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무이 예술관과 이효석 문학의 숲
강원도라 하면 누구라도 산과 바다가 고루 펼쳐진 대자연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해로 떠나고 바다를 둘러싼 수려한 강원도의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것뿐이 아니다. 그 자연 속에 문화 예술의 멋이 자리 잡고 있다. 폐교에 펼쳐진 예술의 풍성함과 메밀꽃 이야기의 정취 속에서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시골학교의 폐교가 늘어나면서 비어있는 공간 이용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있다. 농촌 인구가 도시 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도시로 떠나버려 폐교가 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떠난 공간이 미술관이나 창작공간, 도서관 캠핑장, 또는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무이 예술관은 시골마을의 자그마한 무이초등학교였다. 폐교된 이후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의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예술관으로 변신시켰다. 폐교를 이용한 공간을 여러 군데 가본 적이 있는데 무이 예술관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 예술작품이 넘쳐난다.
교실마다 장르별 작품들이 꽉꽉 채워져 있다. 가끔은 조각 작품 사이에서 버스킹도 한다. 무이 예술관, 이곳이라면 꽉 채운 가을날 하루를 보낼만하다. 그곳을 서성이다 보면 어느덧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고 감성은 더없이 말랑해져서 비로소 숨통 트여있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무이 예술관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시골 학교를 그저 조촐하게 꾸민 예술관이 아니라는 걸 대번에 전한다. 일단 복도에 발을 들이면 창가의 새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흰색 천의 직조 틈 사이로 복도 가득 빛이 쏟아진다.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조각 작품들이 가을볕에 멋스럽게 빛난다.
둘러보니 원래도 작은 학교였던 것 같다. 몇 개의 교실이 있는 건물 한 동이 전부인데 교실(전시실)마다 회화가 가득, 조각품과 도예작품이 가득가득, 빽빽한 서예 작품이 고요히 묵향을 풍긴다.
또 한쪽 전시실에는 역시 봉평답게 새하얀 메밀꽃 그림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복도에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삽화와 함께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어서 문학적 분위기에도 잠겨보게 된다.
볼거리는 끝없다. 스튜디오 겸 작업실이 열려 있어서 예술가의 공간을 훔쳐보는 맛도 쏠쏠하다. 체험 공간과 아트샵이 함께 꾸며져 있어서 참여활동도 가능하다. 복도 창가나 틈새 공간도 가만두지 않고 예술인의 손길이 닿아있다.
계단참의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위층에 오르면 모임이나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문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내려다보는 무이 예술관의 바깥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조각공원은 자연이 주는 넉넉함으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잔디 마당은 발걸음마다 부드럽다. 아이들이 조각품 사이에서 뛰어놀고 있는 정경 속에서 엄마 아빠는 예술작품 앞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을이 깊어가는 운동장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날리고 발아래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거길 오가는 누구라도 갬성 충만이다.
커피 향 따라 가본 전시관 끄트머리의 갤러리 카페. 사방으로 널찍한 데크에 앉아 운치 있게 차 한 잔 하는 시간이다. 카페 안으로 들면 운동장을 향한 문을 활짝 열어젖힌 테이블에 앉아 편안한 휴식시간을 누려도 좋다. 예술적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무이 예술관에서 가슴 가득 예술의 기운을 얻어 나오게 된다.
살다가 잠시 멈춰 온 천지의 가을을 누리고 깊게 숨을 쉬어 볼만한 곳, 폐교에 담긴 예술 작품과 따스한 휴식공간에서 충분한 감성 충전을 했던 참으로 괜찮았던 가을날 하루, 자연스럽게 힐링되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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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가볼만한 곳
-이효석 문학의 숲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작품. 이 소설의 배경지인 봉평엔 메밀밭뿐 아니라 소설 속의 내용을 모형으로 재현해 좋은 '이효석 문학의 숲'이 있다. 발걸음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의 산책로다. 데크 주변에 자작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있다.
산책길을 따라 소설 속 장터와 그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충주집과 물레방아, 걷는 길마다 소설 내용이 새겨져 있어서 하나씩 읽다 보면 전편을 다 읽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 이효석의 문학의 숲에서 단편문학 한편 읽으며 산책하는 시간, 좋지 아니한가.
-강원도 오삼불고기 맛보기
평창 대관령면에 가면 오삼불고기 거리가 있다. 이 지역에서 오삼불고기를 팔기 시작한 것은 거의 50년 전부터라고 한다. 탱글한 오징어와 삼겹살의 부드러움이 각종 채소와 고추장 양념으로 어우러진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강원도 옥수수로 만든 동동주와 오삼불고기는 꼭 맛보고 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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