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서 호수 저편의 데크에 잠깐 앉아 있었다. 열심히 뛰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가고 짝을 이루어 두런두런 걷는 이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그 새벽 공기 속에 있었다. 아침 운동하러 나오는 시민들이 점점 많아진다.
호수를 가득 뒤덮은 연잎 위로 군데군데 수련이 피어났다. 누군가 호숫가로 다가서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굿모닝~"
신선했다. 운동하러 나오는 공원에 날마다 눈 맞춤하는 수련들에게 아침인사 한 마디, 그동안 나는 왜 그걸 못했을까.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인사를 받는 연밭의 꽃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마다 조금씩 기분 좋게 피어났을 것이다. 사람과 공존하는 서서울 호수공원의 자연은 이렇게 이루어져 가는 것이란 것 또한 알게 한다.
아침 운동을 하다가 연못가 데크로 반갑게 뛰어내려 가 꽃들을 내려다보며 인사하는 젊은 아저씨, 그분의 밝고 힘찬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듯 나는 오늘 한 가지 배웠다.
어릴 적부터 배워온 인사를 누구에게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아기들이 말 배우면서 "노랑꽃 안녕?" "개미야 잘 가" 하듯이 내 기분과 연결된 모든 사물들에게도 소리 내어 인사하는 것, 어릴 적 나도 했을 것이고 내 아이들에게도 가르쳤었다. 그런데 까마득히 잊고 이젠 차마 그러질 못했다. 괜히 부끄럽고 체면 때문에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것이 때론 답답하기도 하다.
그 멋진 젊은 아빠처럼 아침 운동하다가 날마다 조금씩 피어나는 연꽃에게 안부인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나도 공원의 호숫가로 내려가 당장 시작해 보았다. 소심하게, 아주 조그맣게 Good morning ~
늘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공원이 있어서 상쾌한 아침 인사를 할 수 있는 서서울 호수공원. 추상화가 피터르 몬드리안의 구성 기법을 도입한 정원 조성이 독특하다. 계단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몬드리안 식의 수직과 수평의 선이 조화를 이루었고 미디어 벽천이 멋스럽다. 일반적인 공원과 차별화된 모습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서울의 서남부 권역에 위치한 서서울 호수공원은 2009년에 개장되었다. 옛 신월정수장을 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물'과 '재생'이라는 친환경 테마로 시민들의 쉼터로 거듭난 것이다. 총면적 217,946㎥의 드넓은 규모다. 그리고 어느덧 서울시 선정 ‘서울 공원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예전 정수장 침전조 건물을 재활용하면서 기존의 골조를 그대로 살리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자연을 누리며 휴식을 한다. 공원 한편에 ‘몬드리안 책방’도 있어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호수 중심에는 ‘소리분수’가 있다.
이곳이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므로 항공소음이 날 때마다 소리분수가 함께 해준다는 것.
분수의 노즐이 41개나 된다. 이착륙 시 항공기 소음 81db 이상을 감지하여 자동 작동되어서 멋지게 뿜어낸다.
무덥기만 한 요즈음 시원한 소리분수를 구경하거나 사진 촬영하러 사람들이 찾아든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 앉아 소리분수의 물세례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소음이라 하기엔 멋지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보기 위해 때론 비행기가 날기를 기다리는 묘한 즐거움도 있다. 하늘 저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먼 곳에의 그리움에 설레고 잠깐씩 여행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하나 볼 만한 것은 이곳에 <100인의 식탁>이란 게 있다.
예전엔 100명이 앉을 수 있는 빨간색 식탁이 있었다. 이 식탁에서 주변 학교 학생들의 야외수업이나 모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공원 초입의 '백인의 식탁'이 인상적인 곳이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나무 식탁으로 바뀌었다. 공원에 어울리는 친환경 100의 식탁이다.
그리고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철봉, 각종 체력단련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쉼터와 공연장은 물론이고 휠체어나 유모차 운행도 손쉽도록 데크시설과 걷는 길이 편리해서 누구라도 건강하게 공원을 이용한다. 열린 풀밭에서는 자유롭게 앉아서 쉬거나 노는 아이들의 표정이 즐겁다.
뿐만 아니라 걷다 보면 산으로 둘러싸여 계절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계절별 식물과 다양한 꽃들을 사시사철 볼 수 있다. 요즘은 나지막한 능골산의 건강한 숲에 들면 등산로를 따라 신록이 싱그럽다. 그리고 단풍의 가을과 눈 쌓인 겨울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도시 안에 살면서 현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눈부신 문명사회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도시를 벗어나 대자연을 찾아 떠난다.
흔히들 충전을 하러 떠난다고들 말한다. 이럴 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을 향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원이 우리 주변에 있었다. 서울 서남부 권역엔 서서울 호수공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