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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08. 2021

지리산 남원골의 맛 몇 가지~

가을의 남원 맛집







컴퓨터 폴더를 뒤적이며 이번 지리산 여행길의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먹거리 사진이 몇 개 보인다. 요즘은 어딜 가나 맛집 풍년이다. 굳이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지만 그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맛있다고 소문난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보는 편이긴 하다. 남원이 큰 도시는 아니다 보니 지나다 보면 알려진듯한 맛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엔 그러다 우연찮게 맛집이라 알려진 곳에도 들르게 되었다.



지리산을 오가는 길가에 사과 과수원이 이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그 길가의 집집마다 가게마다 사과가 풍성하다. 한 상자 사는데 덤으로 잔뜩 얹어준 푸짐한 인심으상자 뚜껑이 안 닫힌다. 번쩍 들어 자동차 트렁크에 실으니 돌아오면서도 내가 가을 수확한 것처럼 괜히 기분 좋고 든든하다.




점심으로 매콤한 것이 당긴다. 마침 맛있는 오징어볶음 집이 있다 하여 찾아갔다. 문 앞에 서너 명 서 있다. 아이들처럼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은 딱 질색인데... 다시 다른 곳으로 가는 시간이나 잠깐 기다리는 것이나 뭐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그냥 기다렸다. 그런데 잠깐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15분이나...


어쨌든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고 하기 일쑤지만 다행히도 맛있다. 밥 볶아 먹을 건지 물어본다. 그렇다 하면 추가로 참기름 두 바퀴와 김가루를 얹어 준다. 암튼 성공적인 선택이다.




점심을 먹고 거리를 지나는데 앗, 저거... 나도 모르게 외쳤다. 검색하다 이 도시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을 얼핏 보았는데 바로 그 집을 지나고 있었다. 줄 서는 집이라 들었는데 아무도 없다. 얼른 가서 한 봉다리 사 와야지 하고 갔더니 문이 잠겼다. 어?... 손잡이 옆에 1시 30분에 열린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10분쯤 남았는데 기다릴 생각이 없다.


돌아서는데 빵집을 향해서 오는 네 명의 한 가족이 얼른 와서 맨 앞에 줄을 선다. 나도 모르게 가던 발걸음을 돌려 슬그머니 그들 뒤에 줄을 섰다. 곧바로 1시 30분에 문이 열리고 번호표를 준다. 뭐지? 그냥 들어가서 사는 게 아니었남? 두 팀씩 들어오라고 한다. 이 집의 시그니처라 하는 꿀아몬드와 생크림 슈보르를 사 가지고 나오니 세상에나... 스무 명쯤이 문밖에 줄을 서고 있었다.




지리산 뱀사골을 나와 서울로 향하기 전 밥을 먹어야 했다. 죽 늘어선 산채백반집 중에서 적당한 곳으로 들어갔더니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사진이 보인다. 그렇다면 검증된 건가...


서른몇 가지의 나물이 식탁 위를 뒤덮고 김치찌개와 황태해장국, 들깨 두부찌개가 중심에 놓인다. 이렇게 서른 가지가 넘는 나물 접시가 2층으로 겹치도록 놓아가며 내놓아야 하는 건지. 지리산 입구의 남원답게 약초와 나물을 이용한 먹거리가 풍부함을 이렇게 보여준다. 암튼 개인적으로 엄지 척! 은 아니어도 대부분 무난했다. 생소했던 들깨 두부찌개가 나름 특별했다.




고추를 말리고, 오미자가 말라가고 저장을 위한 나물들이 가을볕에서 바스락하게 말라가고 있는걸 흔하게 본다. 감나무에는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집집마다 가게마다 곶감이 달콤하게 매달려 있기도 했다. 역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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