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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30. 2020

푸르른 보물섬, 남해

남해에 가면, 죽방멸치. 토피어리. 두모마을. 노도.신전숲. 앵강만...







푸르다. 온 천지가 푸르다.

산과 바다를 향한 색감이 온통 초록과 파랑으로 나타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들 외친다. 이럴 때 우리에게 남해가 있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의 여파로 움직임이 멈춘 듯 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자연 속으로 다가가니 공기 맛부터 다르다. 비로소 마음껏 숨 쉬게 한다. 여름 햇살 속의 남해는 산과 들과 바다와 호국의 길이 조화를 이루어 한꺼번에 맞아준다.


차를 타고 달리다가 멈추고 내리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 위 물목에 V자형으로 설치된 '죽방렴'은 고기를 잡는 이곳만의 특별한 방식이었다. 참나무 말목을 박고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세워 물이 빠진 후 갇힌 고기를 잡아 올린다. 이렇게 잡는 고기는 상처도 없고 조수간만의 빠른 물살에 적응해서 육질도 담백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죽방렴은 남해 12경 중 하나다.

문화재청의 명승 71호 및 생생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지족해협에 23개가 보존되어 있다. 이런 고유의 전통 어업 방식으로 잡는 죽방 멸치는 믿고 찾는 으뜸상품이다. 거리 곳곳에 죽방멸치를 파는 가게가 보였고 멸치회, 멸치 찜, 멸치쌈밥 거리 등 죽방멸치를 이용한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은근히 미각을 자극한다. 오늘 밥상은 멸치 요리다 마음속으로 메뉴가 정해진다.


초여름 더위가 만만찮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늘을 찾게 된다.

남해군 창선면 쪽으로 달려보자.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700여 그루의 토피어리가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다. 주로 꽝꽝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남해 토피아 랜드 정원의 짙은 초록이 흠뻑 청량감을 준다.


12 간지의 동물이 맞아하는 토피어리 옆을 지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나 코코몽, 호빵맨 등의 만화나 쥐라기 공원에서 나온듯한 동물 캐릭터도 재미있다. 참 재기 발랄하다. 정교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자태가 가히 가위손의 재림이다.


'힐링, 치유의 숲'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오르면 피톤치드를 뿜뿜 뿜어내는 편백숲이다. 9900㎡(약 3000평)에 달하는 편백숲은 50여 년 수령의 나무들이다. 토피어리 뒷 배경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채로 든든히 펼쳐져 있다.


나무줄기를 깎고 다듬어 만든 자연스럽게 삐뚜름한 나무 의자, 그네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피톤치드 샤워를 하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더구나 남해의 유명한 유자로 만들어진 시원한 유자차 한잔을 마신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시간이다. 유럽 왕궁을 본뜬 대칭 정원의 멋을 즐기고 곧 맨발체험장까지 조성되면 이 숲 안에서 건강한 여름 나기는 간단히 이루어진다.   


자, 여름이다. 뜨거운 날 남해에서 바다로 달려가야 한다.

이곳에선 고개 개만 돌려도 숲 내음이고 바다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두모 마을 근처에 다달으니 잔잔한 해변 마을에 갯내음이 훅 풍겨온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생태체험과 함께 바다 카약이나 보트 타기 등의 해양레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껏  이런 것을 해보지 못했거나 도무지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할 수 있다.


카약은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 보트 위에 둘이 앉아서 유유히 물 위를 나아가는 모습이 먼저 연상될 것이다. 이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 서툴게 노를 저어도 바다 위를 즐길 수 있다. 안전교육과 구명조끼, 그리고 안전요원들이 있으니 그리 겁낼 일은 아니다. 두모 마을은 바다 놀이터를 지향한다.   


특히 두모마을 건너편의 노도는 고소설의 저자 서포 김만중의 사연이 있다.

이 섬에서 유배생활의 마지막을 보내며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김만중을 '먹고놀자 할배'(노자묵고 할배)라고 하지, 그분이 가끔 나와 한양 쪽 하늘을 바라보거나 낚시나 하고 노는 모습을 보며 먹고놀자 할배라 불렀다는군, 그렇게 대단한 소설을 쓴 사람이라데" 배에 오르는 준비를 하는데 마을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신다.  


바다 위를 빠르게 달리는 보트를 타고 노도, 그 섬을 향해 본다.

튀어 오르는 바닷물을 맞으며 망망대해를 신나게 달려 바다 동굴이나 기암괴석에 다가가 신비로움을 확인하는 흥미진진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기묘한 지형인 주상절리 비룡계곡과 거북 동굴의 신비함을 보고 돌아 나오면 상쾌함에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 섬 속의 섬 노도, 남해에 가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뜨겁던 여름 해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신전 숲으로 향하는 길에 두모 마을 다랭이 논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가천 다랭이 논의 축소판처럼 규모는 소박하지만 산비탈을 이용해서 살아냈을 그들의 생명력을 본다.


고즈넉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앵강만은 우리나라 해안선의 특징을 모두 품고 있다. 꾀꼬리 눈물이 강이 되었다는 꾀꼬리 앵(鶯), 물 강(江), 앵강만.


바래 2코스에서 만나는 남해군 이동면 신전숲에 위치한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는 일단 널찍한 자연환경이 여유를 준다. 그 앞으로 숲과 산책길과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아름다운 해안가에 방풍림으로 수백 년 나이 먹은 상수리나무 수백 그루가 멋진 자태로 숲을 이루고 연꽃단지와 생태관광단지가 만들어졌다. 30년 넘게 전투경찰·군부대가 신전숲에 주둔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신전숲 내에 다양한 체험시설과 숙박과 편의시설을 갖춘 앵강다숲 마을이 되었다.


늦은 오후의 햇빛이 그윽하다.

해질 무렵 오래된 숲의 깊은 맛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야생화가 자유롭게 피어난 숲길을 호젓하게 걷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풍경 중에서 남해는 여전히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 땅의 한결같은 모습과 체취를 그대로 간직한 느낌이 편안하다. 그곳엔 청정한 바다와 바람이 늘 거기 있다. 또한 조용한 해안가와 산천의 구불구불한 길을 걷다가 가슴 설레게 하는 노을이 있다. 소소함과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남해다. 훌쩍 떠나 홀로이 심신을 쉬고 싶을 때 남해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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