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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Feb 26. 2019

고맙다, 매운맛 컵라면~

매운맛의 효과







세비아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여서 시간이 걸리는 어딘가를 보러 다닐 생각은 없다.

일단 숙소의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숙소가 4층이어서 아랫 마당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고 소리도 들려왔다.

그런 창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잠깐 쉬다가 동네 마실 나가듯 슬슬 나가볼 생각이었다.



문득 여행가방에 컵라면 두 개를 넣어온 것이 생각났다.

얼른 포트에 물을 더 넣어 팔팔 끓여서 컵라면 용기에 부었다.

갑자기 컵라면 앞에서 두근두근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는 건 뭐지?

호텔 조식 또는 현지 음식점이나 길거리에서 끼니를 해결하다가

직접 조리(?)한 식사를 하게 될 순간이다.

먹을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여행가방 구석에 담아온 것은 내게 신의 한 수였다.


며칠 만에 먹어보는 일상의 매콤한 맛,

아, 더 가지고 오는 건데...

겨우 한 젓가락 후루룩 먹기 시작했는데 이런 생각이 스친다. 

유럽의 어느 모퉁이 골목의 호텔방에서 맛보는 얼큰맵싸함이 감동일 줄이야..    

릿속과 몸 전체가 행복해지는 경험이다.

마치 입덧을 가라앉히듯 온 몸이 평정된다~



어둠이 내리는 숙소 주변 세비야 골목을 편안한 발걸음으로 걷는다.

여행지에서의 느긋하고 기분 좋은 저녁 산책.

고맙다. 매운맛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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