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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18. 2021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단풍이 절정인 가을날, 우연히 숲 속 결혼식을 보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이제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때론 경제적 문제로 발생하는 불편이 따르기도 한다. 더구나 코로나19라는 재앙 이후로 시. 공간적 제약도 생겨났다. 더러는 축복하고픈 자리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주변 지인들만 모여서 축소된 소규모의 결혼식이기 일쑤였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달라질 듯 함을 예측해 본다.      

장소 또한 다양해졌다. 예식장이거나 카페 공간이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거나 야외에서 그들만의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의미는 찾을 수 있다. 당사자 두 사람만의 뜻깊은 의미를 품을 수 있다면 더없는 축복이다. 이처럼 결혼식에 따른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듯한 시절이기도 하다. 

       

▲ 가을 절정의 지리산 뱀사골에서는 단풍이 흩날리는 풍경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었다.


얼마 전(11.3일) 그런 특별한 결혼식의 풍경 속에서 가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던 적이 있었다. 해발 약 800m 정도 높이의 지리산 중턱쯤의 숲 속에서 맞닥뜨리게 된 그 결혼식은 단순히 은유로써의 숲 속 결혼식이 아니었다. 이건 말 그대로 정말 리얼, 찐, 진짜 숲 속 결혼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 뱀사골의 가을 단풍이 절정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이토록 아름다운 결혼식을 만날 수 있었다니.

지리산 뱀사골을 향해 걸어가는 숲길은 온 산하가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이었다. 이런 풍광 속에 잠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천년송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가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함께 말없이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이 어쩐지 이심전심으로 행복감 충만일 거란 생각도 했다. 웅장한 지리산의 대자연 속에 잠겨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일이 아닐지.


       

그렇게 지리산 와운마을의 천년송을 향하면서 뜻밖의 풍경 속으로 들게 되었다. 

마을 주민 두 쌍이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전통혼례식을 진행하려는 중이라는 것이다.


천년송 인근에 설치된 전통혼례식 조형물이 먼저 반겼다. 바로 옆으로 신랑이 가마에 타고 있었고 연지곤지를 바르고 머리에 족두리를 얹은 신부가 가마 안에 들어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두 분의 신랑 신부와 가마꾼들, 주변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진행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리산의 가을 단풍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리산 뱀사골의 와운 명품마을 뒷산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아름다운 천년송(천연기념물 제424호)이 수호신처럼 서 있다. 20m의 키와 12m 폭으로 장엄한 기품을 풍긴다. 마치 마을을 감싸듯 우산 모양의 생김새로 뱀사골 상류의 산자락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름도 누워간다는 뜻의 와운(臥雲)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천년송이라 부르면서 해마다 전통적인 방식의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남원골 와운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신성한 천년송은 진정한 수호신인 것이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기도를 올리거나 후손을 얻기 위한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 유서 깊은 노거목이다. 일명 할머니 송 이라고도 불리는데 20m 거리에 할아버지 나무도 자생하고 있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다. 바라만 보아도 든든하다.


               

마침 이날은 전북 남원골의 지리산 천년송 아래서 두 커플이 전통혼례를 올리는 날이었다. 이번 전통혼례식은 국립공원공단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계승을 위한 일로써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두 쌍의 부부를 선정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발열 확인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거친 후 천년송 가까이 다가가니 축하공연이 한창이다. 단풍 숲 속으로 남원시립농악단의 풍악과 판소리가 울려 퍼진다. 명창이 나와서 부채를 활짝 펼치며 사랑가를 부르고 산에 오른 모든 이들의 추임새가 높아지고 축복이 넘치고 있었다.


진행하는 이들이나 산행꾼들이나 다들 들뜬 모습이다.

가을바람에 단풍이 날리고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오른 산 위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보며 덕분에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 지리산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매년 이맘때 개최한다고 한다.
▲ 드디어 화촉을 밝히고 두근두근 두 커플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 이히~이히~ 이~~~ 내 사랑이로다. 아~~ 매~도 내 사랑아... 탐방객들의 축하와 함께 천년송 아래의 혼례식에서 우리의 소리 사랑가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축하공연에 이어서 신랑과 신부를 태운 가마 행렬이 도착하고 화촉을 밝혀 아름다운 전통 방식의 혼례식은 멋지게 치러졌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뱀사골의 수려한 천년송 아래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커플, 그분들의 얼굴에 덤덤한 듯 연륜 깊은 신뢰와 사랑이 엿보인다. 기나긴 나날 동안 세월의 고단함도 견뎌냈기에 이 가을의 눈부신 단풍과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년송 아래 나란히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일평생 소중한 추억이 될 그분들의 여정에 함께 했음이 뿌듯하다. 천년송처럼 행복하게 천만년 사시기를 기원하며 나도 모르게 가슴 찡한 축복을 마음껏 보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85761&CMPT_CD=SEARCH

https://50plus.or.kr/ssc/detail.do?id=1498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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