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에서 보낸 오후

Grace Kelly의 Monaco, 카지노 몬테카를로와 요트

by 리즈






모나코에 대해서 그레이스 켈리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엇이 문제인가. 그곳의 역사와 유래나 각종 정보는 허술한 편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누군가에게 정보제공을 할 입장도 아니기에 나는 이렇게 '그냥 여행'이다.


여긴 미국의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다. 느슨하게 온몸의 긴장을 풀고 그렇게 어슬렁 거리는 중이다.



지중해의 성벽 마을 에즈 빌리지에서 느릿느릿 놀다 보니 세시가 넘었다. 이제 숙소가 있는 니스로 돌아갈까 했다. 가까운 곳에 모나코를 두고 가기에는 여행자의 시간이 아깝다. 모나코에서 그다지 많이 돌아다닐 것 같지 않아 늦은 오후의 모나코를 보기로 했다. 모나코행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는 줄이 의외로 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20분인가 30분쯤 달린 버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가까운 수도권 도시 어드메쯤 온 듯하다. 니스 역에서 기차를 타도 30분 남짓 가까우니 잠깐 교외 나들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관광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과 넘치는 볼거리가 금방 압도한다.



모나코는 국경선 길이 4.4㎞, 면적 1.95㎢., 로마 바티칸시티(0.44㎢)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소국이다. 1297년 1월 8일에 독립한 나라로 프랑스 남동부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몬테카를로가 가깝다고 했지만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몬테카를로..."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 쪽으로~"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의 당연한 손짓이 이 작은 나라의 주 수입원이 국제 중계무역과 카지노 산업이라더니 이렇게 체감시킨다.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에 있는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에는 주민인듯한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모습이다.



몇 걸음쯤 더 걸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카지노 몬테 카를로(Casino De Monte-Carlo)가 보인다. 그 옆의 노천카페엔 모나코를 즐기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게 뭐라고 무수한 저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도박을 하는 건축물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설계했던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덕분에 고급 사교장 느낌이다. 카지노 앞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 자동차 전시장처럼 번쩍거리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곳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의 재정이 되고 중요한 관광산업으로 관리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럭셔리하고 화려함이 더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나코 국왕에 의해 모나코 국민들의 도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병역과 세금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세금을 피해 이주해 온 부자들 덕분에 유난한 사치스러움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관광지화 되어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여행자 같아 보인다.



휴양도시인 모나코의 풍족한 삶을 보여주듯 카지노 주변엔 일반 가게처럼 쇼핑센터나 명품샵이 즐비하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내 옆을 계속 지나간다. 어쩐지 도박장 귀빈들의 거리로 특화된 양 요란하다.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 그들의 삶을 엿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태어나 세상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는 아프거나 뿌듯해하며 기쁘고 성내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놀이터에 온 느낌이다. 그런 곳을 대충 챙겨 입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모나코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카지노였기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뿐이다.

모나코의 유일무이한 브랜드 그레이스 켈리.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자그마한 키의 역사 선생님이 프랑스와 모나코 설명을 하면서 곁들인 그레이스 켈리 이야기만 기억한다. 모나코라는 아주 작은 나라에 아름다운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라는 왕비가 살고 있다는 동화 같은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주말의 명화극장으로 그녀 주연의 '갈채'와 '상류사회'라는 영화도 보았었다.



그녀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내게는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만 생각나는 모나코다. 전설의 허리우드의 여신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것이다. 모나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라에 와 있다.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지만 멀리 구시가지 언덕에 위치한 그녀가 살았던 화려한 모나코 궁전을 바라보며 살짝 가슴이 뛰기도 했다. 해안가의 거리에도 바닷가 미풍에도 그녀의 삶이 녹아있을 것만 같았다. 절벽의 절경에 잘 앉혀져 있는 이쁜 집들, 에흐귤르 항구에 가득하게 정박해 있는 고급 요트들도 괜히 그녀의 나라 모습이란 생각을 했다면 지나친 건가.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순간에 한 곳에만 정지되는 마력도 있구나 싶다.


20181008_181803 (2).jpg
20181008_175933.jpg
20181008_182935.jpg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도 볼거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해안가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로 가득 찬 항구를 멍하니 구경해 본다. 내 것도 아닌 요트를 마음껏 바라보고 있는데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지중해 저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찾아온다. 어릴 적 알았던 영화배우의 나라에 확인하듯 발을 디뎌보니 알 수 없는 게 풀어지는 느낌이다. 돌아오는 기차역에서의 초점이 빗나간 몽롱한 불빛도 왠지 마음에 든다.


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잠깐 머물다 온 ‘그레이스 켈리의 나라’ 모나코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