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Oct 27. 2019

단풍 속을 걷다...

동해시의 무릉계곡 단풍 트레킹, 해파랑길, 추암해변길을 걷던 가을날







바야흐로 가을이 한창이다.

지난 봄날 북상하는 꽃 소식을 들었는데 이제는 윗 지역에서 내려오는 단풍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난주 이틀 동안 단풍이 시작되는 산속에 풍덩 빠져 쏘다녔다. 엄청난 폭염도, 거친 태풍도 지나간 그곳엔 단풍으로 의연하게 숲을 이룬 자연이 있었다. 동해의 무릉 계곡 산길은 단풍도 물론 좋지만 걷기에 적당한 정도의 거리다.


요즘 말하는 걷기란 건강을 위해서 거리와 시간을 생각하며 빠르고 열심히(?) 걷는 게 일반적이다.

때론 걷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느덧 열풍처럼 불어온 걷기의 모습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 걸을 만큼 다리는 문제없지만 다만 내가 걷고 싶을 때가 있을 뿐이다. 심란해서 좀 수습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내 몸의 세포가 느슨하다고 느껴지거나 일상이 나른할 때 심기일전하고 싶을 때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나선다. 다들 하는 걷기 운동의 모습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다. 건강이나 단단한 정신을 위해서 걷는 이들과는 다른 뭐 이런 참 별것도 아닌 이유다.


<동해시 무릉계곡(東海 武陵溪谷)>의 산속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저 흔히 하는 말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천천히 걸으며 나무 사이로 가을 하늘도 올려다 보고 무릉도원 인양 넓은 반석 위에 앉아 하세월 보내는 놀이, 새소리 들으며 오가는 청설모의 움직임을 쫒으며 노는 일, 얼마만의 여유인지.


한참을 산세의 고요함과 숲의 신비감에 그렇게 빠져본다.

물이 맑고 오염되지 않은 숲은 신선하다. 고달픈 숱한 날을 품어온 숲 속에 마음껏 파묻혀 볼 일이다. 하루를 마치는 저녁노을처럼, 한 해를 마감해 가는 가을은 한 철이라 더 애틋하다. 그러다가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이르는 약 4㎞에 달하는 지점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며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려오는 일행들을 보며 뒤늦게 오르기 시작했지만 어렵지는 않다.



먼저 계곡 입구의 사찰 삼화사를 지나,

학소대와 옥류동 계곡, 장군바위, 병풍바위, 몇 번의 계단과 흙돌 길, 선녀탕을 지나면 나타나는 쌍폭(雙瀑)과 용추폭포(龍湫瀑布)에 다다르기 위해 사람들은 걷는다. 볼거리의 하이라이트는 이렇게 마지막에 있다지만 오르면서 이 멋진 계절의 자연 속에 풍덩 빠져있다는 걸 아는 순간을 느낀다면 성공적인 여행이 아닐지. 가을날의 호사가 따로 없다.


강원 동해시 삼화로 538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 033-539-3700 // 2008년 2.5일 명승 제37호로 지정





동해시에 또 한 군데의 걷기 좋은 길이 있다.

<해파랑길>이란 부산 오륙도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기까지의 약 770km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탐방로를 의미한다. 명칭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함께 한다'는 의미의 국어 조사 '랑'이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동해시의 해파랑길 33코스 34코스.

한섬 해변에서 시작한 길 옆엔 해국이 피어있다.

군부대가 있는 곳이어서 바다 쪽으로 철조망이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소나무 숲길과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던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도 흐뭇하다. 산 위의 지진해일 대피지역을 지나고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섬과 어우러진 크고 작은 해안 절벽을 걸으며, 달리는 기찻길 옆을 지나며 산바람 바닷바람을 원없이 만났다.


한섬 해변부터 하평 해변까지 해파랑길 33코스 일부 구간을 트레킹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므로 이 길은 누구라도 걸어볼 만한 멋진 해안 데크로드다.  


  


가 볼 곳이 많은 동해시다.

장엄한 일출과 일몰 사진을 담으러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해돋이 명소 <추암해변>이 있다.


입구의 북평 해암정을 잠깐 들러보고,

유명한 촛대바위와 그 옆의 조각공원, 요즘은 출렁다리를 개장해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가 되고 있다. 여름이나 가을은 물론이고 겨울에 오면 겨울바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예까지 왔으니 동해시의 풍부한 해산물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청정의 동해,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무릉 건강 숲>에서 힐링 하룻밤, 건강상담이나 찜질방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고단함이 뿌듯하게 밀려오는 하루의 끝.












매거진의 이전글 밀림 속에 파묻히다.고창운곡람사르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