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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27. 2020

슬기로운 시간 여행, 강화도를 달리다.

사회적 거리두며 드라이브 썸 in섬


  





올 들어 코로나로 크게 한 방 맞은 줄 알았더니 폭우와 폭염으로 연달아 날리는 펀치에 정신 못 차리게 한다. 세상 참 알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여행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여럿이 다니는 여행은 점차 사라지고 혼자나 둘이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또는 야외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는 휴식이 대세다. 그렇게 훌쩍 떠나서 갑갑했던 마음을 해소하며 즐거움을 누릴 수 곳으로 강화도는 매력 넘치는 곳이다.   

 

서울 기준으로 한 시간 안팎이면 달려갈 수 있는 곳, 언제라도 핸들을 돌려 떠날 수 있는 근교 섬 여행지 강화도는 볼거리 느낄 거리가 곳곳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느긋한 걷기와 산책,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적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화도는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강화도령이 살던 터전, 용흥궁(龍興宮)

조선 25대 왕 철종(哲宗)이 강화도령이었던 시절에 살던 곳이다.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잠저(潛邸)라고 하는데, 당시 아버지와 형이 모반 사건에 연루되어 14살 때 이 곳 강화로 유배되어 살던 잠저다. 원래는 보잘것없는 초가였으나 훗날 왕위에 오른 후 강화 유수 정기세(鄭基世)가 그 자리에 보수 단장하여 용흥궁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 좀 휑한 모습이지만 잘 관리되어 있다. 150년 고택의 안채와 사랑채, 별채, 마루, 작은 정원, 우물, 반질반질한 문고리에서 강화도령 이원범으로 살던 그 모습이 느껴져 짠해진다. 14살부터 19살까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땔감 구하러 산에도 가고 평민의 삶을 살았던 터전이다.


강화도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 강화도령 이원범, 철종의 이야기가 깃든 용흥궁 담장에 능소화가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용흥궁은 강화 나들길 1코스다. - *인천광역시 강화읍 관청리 441-0            




◇한옥의 멋, 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담 넘어 바로 건너편 언덕에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이 독특하다. 얼핏 성당으로 보이지 않는다. 절의 형태를 한 성당의 모습은 바실리카 양식과 동양 불교 사찰 양식의 융합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옆으로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가 1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사찰의 범종처럼 생긴 종이 있다. 분명 성당인데 절의 분위기도 느껴지는 100년이 넘는 종교적 건축물이다. 각기 다른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남다름을 본다.     

 입구의 가파른 돌계단은 오르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게 한다. 마당엔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의 비석과 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비 앞의 상사화가 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강화 시내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높은 언덕이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목재로 이루어진 깔끔한 실내가 성스러움을 더한다. 동서양의 오묘함이 스민 실내엔 열린 창밖으로 자연의 풍경이 들어온다. 실내 양 벽면에 강화성당의 역사 사진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밖으로 나가면 뒤편으로 낮은 담장의 사제관이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약탈해간 계단 난간 등 건축물의 일부가 비로소 복원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강화도 성공회 성당이다. - *강화읍 관청길 27번 길 10       




◇‘소창길’을 아시나요.

용흥궁과 강화도 성공회 성당을 나와 내려오다 보면 길가에 커다란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60~70년대에 강화의 산업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심도직물의 흔적이다. 직물 공장은 강화의 경제에 기여한 상징적인 징표다.


주변에 강화도서관 옆으로 이화 직물터가 있고, 아기들의 기저귀감으로 많이 쓰였던 친환경 직물 '소창'을 만들어 내던 유명한 직물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 이 골목에 '소창길' 코스가 새롭게 생겨났다. 강화 중앙시장 B동 3층에 위치한 ‘관광플랫폼’이 스토리 워크 길의 출발지다. 1960년대 강화 작물 공장의 옛 전경이나 소창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주춤하다.


가는 길에 백 년 전통의 낡은 건물의 아주 오래된 낙원 떡집이 있다. 질 좋은 강화쌀에 첨가물은 소금 한 가지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가진 순수한 떡 맛이다. 소박한 식사로는 강화읍 중심부에 50년 전통의 강화 국수가 있고 알싸한 순무김치도 유명한 강화다.  

  

*소창길 코스: 중앙시장 관광플랫폼을 출발해 심도직물 굴뚝-천주교 인천교구 강화성당-이화 직물터-금융 상사-조양 방직-동광 직물-남화 직물-상호 직물-경도 직물-소창 체험관, 2시간 정도 소요.    

 



◇빈티지 감성 카페 조양 방직 

예전의 방직공장을 그대로 살려서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주는 레트로 갬성 카페다. 1933년 홍씨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으로 한때 엄청난 전성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둔 채 지저분한 듯 빈티지한 듯 옛 멋이 나는 핫한 카페로 변신했다. 그 옛날 우리네 언니 누나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기계를 돌리던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 *강화읍 향나무길 5번 길 12    




◇평화로운 궁궐터 고려궁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저항한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있는 곳, 고려궁지다. 고려왕조가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 19년부터 원종 11년까지 39년간 머무르며 고려의 운명을 지켜온 궁궐터로서 사적 제133호다.


궁궐은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에 몽골의 압력으로 모두 허물어졌고, 행궁과 장녕전, 만녕전, 외규장각 등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지금은 강화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유수부의 경력이 업무를 보던 이방청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깔린 자연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 *강화읍 관청리 743-1

   



◇조용한 마음의 울림, 교동과 향교

느릿느릿 옛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교동으로 가볼 일이다. 지치고 복잡했던 마음을 하루쯤 예스럽고 정감 있는 교동마을을 둘러보며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강화읍에 위치한 고려 전기에 창건된 강화 향교와,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교동 향교와 강화향교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강화나들길 1-18코스다)        





◇이색적이고 따뜻한 '동네 책방'

강화 군청 부근엔 볼거리가 많다. 강화 성당과 용흥궁, 중앙시장, 중앙시장 청년몰, 소창길... 그리고 한숨 돌리며 조용히 서점을 들러보는 건 어떨지. 소금빛 서점, 국자와 주걱, 책방 시점 등은 강화도 간 김에 들러볼 만하다. 


- 동네 책방 '소금빛 서점'이 있는 고택의 계단을 올라서면 대문 안으로 들기 전의 왼쪽엔 '그 여자 그릇 유림 상회', 오른쪽엔 '그 남자 책방 소금빛 서점'이 양 옆으로 있다.


소금빛 서점은 그 남자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최근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에서 배우 이민호가 들러서 책을 읽는 장면의 촬영 장소로 더 알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그릇은 채색이 독특한 그릇이 한 점쯤 갖고 싶게 한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책과 그릇이 있는 감성공간이다.


(서점과 그릇가게 앞의 대문을 열면 100년 고택 대명헌이다. 김구 선생이 한동안 머물렀다는 운치 있는 한옥 숙박업소로 예약제다.) - *강화읍 남문안길 7    


- '국자와 주걱'은 한적한 마을의 한옥을 책방으로 꾸며놓은 시골 책방 겸 북스테이다. 책방 소개에 "작은 책방. 작고 불편함. 그러나 좋은 책. 따뜻한 밥상. 깨끗한 잠자리. 그리고 많은 정"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쥔장의 푸근한 인심에 책만 보러 갔다가 다시 찾는 곳이다. 큰 도로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꼬불거리는 좁은 길로 주춤주춤 운전하며 들어가면 책방이 나타난다. - *강화군 양도면 강화 남로 428번길 46-27    




◇해안도로 따라 의미 있는 드라이브 코스, 덕진진

강화에는 월곶진, 제물진, 용진진, 덕진진, 초지진의 5진(鎭)과 광성보, 선두보, 장곶보, 정포보, 인화보, 철곶보, 승천보의 7보(堡)를 합쳐 강화 12 진보(鎭堡)가 있다. 그중의 하나인 덕진진은 덕포진과 더불어 해협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의 포대였다.


거리두기로 가까이 가기는 어렵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의 전적시설 풍경은 드라이브 코스로 의미 있다. - *덕진진-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846   

     



◇섬에서 즐기는 ‘소확행’ -한옥 도솔 미술관, 해든 뮤지엄, 전원 미술관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떠나 작품 전시를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즈넉한 강화 땅에 개성 있고 멋진 미술관, 언택트 여행으로 강화도 미술관 나들이로 유유자적 멋진 시간을 누려보자. 


-도솔 미술관은 초지진과 가깝고 고즈넉해서 좋은 사람과 조용히 산책 겸 가보면 좋다. 강화 들판을 달려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면 단정한 한옥 갤러리가 맞는다. 이곳엔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야외전시관과 2개 층의 실내 전시장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뜰안채 야외전시장에서는 신미식 사진작가의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 작품이 자연 속에 전시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별관을 비롯해서 2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 매달 바뀌는 전시를 볼 수 있다.


전시장의 창가에 걸터앉아서 강화 들녘을 내다보며 누군가와 조용조용히 이야기하는 다정한 풍경이 여유롭다. 이곳의 입장료는 음료와 디저트가 포함된 가격이다. - 강화군 길상면 길상로 210번 길 52-71     


-해든 뮤지엄, 전원 미술관

갤러리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의 긴 경사면에서부터 기대가 된다. 실내 촬영은 안 되지만 야외의 조각 작품이나 설치미술, 그리고 대형 미러가 볼만하다. 사진 촬영하기 좋은 정원의 휴식공간과 주변의 자연이 아름답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로 그 멋스러움이 개관 당시 올해의 건축물 베스트 7에 뽑히기도 했다. 입장료는 음료값 포함이다.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 101번 길 44    


그리고 전원 미술관(田園美術館)은 강화에서 출생한 한국화가 전원 유광상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작가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과 일본 유학시절의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강화군 송해면 솔정리 561    




◇아름다운 일몰에 반하다, 장화리

강화도 마지막 코스는 누가 뭐래도 짜릿한 일몰의 장화리다. 강화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강화 갯벌과 서해의 해넘이는 여행자들의 관심사다. 아름답게 저무는 일몰의 시간은 아주 짧다. 찰나의 장화리 노을을 바라보며 두근두근하면서도 경건한 시간을 맛보며 마무리하는 강화 여행이다. -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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