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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Oct 12. 2021

백제 문화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다, 부여

부여에서는 산책하듯 천천히...







가을이다. 몇 번 비도 뿌리고 한낮엔 덥기도 하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고 이젠 쾌청하다. 가을은 하늘로부터 온다더니 역시나 높고 푸른 하늘이다. 걷다 보면 자잘하게 피어난 꽃 무더기가 발아래서 살랑인다. 이럴 때 조용히 떠나 가만히 이 계절을 맛볼 만한 곳, 부여로 떠나본다. 

▲  옛 모습을 간직한 부여의 가을은 차분하다


부여는 고즈넉하다. 1500년 전 백제 시대의 고풍스러움과 단아한 품격이 그 땅의 군데군데서 느껴진다. 자그마한 소도시 부여에는 문화재가 자그마치 245개라고 하니 지금도 여전히 백제의 기운이 전해지고 있는 듯싶다. 부여는 조금만 이동하면 유적지가 나타나곤 한다. 버스로 잠깐, 또는 운동삼아 걸어서도 다녀볼 만하다. 물론 자동차로 다니면 더 쉽고 편리하다.


백제의 도시 충남 부여와 공주, 전북 익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백제역사유적지구다. 이 중에서 부여는 정림사지,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 등 4개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백제역사 유적지구의 중심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유적지 담장 아래 피어난 꽃 무더기조차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정림사지로 향하는 담장 아래 구절초가 가을볕에 반짝인다. 출입문에서 바라본 정림사지는 시야가 탁 트여서 시원하다. 연꽃이 진 연못을 지나 정림사지 가까이 다가가니 무슨 공사를 하느라 일하시는 분들이 바쁘다. 문화유적을 위한 끊임없는 관리가 이렇게 필요하구나 싶다.  

  

  

▲  정림사 옛 터에 남아있는 정림사지 오층 석탑.


정림사지는 사비시대 수도의 중심 사찰이었던 정림사 옛터이다. 정림사지에 남아 있는 국보 제9호 석탑에는 당나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곳이 백제 왕조 역사의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  정림사지 터의 와적기단은 학술적 가치가 큰 기법이라고 전한다.


이 중에서 알아둘 것은 정림사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바로 <와적기단(瓦積基壇)> 덕분이라고도 한다. 와적기단은 기단 외부에 기와를 쌓아 기초를 다져 장식하는 기법이다. 사비 시대에 부여와 익산지역에서 유행하다가 일본에까지 전파되었다. 와적기단 건물터는 백제 건축기술과 그 전개 양상을 밝혀낼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유다.


  

▲  화재로 불에 타고 마모되었어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인 석불좌상...


사비시대 중심 사찰이던 정림사는 절터만 남기고 현재 5층 석탑만 우뚝 서 있다. 1500년 시간의 흔적이 석탑에 배어 있어서 그 세월 앞에 서 있는 현대인들의 훗날도 감히 상상해 본다. 굴곡의 역사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후세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이다.


특히 석탑 뒤편의 석불좌상이 앉혀 있는 금당 안에 비친 한 줄기 햇살, 화재로 불에 타고 마모되었어도 그 자리에 모셔져 있어서 다행이다. 비로자나 불상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옛터에 세워진 세련되고 완숙한 자태가 기품을 느끼게 하는 백제문화유산, 우리나라 백제불교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산책 삼아 나올 수 있는 문화유적지의 아름다운 풍경~


석탑 위쪽으로 2006년 9월 29일 개관한 정림사지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전시장은 백제 사비 시기 불교와 그 중심에 있었던 정림사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백제 불교문화와 역사인식을 가져볼 만한 시간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그 시대의 면면이 파악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와 손 잡은 가족들이 박물관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가을 풍경만큼이나 아름답다.  


 

▲  사비도성 체험관에 들러 그 옛날의 가상현실을 맛보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정림사지를 나와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소산성에 오르기 전에 사비도성 체험관에 들러 3D 체험을 해보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영상 시대답게 그 옛날의 역사적 현장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다.


밖으로 나와 부여의 왕궁이 있던 옛터 관북리 유적을 산책하듯 둘러보며 여유를 부려본다. 부여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왕궁터를 언제라도 산책할 수 있으니 참 좋겠다 생각하면서 부소산성 매표소 앞으로 갔다.

  

 

▲  가을의 부소산성은 가을색을 제대로 보여준다. 지금쯤 서서히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을 것이다.


부소산성의 '부소'는 백제 시대의 말로 소나무를 뜻한다는 얘기가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단풍나무 사이로 역시 소나무는 푸르고 울창하다. 산세는 완만해서 걷기 딱 좋다. 더구나 인적 없는 완전한 비대면의 시간이다. 걷다가 전망 좋은 곳에 누각 반월루가 있어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가는 길마다 표지판이 자세하게 있어서 가고자 하는 길로 들어서면 된다.


낙화암은 그리 멀지 않아 물들기 시작한 단풍 숲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맛이 좋다. 삼천궁녀가 꽃잎처럼 떨어졌다는 곳에 서니 그 시대의 이야기가 백마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듯하다. 부소산성은 무엇보다도 청정했던 숲 내음으로 쾌적했다. 이번 가을 산은 부소산성의 숲이 다한 듯하다.


   

▲  한적한 분위기의 고분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 또한 멀지 않다. 소도시 여행의 이점이다. 시내를 벗어나 동쪽 들길을 잠깐 달리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성벽이 보이고 멀리 고분군이 보인다. 백제 시대에서 지금껏 이어져오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완만한 언덕길 위로 고분군이 가을볕에 잠겨 있다. 사비시대 백제의 왕과 왕족들의 무덤 7기가 모셔졌다. 풍수지리상으로 매우 명당이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양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아름답다. 아무도 없는 고분 주변에 서서 내려다보는 부여의 산하는 가을을 맞는 중이다.

  


▲  길게 이어진 성곽을 따라 걸으면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이 된다.


고분군 바로 옆으로 나성이 인접해 있다. 백제 때 사비성의 외곽을 이룬 토성으로 성곽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백제의 수도 사비를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시설이었다. 특히 동아시아의 외곽성 중에서 가장 이른 사례라고도한다. 총 길이가 6km라 하는데 그 반대편으로는 백마강이 흐르고 있다. 이번 부여 여행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이 나성을 모두 걸어보지 못한 일이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온다면 나성을 끝까지 걸어볼 참이다.



그리고 백제문화의 상징이 된 금동대향로(국보 287호)가 발굴되었고 그 현장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서 이 또한 볼 만하다. 그뿐 아니라 나성 입구에 백제 역사를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콘텐츠 구축 완료한 아트 뮤지엄이 고분 모양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자그마하지만 소도시 어딜 가나 백제의 이야기가 배어 있는 부여다. 1400년 전 백제문화의 정수를 부여 한 바퀴를 돌면서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하루쯤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역사의 저편으로 화려했던 태평성대도 있었지만 잦은 부침에 한 많던 옛터엔 가을이 시작되었다. 지금쯤 단풍이 반쯤 더 물들었겠다.








https://news.v.daum.net/v/2021100808450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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