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Jul 04. 2021

비 오는 날 갯골 산책

시흥 갯골생태공원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엊그제 일기예보에서는 제주에 상륙한 일기예보 소식을 들었는데 벌써부터 때때로 비를 뿌린다. 그저 창 밖으로 비를 바라보며 가라앉은 마음으로 있기에는 내 안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것이 있다. 그래, 흩뿌리는 가랑비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이럴 땐 뛰쳐나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소금기 까슬하고 끈적하고 깊게 골이 패인 갯골이었다.

지금은 빗물이 가득 고여 흘러가고 있다. 시흥 갯골 생태공원에는 옛 염전의 풍광을 그대로 보여주는 둑길을 따라 푸르거나 붉은빛으로 자라고 있는 염생식물들이 비를 맞고 있었다. 소금이 귀하던 그 옛날 가난한 이들은 이 염생식물로 소금을 대체하기도 했다 하니 우리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과 염전의 위력을 되짚어 보게 한다.




이곳 갯골 공원에 전시된 붉은색의 '가시렁차'는 일제 강점기에 소금을 실어 나르던 협궤열차였다. 가솔린을 연료로 가릉가릉 하는 소리를 내며 달렸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염전 구석구석에 깔린 궤도는 가까운 수인선 기차역까지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철도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라고는 하나 일본으로 반출되는 소금은 다시 말해서 일본인들의 수탈이고 약탈이라고 해야 할 듯. 한때 소금값이 만만찮던 시절에는 40개 정도였던 소금창고는 보물창고였다 한다. 지금은 두 동만 남아있다.



소금, 왜 시흥이었을까.

서해 간석지가 발달해서 이곳을 농경지나 염전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 일대의 갯벌이나 토질, 그리고 해수의 염도와 일조량 등의 중요한 조건들이 잘 맞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도 이 소금밭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생태공원 주변의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과 각종 어류와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어서 국가습지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붉거나 푸른 풀들이 얼핏 화려하기까지 하다. 바닥에서 자라는 아무 잎이나 뜯어서 맛을 보면 짭조름하다.



이곳은 시흥 늠내길 4개 코스 중에서 2코스 갯골길에 해당된다.

'늠내'는 고구려 시대의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로 시흥의 옛 지명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으로 탁 트여서 정말 그 말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비까지 내려주어 마음도 풍경도 촉촉하다. 내 안의 뻣뻣함도 스르르 풀어진다. 갯골을 끼고 펼쳐진 풍광에 흠뻑 스며들어 가는 순간이다.


“삶에 지치고 여유 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사진작가 김영갑 님이 말하길,

'그리하여 필요한 것은 그곳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 하나면 족하다'라고 했다.

비가 뿌리고 있는 갯골의 뿌연 모습은 서서히 빠져들기 딱 좋은 풍경이다.



처음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안개비였다. 갯골 생태공원에 들었을 때는 우산을 써야 했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걷기에 딱 좋았지만 한 손에 카메라가 있어서 손이 자유로우려고 우비를 입었다. 안개처럼 내리던 비가 제법 뿌려서 카메라가 젖을까 봐 급기야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그런 모양새로 전망대에 올랐다. 흔들림이 감지된다. 구조적으로 풍하중에 대한 흔들림이 허용치 안으로 시공되었다는 안내문을 읽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느낌이 지금 눈앞의 풍경과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22m의 6층 목조 전망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갯골의 전경이 안개처럼 뿌옇게 한 겹 가려져서 신비롭다. 아스라함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풍경이다.


생태공원을 둘러싼 너른 평야, 수로 밑으로 물이 가득 고여 흐르는 갯골, 비를 받아들이고 있는 생태공원의 해수 풀장, 빗속을 걷는 사람들... 흔들 전망대 공중에 높이 떠서 오랜만에 풍경에 마음껏 압도되어 보았던 시간이다. 비 때문일지도~


시흥 늠내길은 모두 4코스까지 있다.

이 날은 이 중에서 2코스를 걸어보려고 마음먹었었다. 안개비에서 시작한 비가 갈수록 제법 내려서 핑계 김에 갯골 생태공원 산책으로 마쳤다. 빗속에서 걸어본 갯골생태공원의 상쾌함, 신선함.

가라앉았던 기분이 나도 모르게 날아갔다.  비가 내려준 덕분이었다.  







★시흥 늠내길 2코스 갯골길- 경기도 시흥시 장현동, 장곡동, 월곶동

★거리 및 소요시간 : 16.29km(3시간 40분 정도)

★코스 :  시흥시청역 3번 출구 → 시흥시청 → 장현 교차로 → 군자 갑문 → 갯골생태공원 입구 → 섬산 갯골 캠핑장 앞 → 미생의 다리 → 포동 펌프장 → 부흥교 → 갯골생태공원 입구 → 군자 갑문 → 쌀연구회 → 장현 교차로 → 시흥시청 → 시흥시청역 3번 출구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2758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243013&memberNo=25128306

#경기도#경기도G#경기도유랑단#경기그랜드투어#경기관광자차투어#언택트여행 #ggroute

해당여행은 경기도 역사문화생태 관광지 홍보를 위한 경기유랑단 서포터즈로 운영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놀멍, 쉬멍, 걸으멍 고요한 숲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