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속초, 강릉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엄청난 재산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해서 온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서너 달 지난 지금 차를 타고 지나는 길 옆의 소나무는 아직도 검게 불에 탄 모습이지만 그 땅엔 초록의 잡풀들이 새롭게 자라고 있었다. 자연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고성 지역을 지나면서 잠깐 보았던 장전마을은 불타버린 집이나 건물들로 폐허를 보는듯해서 바라보기도 조심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다. 조립식 임시주택은 이 뜨거운 여름 속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온 국민이 피해 복구를 위해 동참하며 온정을 전하고 있지만 이즈음 우리가 할 일은 강원 지역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지.
강원도에서도 산불 피해 지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어게인, 고 이스트(Again, Go East)' 캠페인으로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 관광 독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세월호 이후 그 아픔으로 차마 팽목항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그곳 어민들의 생업이 멈춘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누군가가 지적했다. 같은 맥락으로 이럴 때 우리도 산불 피해로 어려움이 큰 강원도를 찾아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각자의 방법으로 강원도의 힘을 북돋을 수 있다. 동해안권 관광 안정화와 활성화를 위해 우리들의 여름휴가를 강원도로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강원도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고 강원도의 힘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고성의 깊은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멋진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강원도의 산과 자연 속에서 나지막한 높이로 , 그러나 5000평 규모의 아주 넓은 면적으로 자연 속에 앉혀진 미술관이었다. 강원도 방언 바위의 바우와 뮤지엄을 합한 바우지움이다. 치과의사 안정모 박사와 조각가 아내 김명숙 관장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산과 하늘이 미술관의 배경으로 큰 몫을 해내고 있다. 느릿한 발걸음으로 자연 속에 잠겨볼 시간이다.
먼저 근현대 미술 조각관을 들어가 보자.
유리벽으로 밖이 훤히 보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찬찬히 볼 수 있는 기회다.
창 밖으로 펼쳐진 '물의 정원'이 탁 트인 기분을 준다. 밖으로 나오면 '돌의 정원'엔 매끄럽지 않은 돌담 앞에 야외 전시가 자연과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에게 평온함을 준다. '소나무 정원'의 나무 그늘에서 잠깐 쉬어본다.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은 무엇이든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잔디 정원'의 거친 담벼락에 조화를 이룬 작품들,
이 담벼락에 설악의 바람과 동해의 해풍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자연과 건축과 조각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건축가 김인철 님이 설계했다.
그 앞에 오롯하게 놓인 작품들,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 자리 잡은 작품들이 바람을 맞고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있다.
실내와 야외의 작품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는 '테라코타 정원'이 있다. 길 옆에 쪼그리고 앉은 소년의 모습이나 나무 아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요한 모습의 작품들이 정겹다. 담 아래엔 아직도 수국이 탐스럽고 옥수수밭 옆엔 해바라기가 8월의 하늘을 향해 있다.
나가는 길에 기획전시실과 아트숍이 있고,
그 옆으로 카페 바우가 있다.
입장료에 커피 한잔이 포함되었기에 냉방이 잘 된 카페에 앉아 땀을 식히며 편안한 마무리를 하게 해 준다.
돌과 바람과 물이 조화로운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작품들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버리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다. 매일 달라지는 자연이 예술작품을 날마다 달리 보이게도 할 수 있는 곳, 강원도 고성에 가면 설악과 동해의 바람이 넘나드는 멋진 바우지움 미술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