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길거리에서 먹기 몇 가지
남프랑스의 맛이란 제목으론 물론 당치도 않다.
여행 중에 그곳의 맛을 골고루 맛본 것도 아니고 좋은 것을 찾아다니며 먹은 것도 아니다. 그나마 먹는데 정신 팔려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못해서 찍히지 못하곤 했다. 어쩌다 먹고 어쩌다 찍힌 사진 몇 컷 있기에 별스럽지 않은 몇 가지를 모아보았다.
언제부터인지 기내식이 잘 안 먹힌다.
디저트용으로 담긴 과일 두 조각 먹는 걸로 끝이다.
용케 한 컷 있어서~.
소르본느 근처 호텔의 아침식사는 간단했다.
그런데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며 신기한 실내 구조를 보며 놀랐다.
마치 마리앙뜨와넷뜨나 루이 14세 시절에 죄수나 반역자들을 가두었던 지하감옥이 떠올려진다. 언젠가 책에서 그 옛날 프랑스 어느 지하감옥이 대학 주점으로 변모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또한 떠올려졌다. 역사가 느껴지는 특별한 실내 분위기였다. 참 쓸데없는 상상력이란...
천정이나 벽이 울퉁불퉁하다.
실내가 네모 거나 원형도 아닌 멋대로 삐뚜름한 내부 공간에 정갈한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요란하게 잘 차려진 아침이라기보다는,
갓 구운 빵 냄새가 솔솔 나는 누군가의 소박한 주방의 간편한 아침시간 같은~
수수한 듯 참 인상적인 분위기여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특히 뭐니 뭐니 해도 바게트 맛은 내가 맛본 중에서 가장 최고다. 쌉싸래한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통통한 빵의 굵기와 겉 부분의 크러스트가 단단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다. 그 안의 빵결은 촉촉하고 쫄깃해서 물리지 않고 끝없이 먹게 된다. 그 맛에 배가 부른데도 마구 먹어댔다.
우리의 주식은 밥이기에 빵만으로는 오래 먹기 쉽지 않다.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빵심으로 산다는 걸 이해하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다. 다음에 또 갈 일이 있을까만 만일 다시 간다면 맛있는 바게트를 찾아서 실컷 먹고 올 생각이다. 빵이 맛있던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다녀오면서 길거리 카페에서 큼직하고 고소한 크로와쌍으로 때운 식사.
조금씩 비가 뿌리기도 해서 뜨거운 커피가 온몸을 따뜻하게 했던..
니스의 메인스트릿을 지나 골목길 포장마차처럼 생긴 레스토랑 Temple Bar.
가족단위의 손님이거나 연인들이 가득 차서 바글바글했던 저녁시간~
파스타도, 홍합요리도, 감자튀김도 푸짐 푸짐했다.
맛있다.
그런데... 국물이 간이 좀 세다. 조금만 덜 짰으면..
에즈 빌리지에서 크레페,
묘기 부리듯이 반죽 쫘악 펼쳐서 금방 구워지면 누텔라 초콜릿이나 메이플 시럽 같은 것을 휘익 뿌려서 착착 금방 접어서 준다. 간단해서 좋군... 그런대로 맛도 괜찮다. 아마 5000원쯤?
크레페 한쪽씩 먹고 내려와
에즈의 길거리 노천카페 느긋하게 앉아 빵과 토르티야 샌드위치 먹으며 쏟아지는 가을볕 쬐며 망중한~
니스의 호텔에서는 자그마하고 대충 만든 듯 하지만 부드러운 크레페가 금방 구워져 나오고 있어서 그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크레페(Cr^epes)의 생김새는 동그란 금빛 형태로 밝은 날 떠오른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춥고 어두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하고 밝은 봄을 맞을 때 먹는 빵이었다는데 이제는 우리의 호떡처럼 길거리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으니 그 의미를 떠올릴 틈이 없다.
떠나오는 날,
칸에서는 쏟아지는 햇살 속에 앉아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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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 시간들이 내게 우르르 몰려온다.
맛의 기억이 여행의 기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