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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14. 2020

때 묻지 않은 천혜의 땅, 신안 갯벌

- 그리고 기적의 12 사도 순례길






새벽에 눈을 뜨니 간밤에 묵었던 신안 대기점도의 민박집이 안갯속에 잠겨 있다. 마을 밖으로 슬슬 걸어 나가는데 마치 가랑비가 오듯 해무가 서늘하게 피부로 느껴진다. 섬 전체가 안갯속에 잠긴 새벽이다.    


전날 이 섬을 걸었던 경이로웠던 여정이 생생한데, 걷힐 것 같지 않은 이 짙은 해무 속에 잠긴 갯벌은 어쩌자고 또 이토록 신비로운지.    

북촌마을 앞동산에 있는 12 사도의 집 중의 하나인 안드레아의 집은 안개에 휩싸여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운치 있다. 그 앞으로는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두길이 안갯속에 푹 잠겨 입구 쪽 길만 조금 내밀어 보인다. 병풍도로 연결되는 노두길 양 옆으로 물 빠진 갯벌 땅에는 작은 배가 붙박이처럼 찰싹 붙어있다. 물이 차올라야만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사는 어민들의 순한 삶에 나 같은 뭍사람들이 오가며 민폐를 끼친다.


신안은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천혜의 섬이다.

특히 오염되지 않은 갯벌은 12 사도 길을 걸으며 눈으로 확인했다. 12 사도 순례길은 대기점도-기점도-소악도-진섬이 노두길로 이어진다. 그 길에 물이 차면 길이 사라 졌다가 빠지면 다시 보이는 신비한 풍경으로 '기적의 순례길'이라고도 불린다. 1번부터 12번까지 총 12Km의 길은 걷기에 따라 3~4시간이 걸린다. 이 길의 컨셉은 자발적 가난, 즐거운 불편이다.


걷는 길옆으로 꿈틀거리는 갯벌은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딱 보기만 해도 건강한 뻘이란 느낌이 든다. 구멍이 숭숭 뚫린 찰지고 축축한 갯벌 위로 농게와 칠게가 기어 다니고 짱뚱어가 구멍 속으로 탄력 있게 숨어 들어간다. 지금껏 이 갯벌이 어민들의 삶을 살게 했고 자식들을 키워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생존과 함께 할 위대한 땅이다. 그분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들의 자연이고 오염되지 않도록 잘 보전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떠나 이렇게 드넓은 갯벌을 보며 내내 걸어본 건 처음이었다. 아름다웠다. 산과 바다와 들판이 함께 어우러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부디 영원히 이대로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청정의 섬에 만들어진 ‘12 사도 순례자’의 길이 차츰 알려지는 게 우려되는 것은 다만 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새벽 노두길 위로 자전거가 지나가더니 안갯속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마치 마법의 나라로 누군가가 얼핏 들어가는 걸 본 듯하다. 12 사도 순례길을 걷기 위해 신안 섬엘 가면 몽환적인 새벽 노두길을 꼭 걸어보아야 한다. 굳이 무어라 이유를 말할 수는 없다. 지금도 잠깐 선계에 갔다가 걸어 나온 듯 기억이 아릿하기만 한 걸 보면.








- 순례자의 섬 기점. 소악도, 12 사도 순례길 걷다. -


12 사도 순례길은 대기점도-기점도-소악도-진섬이 노둣길로 이어졌다. 그 길에 물이 차면 길이 사라 졌다가 빠지면 다시 보이는 신비한 풍경으로 '신비의 순례길'이라고도 한다.


10명의 국내외 전문작가들이 참여해서 만들어낸 12개의 건축 미술은 예수의 12 사도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종교인, 비종교인 상관없이 각자 자신만의 성소로 이용하면 된다. 누구나 들어가 묵상과 기도와 쉼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1번~12번까지 총 12Km의 길은 걷기에 따라 3~4시간이 걸린다. 그저 섬 주민들의 생활도로다. 순례 여정은 지도를 보고 각자의 생각대로 정하면 된다. 12개 건축 작품이 연결된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유된다. 섬과 섬을 걷는 길이니 ‘섬티아고’ 순례길. 이곳의 컨셉은 '자발적 가난, 즐거운 불편'이다. 



~ 순례자의 길 ~

싸목싸목('천천히'의 전라도 방언)

걷다 보면 끊임없이 길 안내를 한다.

나 같은 길치도 길을 잃을 일은 없다.






1. 건강의 집-베드로 (작가 김윤환)// 대기점도 대기점 선착장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푸른 지붕과 흰색의 조화가 깔끔하다. 두 세명이 들 수 있는 좁은 공간이지만 들어서니 경건해진다.

순례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2. 생각하는 집-안드레 레아 (작가 이원석) // 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

마을 앞으로 노둣길이 보이는 언덕에 세워져 있다.

첨탑에 올려진 고양이 두 마리가 인상적이다.


3. 그리움의 집-야고보  (작가 김 강) // 대기점도 큰 연못지나 숲 근처

마을에서 조붓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밭 사이 산 아래 호젓하게 앉혀져 있다. 양 쪽으로 통나무 기둥이 안정감 있고 인상적이다.



5. 행복의 집-필립 (작가 장 미셸 후비오. 브루노. 파코-프랑스, 스페인)

 //대기점. 소기점-소악 노두길 입구

프랑스 남부 전형이 건축형태로 내려다 보이는 갯벌이 드넓다. 사방으로 펼쳐진 갯벌을 보며 차분히 노둣길을 걷는다. 사람을 압도하는 건물과 풍경들이 전혀 없는 섬, 소박한 마음으로 걷게 하는 힘이 있다.



6.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작가 장 미셸. 얄룩-프랑스) // 소기점도 호수 위

   색유리와 스틸의 앙상블, 잔잔하게 호수가 흔들릴 때 반영이 환상적이다.



7. 인연의 집-토마스 (작가 김강)// 소기점도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

   언덕 위에 단정히 서 있다. 짙은 파랑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8. 기쁨의 집-마테오  (작가 김윤환) // 소기점도 노두길 갯벌 위

  너른 갯벌 위에 안정적으로 세워진 건축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황금빛 양파 지붕이 독특하다.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고요함을 전한다.



9.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작가 장 미셸, 파코-프랑스. 스페인) // 소악도 둑방길 끝

 어부의 기도소를 본떠서 지은 집으로 내부엔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에 들어온다. 그 신비한 빛 아래서 두 손 모으고 싶어 지던 곳,  목재가 건축에 사용되어 프로방스풍의 오두막을 연상시킨다.



10. 칭찬의 집-유다 (작가 손미나) //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

  동화마을의 집처럼 깜찍하다. 점점이 작은 창이 앙증맞다.

밟고 올라서는 입구의 오리엔탈 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1. 사랑의 집-시몬 (작가 강영민) // 소악도 진섬의 솔숲 해변

  문이 없어 훤하게 열린 문으로 바다고 보이고 바람과 파도소리를 느낄 수 있다.

  그 문으로 자연을 받아들인 느낌을 준다.



12. 지혜의 집-가롯 유다 9 작가 손민아) // 소악도 딴섬

  모래 해변을 건너야 한다. 만조 시 바닷물이 차면 예배당까지 갈 수 없고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한다. 반대로 교회에 있다가 물이 차면 핑계 김에 몇 시간 멈추어 쉬어갈 이유가 생긴다. 섬 이름조차 딴섬.


 ‘이곳에서 열두 번 종을 울리며 지치고 힘들고 뒤틀린 심사를 하나씩 허공에 날려버리고,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힘과 지혜를 얻으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다.







걷기가 어렵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자전거를 대여하면 수월하다.

(대기점도 북촌마을 자전거 대여점)

종일:10000원. 반나절:5000원






△숙소:

-소기점도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카페와 식당도 겸하고 시설도 좋다.

사정상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곧 할 수도 있는 듯.


-그리고 민박이 5 군데 정도 있다. 대략 50000원 정도

`게스트하우스 예약문의 : 010-9691-0518 ( 이순남 마을 사무장 ), 061-246-1245

`대기점 민박 예약문의 : 010-3360-2093 ( 노정숙 )

`노두길 민박 예약문의 : 010-3726-9929 ( 김광희 )


△여객선 문의 : 해진해운(송공) : 061-244-0803 / 교통지원과 : 061-240-8170

                   압해도 송공 선착장에서 1일 4회 운항




신안은 어업과 농업이 주업이다.

가는 곳마다 싱싱한 낙지가 올라오고 새우 양식장이 있고 마늘과 양파와 고구마와 감자가 풍성하다.

완두콩을 까서 푸짐하게 담아 파는 것을 섬을 떠날 때 사야지 하다가 그냥 와서 아쉽다.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인심 좋은 밥상을 거실에 앉아서 먹으니 섬에서 먹는 집밥에 절로 푸근하다. 김치가 엄마 손맛 그 자체다.  




섬 여행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가는 곳마다 고양이 천국이다.
유난히 신선했던 섬마을 새벽의 기억들. 짭짤하던 해무, 아침이슬, 탄력있는거미줄, 덩굴장미...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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