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시월에 난,
긴 비행 중 간간히 내다보는 하늘 아래 프라하가 있었다
드디어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프라하 공항 밖으로 나오니 저녁 여섯 이전인데도 어둠이 내리는 중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프라하 중심가에서 내렸다. 세계 10대 박물관중의 하나인 프라하 국립박물관과 체코 사람들이 수호성인으로 여기는 聖 바츨라프의 기마상이 여행자를 맞는다.
바츨라프 광장.
'프라하의 봄' 당시의 치열했던 시위 때와는 완연히 다르게 변모했지만 그 느낌을 떠 올려보았다.
그곳엔 여행자들이 넘치고 있다.
미리 예약해둔 민박집은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프라하 여행이 시내를 중심으로 다닐 곳이 많기에 그렇게 잡아두었다. 예전에 경험했던 프랑크푸르트의 전원주택형 민박과는 사뭇 달라서 처음엔 영 어색했었지만 금방 적응~
우선 상냥한 주인이 건네는 체코의 유명한 필스너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푼 후 인터넷으로 서울의 아들에게 메일 몇 줄 날리고~
하룻밤 단꿈 후, 뾰족 지붕 천정의 창으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베란다엘 나가니 멀리 프라하 성이 보인다.
여행자의 먼지를 씻어내고,
민박집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 의자가 있다.(필요치 않을 때는 접어둘 수도..)
그 집을 나오니 지난밤엔 잘 보이지 않던 이런 골목이었다.
지난밤 어둠 속에서 보았던 바츨라프 기마상과 국립박물관.
얼마 전 아들아이가 프라하 여행 중일 때 주고받았던 메일 중에 난 이런 메일을 보냈던 게 생각난다. (보낸 편지함에서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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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건 네가 다 잘 알아서 할 테니...
가능한 맛난 것 많이 많이 사 먹고,
체코는 소고기 요리인 스테이크류도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돼지 무릎 부위의 고기 요리가 유명하다더라.
아마 좀 가격 압박이 있겠지?
그냥 바츨라프 광장의 주렁주렁 매달린 소시지도 일품이라던데 그건 어떨지.
프라하는 <눈물의 소시지>란 말이 있다는 거 너도 알지?
프라하의 봄...
시민혁명 때 시민들이 소시지를 만들어 경찰이나 국가원 몰래 사람들에게 주었던 이야기...
우리 5.18 때의 주먹밥과도 같은..
어쨌든 끼니마다 독특한 요리로 식사를 할 것.
다시 프라하 갈 일이 언제일지 모르는 일 아니던가..
즐거운 여정에 먹는 이야기는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니까.
암튼!!
동화 속처럼, 꿈속처럼
이쁘고 멋진 체스키를 오늘 다녀왔다니 엄만 네가 부럽다.
정말 멋지면 다시 훗날의 신혼여행코스로 끼워넣어두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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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머.. 소시지 나도 먹어봐야겠지?
그리고 체스키!
나도 곧 거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