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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08. 2022

잠깐 달려서 빵빵한 문화충전, 진천 백곡면 권역

문화 예술은 덤이다. 한나절 생거진천(生居鎭川)으로





         


갑자기 분주해지는 느낌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완화 전환으로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건 아닌지 싶다. 조금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게 원 위치로 돌아온 것도 아닌데 급히 허둥대는 것처럼 보인다. 견뎌온 날들만큼 추슬러야 할 시간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때마침 느긋하게 찾아볼만한 진천의 산하가 있다.     


충북 진천을 말할 때 입말처럼 으레 따라붙는 게 생거진천(生居鎭川)이다. 문득 떠나볼까 하면서 핸들을 돌려 달려볼 만한 곳, 예부터 살아서는 진천 땅이 좋다는 생거진천이다. 지금도 풍수적으로 물 좋고 산 좋은 지역인 건 분명하다. 지금껏 진천 땅의 묵묵한 자연만으로도 평온함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곳에 다양한 문화도 덤으로 얹히고 있다. 국도를 달려 진천 땅에 들면 백곡면 권역을 중심으로 한 주변 산천과 몇 군데 전시관만으로도 허기졌던 마음을 빵빵하게 채워주는 문화충전으로 뿌듯해진다. 


-깊은 산 아래 고풍스러운 고딕 양식으로 호젓하게 자리 잡은 배티성지의 풍경이 편안함을 준다. 


수도권을 벗어나고 굽이굽이 이티재 고갯길을 지나 진천 땅에 진입하면서 배티성지가 나타난다. 이티재(梨峙)는 마치 영화 ET가 떠오르는 외래어 같지만 예전엔 이 고개가 험해서 이틀이나 걸렸다는 이틀재에서 변용되어 이티재라 불린다는 말이 있다. 배티란 말 역시 배나무 리(梨)를 쓰는 걸 보니 동네 어귀의 배나무 고개 동네에서 따온 듯하다. 영어 같지만 우리말의 배티성지(梨峙聖地)다. 아직 멀리 오진 않았지만 이쯤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만한 위치다.   


               

-경건해지는 성당 내부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은은한 자연 채광이 아름다운 색감으로 비추인다.  

  

성당이 바로 길옆에 위치해서 들르기도 쉽다. 길옆인데도 고요함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광장 앞으로 고딕 양식의 붉은 성당 건물이 단정하다. 배티성지는 한국 천주교사에 중요한 조선시대의 성지다. 신유박해부터 병인박해까지 기나긴 박해를 피해 조성했던 비밀 신앙공동체로 형성되어온 성지다.  


성당 옆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면 나타나는 배티성지 순례길. 길 양쪽으로 들꽃과 신록으로 싱그럽다. 걷다 보면 십자가 길이 시작되고 마음 담아 초를 봉헌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이며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의 박물관도 보인다. 순례의 시간을 갖고자 하거나 호젓한 길을 걷고 싶다면 충만한 시간이 될 것이다. (충청북도 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천주교 배티성지: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배티로 663-13    



-백곡지 참숯 테마공원에서는 전시관과 함께 백곡천이 흐르는 주변의 풍경 속에서 여유로운 휴식과 힐링이 가능한 공원이다. 

   

배티성지에서 10분쯤 더 달리면 나타나는 참숯전시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전에는 산길을 지나거나 숲 쪽으로 들어가면 간혹 숯막이란 걸 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 TV 문학관과 같은 드라마에서 숯을 굽는 움막을 배경으로 했던 옛사람들의 모습도 기억난다. 천주교 박해 시절에 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숯을 구워 팔며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타 지역보다 좋은 참나무가 자랄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보니 우리나라 숯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제는 수요량은 이전과 다르지만 이렇게 숯 이야기와 함께 멋진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숯이란 '신선한 힘'이라는 의미가 있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숯 생활관, 숯의 길 체험관, 숯 역사관, 참숯 마실 축제, 숯부작 체험 등 숯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참숯전시장 앞의 산책길과 공원 놀이터, 맞은편의 찜질방과 판화체험, 먹거리 만들기, 각종 공예체험 등이 가능한 물안뜰 건강체험관 또한 돌아볼만하다. 참숯전시관은 주차료나 입장료도 없다. 

♤참숯전시관: 소재지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면 사송리 74-1. ☎043-539-3737



-도내 최대의 담수량과 최고의 청정수라는 자부심이 큰 백곡 호반. 

  

참숯전시관에서 나와 백곡 호수를 옆으로 두고 지나면서 청정 백곡의 볼거리는 계속 이어진다. 백곡 호수는 진천의 초평 호수와 덕산 호수와 함께 진천 3대 호수로 강태공들이 찾아드는 낚시터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산허리를 휘돌아 산책로를 걷다가 잠시 멈추어 바라보는 호반의 풍경, 계절 따라 어우러지는 물안개가 신비롭다. 곧바로 이어지는 종 박물관과 생거판화미술관이 백곡의 역사테마공원 안에 함께 있다. 한나절 충분한 문화생활과 휴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가끔씩 교외로 훌쩍 나가 일상문화충전을 할 수 있는 하루를 자신에게 선물해 보자. 
-진천의 산하에 탁 트인 개방감으로 조성된 미술관에서 판화라는 장르의 예술을 감상하는 하루... 

     

-백곡의 역사테마공원 안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생거진천 판화미술관과 종 박물관 

판화미술관에서는 마침 다양한 판종의 판화 소장전이 열리고 있었다. 도시에서 뚝 떨어져  나와 들러보는 미술관, 쾌적한 전시장 환경과 함께 여러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도심의 갤러리에서 보던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얻게 된다. 전시관 옆으로는 판화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 교육동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술적 감성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잔뜩 풍요로워지고 스스로 흐뭇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판화 전문 미술관이 진천 백곡의 자연 속에 있었다.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소재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 1504-10 (역사 테마공원 내). ☎(043) 539-3607~9          


        

-세계적으로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전통 종,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한국 종 박물관은 이미 야외 공원에서 두 개의 대형 종이 맞아준다. 누구나 타종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때때로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내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장으로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범종의 유형무형의 유산들이 공존하는 종 전문 박물관이다. 코리안 벨(Korean Bell)이라는 학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 종만이 갖고 있는 신비한 소리, 영혼을 밝히는 울림의 종을 직접 보고 느껴볼 수 있다. 한국종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매년 특별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고 한다.

♤진천 종 박물관: 소재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 1504-12. ☎043) 539-3847~8



-곳곳의 조형물이 노천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공원, 자연스러운 산책로와 체육시설, 복합문화공간을 도심에서 뚝 떨어져 나와 누릴 수 있는 진천 백곡권역의 초여름 풍경이 평화롭다. 


생거판화 전시관과 종 박물관은 역사테마공원과 함께 위치해 있어서 입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먼저 가슴이 탁 트인다. 테마공원 자체가 넓은 부지로 조성되어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나오기 적당하다. 예술적 조형물이 곳곳에서 빛난다. 야외공연장과 각종 운동시설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체험과 휴식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출렁다리를 건너면 힐링 산책로가 예사롭지 않다. 백곡저수지로부터 흐르는 백곡천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 저수지 둑까지 올라갈 수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산책하듯 걷는 이들이 보인다. 간간이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전동 킥보드를 탄 사람들이 휙휙 지나간다. 이 모든 게 편안하다.     




☞Info 수도권 근교 당일여행

♤자동차: 서울 기준 2시간 정도

♤서울 출발- 안성 IC- 배티성지- 참숯 박물관. 물안뜰 건강체험관- 백곡 호수- (역사테마공원) 생거판화미술관 ‧ 종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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