기란 그저 마음뿐이기 십상이다. 결혼한 지 65년이 된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와 아내 츠바타 히데코는 90세와 87세 나이를 합치면 177살의 부부다. 노부부는 숲으로 둘러싸인 15평의 삼나무 단층집을 짓고 50년째 살고 있다. 그들의 노동력으로 50가지의 과일과 70가지의 채소를 키우고 그것을 주재료로 한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을 매일 만들어 먹는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귀농 이후의 삶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는 자막과 함께 일생동안 땀과 노동의 실천으로 차근차근 천천히 빚어낸 슈이치와 히데코 부부의 조용한 일상이다. 과일이 익어가듯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고 말하는 일본 영화 '인생 후르츠(Life Is Fruity)'다. 

   

이 영화는 백발 노부부의 자연친화적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우리의 인간극장 비슷한 형식으로 2년간 촬영한 것인데 일본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이 영화엔 최근에 세상을 떠난 일본의 국민 어머니라 불리는 키키 키린의 진정성 있는 네레이션이 감동을 더한다.


도쿄대 요트 부원이었던 슈이치는 부원들과 200년 전통의 히테코의 양조장에서 잠깐 신세를 지게 되면서 부부의 인연이 시작된다. 건축가인 슈이치는 대학 졸업 이후 일본 주택 공단에 들어가서 나고야의 ‘고조지 뉴타운 계획’을 맡았다. 그가 계획했던 숲과 어우러지는 건축이 무산되자 땅을 사서 자연과 공존하는 작은 삼나무 집을 지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슈이치와 히데코의 사시사철 풍성한 정원에 매달린 많은 이름표를 보면서 그들은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부부의 이름이 함께 있는 집 입구의 문패에는 ‘배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중의 문구가 있다. 정원 앞에 웅덩이와 같은 수반에 가득 채운 물 옆에 '작은 새들의 옹달샘- 와서 마셔요'라는 글이 고맙다. '작약- 미인이려나', '여름밀감-마멀레이드가 될 거야' 푯말은 애교스럽다.    


노인을 주제로 하는 영화가 이토록 생기 있고 창의적이다. 그리고 담백하게 독립적인 일상을 보여주는 건 우리에게 큰 울림이다.

   

긴 인생 살아가면서 부부에게 기복이 심한 희로애락이나 자극적인 에피소드는 없어도 자연 속에서 실천하는 인생 미학이 더없이 아름답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야 하면서 억지 부리지 않는다. 하데코의 선한 눈빛과 미소는 나쁜 말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과 일치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이를 잘 먹어가는 것인가.

바야흐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제 갈 길 가고 평생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면 할 일 다 마친 삶인 양 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퇴직 후에도 여전히 세상 속에서 인생의 품격을 지닌 채 멀쩡하다. 그러기에 나이 먹을수록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긴장감과 주거환경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젠 귀촌이나 귀농이 퇴직자들에게 노후대책의 방법이 되기엔 문제가 간단치 않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낸 대책이라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마치 과일이 익어가듯 맛이 들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인생 후르츠’라는 제목이 탄생했듯이 자연 속에서 땀과 함께 실천하는 삶은 시간이 걸린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를 맺는다.

차근차근 천천히..."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도 일어나기가 싫다. 한 번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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