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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Mar 27. 2019

맹목 속에 가려지는 진실, 영화 우상



각자의 욕망만이 진실이고 최종 목표다. 누구도 내 갈길의 걸림돌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들만의 우상을 위해 냉혈한이 되기도 하고 굳이 설명 인양 잔혹성을 보여준다. 이럴 때 관객들이 그들의 빈틈 많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알아서 찾아 챙겨 볼 수 있게 한다.


영화가 길었다. 사전 지식 아무것도 없이 찾아갔던 영화를 보면서 이쯤에서 왜 그만 끝내주지 않는지 궁금했다. 러닝타임이 144분의 스릴러란 걸 끝나고 나오면서 알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너무 많은 사건과 이야기를 펼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두 시간이 넘어버리는 영화가 되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진 한석규와 설경구라는 투톱만으로도 의심의 여지없이 영화관에 앉았다. 게다가 천우희라는 신선한 연기력의 배우가 호기심을 갖게도 한다. 이들이 과연 지키려는 우상인지 만들어가는 우상인지는 두 시간여의 영화 속에서 알아서 찾아보아야 한다.



무슨 말을 해도 다 먹히고, 아들의 뺑소니 사고조차 지지도를 떨어뜨리지 못하는 정치인 구명회(한석규)는 대중들의 우상이다. 유력한 차기 도지사로 꼽히는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망사고로 정치생명에 큰 타격이 될 위기에 처한다. 사고 당사자의 아버지인 유중식(설경구)은 발달장애 아들 부남이의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실종된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아 나선다. 지옥 같은 고향 하얼빈을 탈출해온 불법체류자 최련화(천우희) 그야말로 별짓을 다하며 생존하고 있는 양면성의 미스테리 한 여자다.


사건 사고 속에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이 저절로 튀어나오고 그들의 선택의 당위성을 이해시키려는 듯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설명의 장치가 도처에 있어서 산만하다. 핵심으로 이끌어가는 심플함이란 어디에도 없어서 끝날 때까지 참아내야 한다. 또한 초중반에 잠깐씩 등장하던 사람들은 스토리에 얼만큼 개연성이 있는건지 조금 의문스럽기도 하다.


단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하는 자신들만의 진실을 위해 보여주는 장면들이 흘러넘친다.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난해하다는 인상을 줄지도 모르겠다. 섬뜩하고 씁쓸하기도 하면서 불확실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은유와 상징이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그들만의 진실이 비로소 내게도 무관할 수 없다는 걸 말하는 듯하다.


또한 길게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것들이 헛것이었구나 던져주는 힘이 있다. 거대한 힘을 가진 사람도 그것조차 닿을 수 없는 위치의 사람도 그들이 쫒는 것은 우상이 아니고 허상이란 걸 알려준다. 혹시 뒤돌아 본다. 지금 맹목적으로 치닫거나 쫒느라 헛된 힘을 쏟고 있는 건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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