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성벽을 떠올리며...

그 옛날 중세의 어느 날을 살아가는 듯한 순간을 맛보는 것...

by 리즈









마드리드에서 톨레도행 알사 버스를 타는 것은 우리의 시외버스 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드리드 엘립티카 버스터미널에는 역시 여행자들이 길게 줄을 선다. 알사(ALSA) 버스가 달리는 바깥 풍경은 한적한 교외의 농촌이다가 조그만 읍내인듯한 마을도 지난다. 오래된 역사가 느껴지는 벌판 마을도 지나간다.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간간히 버스 차창에 빗방울이 뿌려댄다.


한 시간쯤 되니 멀리 요새와 같은 지형에 중세 건축물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톨레도다. 언덕 위로 편히 오르도록 최신식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그쪽으로 이용하라고 입구의 직원이 말해준다. 현대인들이 찾아가는 중세도시에 이젠 에스컬레이트가 이상할리 없다. 요즘은 옛 도시 어딜 가나 곳곳엔 맥도널드도 있고 현대 건물들이 공존한다.



멀리 성벽 아래에서 보았을 때도 올라가서 보았을 때도 절묘한 지형에 가득 채워진 중세도시가 독특하다. 좁다란 골목은 미로 구조여서 고요히 중세 시대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비탈길을 따라 오르막에 오르니 바람이 휙 불어온다. 오래된 세월을 간직하고 시간을 멈춰 세운 듯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곳에 톨레도를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다.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67km 거리에 있는 톨레도는 유네스코에서 관광도시로 지정한 곳이다. 프랑스 남부 도시 나르본 지역까지 뻗어 있던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으며, 르네상스기에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예술 중심지의 하나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중요한 예술 중심지로 성벽 유물이나 대성당, 박물관 공예품, 원형극장 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중에 고딕 성당 중 가장 뛰어난 건축물인 톨레도 대성당(Catedral Santa Maria de Toledo)은 13세기에 건축을 시작하여 260여 년 걸려 완성되었다. 안과 밖 모두 정교함과 화려함이 으뜸이다. 오랜 역사가 공존하는 고풍스러운 신비감이 전해진다. 성당 앞 광장은 여행객들로 부산하지만 스페인 가톨릭 총 본부 성당답게 장엄함이 느껴진다.


그와 함께 도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알카사르(Alcazar) 성채도, 마라도르 전망대도, 트램이나 투어 버스도, 상업 시설과 주거 지역이 혼재돼 있는 톨레도에는 오래된 세월과 현재의 시간함께 너울거리고 있다.

톨레도는 굳이 군데군데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이름난 포인트에 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저 좁고 긴 길을 따라 조용히 걷는 것이다. 걷고 또 걸을수록 대성당이나 곳곳의 유적들보다 좁고 기다란 골목길의 풍경이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울퉁불퉁한 화강암 보도 위를 오르락내리락 조금은 불편하게 천천히 걷다 보면 거기 사람이 살고 있고 묵묵히 지켜온 성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중세의 가축시장이나 마을 시장터나 종교재판이 열렸던 유서 깊은 장소를 만나고 멀리 타호강을 휘감아도는 곡류가 눈에 들어온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크고 작은 다리를 건너고 고풍스러운 자태의 문화유적들을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내가 짐작도 되지 않는 그 옛날 중세의 어느 날을 살아가는 듯한 순간을 맛보는 것,


다녀온 후에도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든든한 언덕과 성벽을 따라 걷던 나를 떠올리는 오늘 같은 하루가 있다. 그리고 좁다란 그 골목 어딘가에서 사 온 찻잔세트에 담긴 차 한잔 마시며 따사로운 봄날 오후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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