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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29. 2020

여름 나기, 우리에게 모시옷이 있었네

서천 한산모시를 아시나요




본격적인 더위다. 서천 여행 중에 마침 한산 모시관에 들렀다. 예로부터 한산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옷감으로 누가 입어도 정갈하고 우아한 맵시를 내는 한여름 최고의 비단이다. 무더위에 간소하고 시원한 옷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옛 어른들은 더위를 나기 위한 모시옷이 있었다. 더위에도 기품을 잃지 않고 은은한 멋을 풍기는 모시를 바로 알 겸 한산 모시관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지방 도시답게 산 아래 멋진 한옥으로 단정하게 자리 잡은 한산 모시관에 드니 절로 차분해진다. 백제시대 모시풀을 처음으로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건지산 기슭이었기 때문에 모시관을 이 땅에 지었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면서 뜰의 작은 밭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시풀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마치 깻잎과 흡사하다. 모시풀은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심어놓은 듯했다.

무엇보다도 한산 모시로 만들어진 품격 있는 역사 속의 옷들을 보고 싶었다. 지하 1층에 삼국⋅통일신라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시의 역사와 함께 시대별 전통 복식을 복원하여 전시되어 있다. 신분과 상관없이 옛 조상님들이 입었던 옷과 의복의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된 모시의 우수한 품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층에서는 한산 모시의 유래와 발달과정을 볼 수 있다. 한산에서 모시가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전시된 글에서 '통일신라시대 한 노인이 약초를 캐기 위해 건지산에 올라가 처음으로 모시풀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하여 모시 짜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구전되고 있다'는 기록을 읽었다.         


그리고 2층에서 영상과 기록으로 4000번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한산 모시의 제작과정을 보았다. 게다가 백, 청, 황, 적, 흑의 자연에서 채취한 동양의 5 원색을 천연염료로 색감을 내어 만들어 내는 옷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역시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14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다   

   



전통관 안채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14호 한산 모시 짜기 보유자 방연옥 선생이 시연 중이었다. 전통공예의 섬세함과 인내의 시간을 이해하게 된다. 모시풀을 벗겨 입으로 손으로 무릎으로 뽑아내어 베틀에 걸어 머리카락보다 가늘다는 한 올 모시천이 만들어지는 섬세한 과정을 직접 보니 소중함과 특별함을 더한다.  

  

그런데 이렇게 베틀 앞에 앉아 베를 짜기까지의 많은 과정 중에 모시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모시 째기’가 있다. 이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이(齒)를 사용한다. 아랫니와 윗니로 태모시를 물어 쪼개다 보면 피가 나고 이가 깨지기도 하는 고통스러움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에 골이 파지고 모시 째기가 수월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들 일상에서‘길이 들어서 몸에 푹 밴 버릇’일 때 '이골이 난다'라고 말한다. 이 분들의‘이골이 나는’ 숨은 정성과 땀이 담긴 작업을 통해 생겨난 말이었다.  




그리고 한산모시 홍보관에서는 모시로 만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등록 25호의 엄격한 자체 품질 기준에 따라 유통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믿음을 준다.

   

모시 전시관에서 연결된 육교 건너편엔 한산모시 공예마을로 넘어가 본다. 1500년 전통의 한산모시의 멋스러움을 현대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모시옷 입기 체험, 미니 베틀 체험, 천연염색, 부채 만들기, 모시 공예, 한산 모시식품 체험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모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모시옷은 더운 여름 특별한 경우에만 입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시옷이 되었다. 손길이 많이 가고 쉽게 구입할 가격이 아닌듯하여 대중적이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보고 듣고 살펴보니 한 번쯤 입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시원한 여름옷이 다양하다. 여기에 은은한 품격을 더해주는 옷이 있다면 우리 전통의 모시옷이었다. 예부터 왕에게 진상했다는 가벼운 한산 모시가 얼마나 시원하고 착용감이 좋은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모시 한 필이 밥그릇 하나에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이 가늘고 고울뿐 아니라 통풍이 잘되는 여름 옷감이 바로 우리 전통의 모시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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