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폴 드 방스, Saint-Paul de Vence

샤갈이 살았던 남프랑스 지중해의 동화 마을 생폴드방스~

by 리즈







니스의 해안가를 벗어난 400번 버스는 가끔씩 덜컹거리며 커브길이 심한 산길을 달렸다. 창 밖으로 거기 중세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이럴까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시간쯤 지나자 운전하던 뚱뚱한 여자기사가 운전석의 백미러를 보며 "쌩 뽀오올~~~" 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이곳은 꼭 알려줘야 하는 곳인 듯이 또다시 그녀는 "쌩 포올~" 소리 지른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니 세상이 발아래인 듯 아주 높은 언덕에 내가 서 있다. 산중마을 생폴은 중세 프랑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비를 맞고 있었다. 샤갈이 사랑한 중세마을 생폴의 돌담이 비에 젖어 운치 있다. 우산을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머플러를 머리에 둘렀다.



어딜 돌아보아도 좁다. 어깨를 맞대고 둘이 겨우 걸을 수 있는 골목들이 미로처럼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좁고 기다란 길에 정신 팔려 따라 걸어가다가 길을 잃을까 문득 겁이 덜컥 난다. 길을 잃는 불안함 끝에 길을 찾는 일을 반복한다. 때로 살아가면서 어딘가에서 늘 날 비치고 있는 한 줄기 불빛을 믿는다. 그러기에 길을 잃어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부러울 일은 없다.


수십 년 살아온 서울에서도 길을 잘 잃는다. 팔팔하던 젊을 때나 요즘이나 지하철을 잘 못 타기도 한다. 복잡한 백화점에서도 헤맬 때가 있다. 용케도 가야 할 곳은 꼭 찾아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불치병과 같은 치명적인 길치의 외출에 남편이나 아이들은 늘 걱정을 해왔다. 예나 지금이나 참 이상한 두뇌회로라며 이해할 수 없어한다. 나보다 몇 년 덜 산 것이 위안인 듯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생폴의 골목에선 이리저리 몇 번 걷고 나니 그런 두려움이 사라진다.

살다 보니 어디든 이어지는 사람 간의 관계가 그 골목에도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옆 길로 꺾어보거나 되돌아 나오거나 마음대로 걷다 보면 저 쪽에 남편이 하늘을 향해 교회의 첨탑을 찍고 있다. 결국 길은 나타나고 사람은 만난다. 손바닥만큼 하늘이 보이는 비좁은 길을 따라 동굴과도 같은 골목길을 지나면 분수가 솟아오르는 중앙광장이 나온다.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르면 빗방울을 머금은 연둣빛 등나무 사이로 가로등이 오롯이 보인다. 어디든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 듯한 골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백 년 전에 이백 년 전에 이 골목에서 만들어졌을 스토리가 묵은 담벼락에 스며 있을 것 같아 손으로 가만히 만져본다.


기웃기웃 거리며 몇 번을 돌아도 동화처럼 평화로운 이 마을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았다. 결국은 어디선가 나타날 동행이 그 골목 안에 있을 거란 안심이 생기는 곳이다.



비를 맞고 걷던 길에 햇살이 반짝반짝 비친다.

오래된 건물벽을 뒤덮은 담쟁이가 뒤엉킨 채 깨끗한 초록으로 빛난다. 연보랏빛이거나 분홍이나 노랑의 꽃들이 세월이 덧입혀진 담벼락을 뒤덮으며 피어나 있다.


유니크한 간판의 아주 작은 가게들이 문을 열고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내 보이기 시작한다. 가게문을 여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까만 눈동자가 중세기의 그녀들처럼 신비롭다. 건물 위층의 덧문이 열리며 내려다보는 이와 눈이 마주치면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다. 안녕하세요? 아니면, 뭐 하세요? 글쎄.. 그곳에서는 무슨 말이라도 다정하게 나누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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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어있는 노천카페,

생폴의 골목을 향해서 앉아 바라보는 여유의 시간.

달콤 쫄깃 젤라토~



이토록 고풍스러운 지중해 마을을 샤갈뿐 아니라 피카소와 마티스 등의 많은 예술가들도 사랑했던 마을이다. 골목길을 걸으며 그들이 그림을 그리고 예술적 영감을 얻었던 생폴 드 방스의 매력을 느껴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있을 예술가들의 영혼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 해 본다. 가만히 서서 갤러리와 아뜰리에를 들여다본다. 또 품격 있는 레스토랑의 세팅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구경하는 것도 여행지의 특별한 풍경이다.


골목을 나와 성벽 쪽으로 나가면 탁 트인 채로 건너편 마을이 한눈에 다 담긴다.

고요한 정적 속에 담겨있는 그들의 일상을 내려다본다.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19 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채를 간직하고 있는 곳, 오랜 세월이 머물러 있는 작고 예쁜 마을 생 폴 드 방스는 가을 햇살 받으며 차분하다. 북적거리는 세상과는 아랑곳없는 듯한 고요하고 온화한 풍경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색다름의 본질이 주는 역사가 오히려 안정감으로 행복하다.



성벽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이어지는 성문 앞에 샤갈이 잠든 공동묘지가 보인다. 아를에 고호가 있다면 생폴엔 샤갈이 있었다. 말년에 이곳에 화실을 두고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는 이곳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공동묘지도 소박하지만 샤갈의 돌무덤도 참 조촐하다. 입구에서 가까운 쪽에 있었는데도 눈에 띄질 않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겨우 찾아냈다. 이 골목길을 천천히 산책하고 그림을 그리던 그의 숨결을 떠올려 본다. 추모의 표시로 나도 작고 동그란 조약돌 하나 얹었다.



16세기의 고풍스러움이 살아 숨 쉬는 마을,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조붓한 골목 사이사이로 반사되는 환한 햇살로 평온해진다. 동화보다 더 이쁜 지중해 마을로 발걸음 한 이런 하루가 고맙다. 복잡한 세상 떨치고 싶거나 고단한 여행길에서 잠깐 쉬고 싶다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남프랑스의 생폴로 향할 일이다. 마치 세상의 오디오가 고장 난 듯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저절로 느릿해진 발걸음의 평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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