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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06. 2020

가을 속으로, 오대산 선재길

선재길 트레킹. 월정사, 발왕산. 비엔나인형박물관








물론 예상은 했다. 오대산의 가을이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어서 빨리 가을 산의 한 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다. 이른 아침의 오대산은 뚝 떨어진 기온으로 살짝 긴장감을 주었고  초입의 풀숲은 새하얗게 햇서리가 내려앉아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기분 좋게 알싸한 찬 공기와 서리꽃의 반짝임이 길을 열어준다.


아침 이슬로 촉촉해진 산길에 아침 해가 비춘다. 계곡 저편으로 떨어지는 햇볕을 보며 걷는 산속의 이른 아침 시간이 더없이 청량하다. 길 옆의 계곡엔 군데군데 살얼음이 얼었다. 조붓한 숲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이들의 두런거림과 발걸음마다 들리는 바스락 소리조차 평온한 오전이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단풍의 절정은 살짝 지나갔고 이미 잎을 많이 떨군 상태였다. '오메, 단풍 떨어졌네' 아쉬워할 것 없다. '그래, 이게 가을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단풍도 있고 길섶의 바스락거리는 낙엽도 밟으며 걷는 숲이 계절 느낌을 더한다. 


발걸음마다 거제수 나무 쉼터, 화전민터의 귀틀집 소개, 산림욕 쉼터, 식물 이름 설명, 탐방로 안내, 유사시 필요한 현 위치번호 등의 친절함이 마음 놓고 편안히 걸을 수 있게 한다. 선재길을 걷는 내내 함께 해주는 오대천 계곡은 마냥 고요하기만 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가 이렇게 깊고 깊은 숲 속에 파묻혀 보니 '아, 너무 좋다.'라는 말이 연달아 나온다. 그리고 신선한 숲 기운과 상쾌한 찬 공기에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야' 하기도 하면서 이날의 선재길 트래킹에 흥분하곤 했다. 단풍숲 삼림욕이 이런 것이 아닐지. 운치 있는 자연의 색감과 이 땅의 가을 날씨는 가히 신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아쉬울 것 없다 


오대산의 깊은 숲길을 한참씩 걷고 섶다리 징검다리 무수한 다리와 데크를 지났다. 그리고 도로를 건너 다시 숲길로 합류한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월정사가 나타났다. 동피골 주차장에서 월정사까지 6km 두 시간 남짓 걸었다. 빨갛고 노란 단풍이 사찰 주변에선 유난히 더 선명하다. 차분히 가라앉은 경내에 쏟아지는 햇살도 더 화사하다..


신라 선덕 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 (月精寺)는 현재 대한 불교 조계종 제4 교구 본사로 되어 있다. 널찍한 사찰 안으로 들자 적광전(寂光殿) 앞의 팔각 9층 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감로수 한잔 마시고 가을볕이 환하게 내려앉은 월정사 옆길로 내려서니 단풍나무의 붉디붉음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제법 많은 여행자들이 오가는 게 보인다. 비로소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다.  


전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천년숲으로 불리는 오대산 국립공원의 월정사 전나무숲은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더불어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힌다. 수령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1km 이상 이어지는 힐링 숲길이다. 상쾌한 아침 시간의 트래킹으로 불끈 기운을 얻었다.


오래전 겨울에 이 길을 걸었었는데 참 오랜만에 왔다. 백설이 뒤덮이고 눈꽃이 내려앉은 전나무길이었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이지만 기억 속의 시간은 필터를 한 겹 더 씌운 듯 아련해서 현실과 분리가 된다. 지금의 시간도 머잖아 또 그럴 테지...


모든 것이 좋았다. 그 숲길, 눈부신 가을빛

이번 가을의 그 시간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 그 시간을 스쳐간 길동무들의 발자국 소리를 남겨둔 그 산에 이제는 가을이 깊어 지금 어드메쯤엔 겨울이 오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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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볼거리

▲발왕산, 발왕산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발왕산은 해발 1458m의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이곳은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 '도깨비' 등의 촬영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용평리조트 드래건 플라자 탑승장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편안히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요즘은 케이블카 탑승으로 유유히 가을 산의 정취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이는 깊고 깊은 발왕산의 풍채에 놀랐다. 


정상에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발왕산을 둘러싼 자연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발왕산 정상에서 자생하는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때로 급격히 변하는 날씨로 강풍이 불기도 하니까 미리 대비할 것. 



▲비엔나 인형 박물관

국내 최대의 테마 인형 박물관이다. 대관령 알펜시아리조트 입구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테마마을 '티롤 빌리지'에서 개관. 11코스의 테마별 전시관과 체험관 및 편의시설이 있어서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완전 판타지 세계다. 마을의 건축 양식은 인스브루크 건축양식을 적용해서 알프스 지방의 산악마을을 구현한 이국적인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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