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떠나며 날씨를 검색해 보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했다. 오들오들 떨면서 무슨 여행, 하면서 머플러랑 니트를 주섬주섬 더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릉은 언제나 따스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곳은 언제나 따스하게 날 맞는다. 아마 앞으로도 또 그럴 것 같은 강릉.
강릉의 핫플이라고 했다.
시나미 명주.
강릉의 옛 이름 명주, '천천히'라는 뜻의 시나미
(또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말)
고려 시대부터 강릉의 문화와 행정 중심 지역이던 <명주동 거리>.
대도호부 관아 앞에서 그 주변 동네와 골목 한 바퀴를 느릿느릿 걸으며 어릴 적 추억 소환도 하고 숨겨진 예쁜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걷는 내내 이어진다. 드라마 시대극을 연상하게 하는 오래된 주택과 상점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여행자와 연결도 해 주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뉴트로를 통해 소소하고 정겨운 시간을 제공한다. 적산가옥 옛집을 개조한 카페의 격자무늬 창문으로 동네 할머니가 뒷짐 지고 걸어가시던 골목길 풍경이 가을볕에 아련했던 시간. 마실 가듯 천천히 느릿느릿 타박타박 그렇게 걸었던 명주동 골목 나들이...
(명주동 골목길의 색다른 프로그램, <드라마틱 미디어 트래킹 "명주애가" > 태블릿 PC과 무선 이어폰을 제공받아 명주동의 역사와 유적에 대한 스토리를 들으면서 미디어 트래킹을 즐기는 투어 콘텐츠로 골목길 투어의 정보와 재미를 높인다.-프로그램 시작점에서 신청)
이제는 시원한 바다를 보며 예술과 자연,
인간이 공존하는 전시 공간에서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시간이다.
강릉의 괘방산 자락을 배경으로 등명 마을에 자리 잡은 <하슬라 아트월드>
산과 바다와 하늘과 바람과 햇살이 함께 하는 아트월드다.
조각가 부부가 함께 만들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움을 선보이고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하슬라는 고구려 때 부르던 강릉의 옛 지명이다.
현대 미술관 1관, 아비지 갤러리, 2관 터널 설치미술, 3관 체험학습실, 4관 피노키오 박물관, 5관 마리오네트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가 터널을 통과하고 고래뱃속 터널을 지나 지하 계단, 그리고 피노키오 전시관과 마리오네트 전시관까지 감상하는 내내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웠던 시간.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한 야외 조각공원은 예술 정원으로 3만 3천 평의 드넓은 자연 속에 있다.
어딜 돌아보아도 산과 바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하슬라가 건강하게 로스팅한 산야초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호텔도 함께 있다.
조금씩 몸을 움직여 놀아볼 시간이다.
<경포 그네터>
경포호를 바라보면서 그네 게임 한 판 하는 것도 짜릿할 터.
국내 최초 그네 테마 놀이터라고 한다.
4중 안전 고정시스템으로 매우 안전하다는 이야기.
손목 고정, 허리 고정장치, 발목 고정장치, 전체 고정장치, 특허 안전인증&보험 완료
직원이 먼저 360도 돌기 시범을 보인다. 몇 번 구르고 나서 하늘 높이 솟는다. 아찔~
하늘 그네. 시소 그네. 메이폴 그네가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체험 금지.)
소돌해변의 바다내음 속으로.
마을 전체가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해서 소돌이라는 지명이 붙었다니 옛 분들의 자연을 보는 눈과 작명 센스 최고다. 소돌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형상들의 바위 모양을 본다. 바다 밑 바위들의 지각변동으로 생겨난 모양이라고 한다.
그 옛날 한 부부가 이곳 바위에서 백일기도 후 아들을 얻었다 해서 아들바위라는데... 그 후 아들 없는 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한다는 이야기. 시대적으로 도무지 관심 갖지 않을 이야기지만 바닷가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었던 상쾌한 시간.
해가 기울고 저무는 산길, 굽이굽이 오르고 또 올라 <대관령 순수양떼목장>
흔히들 알고 있을 대관령 삼양목장이 아니지만 비슷하다.
언덕이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숨이 턱 까지 차올라 헥헥거리며 간신히 올랐다.
그루터기 숲, 방목장, 하늘정원까지.
등산도 영 좋아하지 않고 지구력도 별로 없는데 간신히 참고 올랐더니 해발 975m.
올라오면서 만난 양 떼들, 알파카, 그리고 숲길.
경사가 심한 비탈길에서 양 떼들이 떼 지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혹시나 저 산아래로 구를까 걱정될 정도인데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느릿하고 편안한 발걸음.
노을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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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맛집
찬바람이 불고 홍합이 맛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강원도에는 '섭 해장국'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맛을 보았다.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홍합에 비해 2~3배 큰데 맛이 달면서 성질이 따뜻하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얼큰한 맛을 냈다. 쫄깃한 섭은 잘게 썰었고 파와 부추가 듬뿍 들어갔다. 약간의 농도가 느껴지는 국물에 시원하면서도 구수하다. 등명 해변을 바라보며, 그리고 코레일 열차가 지나가는 바다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