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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하루쯤 섬 여행 어때?

-섬 속의 섬으로 달리다. 석모도

by 리즈







-섬 속의 섬으로 달리다. 석모도

섬에 드는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아니어도 이런 날씨도 나름 괜찮다. 날이 좋지 않아서 하늘 사진이 이쁘게 찍히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날들이 고마운 건 무조건 긍정 마인드이기 때문은 아니다. 아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준 것이 아닐지. 나이를 먹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날씨는 짓궂더라도 섬이 주는 위로를 기대하며 출발~



-섬을 잇다, 석모대교


눈앞으로 다가오는 흐린 날의 강화 본섬은 안개섬처럼 신비롭다. 하늘은 흐렸고 강화대교 아래 서해가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곧 이어서 나타난 긴 교량.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席毛大橋). 예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갔던 섬이었는데 2017년 석모대교의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당일여행으로 언제든지 쉽게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석모도 여행의 시작은 이젠 석모대교다. 참고로 석모도를 건너 좌측으로 돌면 바로 언덕 위로 미니공원과 함께 전망대가 있어서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와 서해의 출렁이는 바닷물 줄기를 상쾌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섬을 쉽게 건넜으니 지금부턴 마음껏 달리며 돌아볼 차례다. 긴 다리 하나가 주는 편리함으로 실컷 석모도를 놀아보면 된다. 자동차를 달려 알찬 하루 코스 강화 섬 속의 섬 석모도다.




-나룻 부리항과 어류정항


먼저 가까운 나룻부리항을 들러본다. 강화나들길 11코스에 속한다. 한때 여객선이 드나들던 항구였지만 이젠 나룻부리항 시장으로 그 기능을 대신하는 중이었다. 오가는 이 드문 어시장 뒤로 오도카니 섬을 띄운 바다 위로 갈매기의 날갯짓이 한가롭다.




나룻부리항과 어류정항은 가까이 있어서 간 김에 두 곳을 다 돌아보는 것도 좋다. 어류정항은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곳으로 수산물직판장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은 한산하다. 한적한 항구에서 맞닥뜨린 세찬 바닷바람에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사람 없는 한적한 바닷가 바로 옆을 달리다 보면 섬의 길목마다 손맛 좋은 집과 전망 좋은 카페가 기다린다. 자동차로 섬에 와서 풍경 좋은 구간에선 우선 멈춤이다. 낯선 포구와 산길 어디든 걷기도 좋다. 석모도 바람길이란 이름에 걸맞다. 다만 어쩌다 유실지뢰 주의하라고, 해안 출입금지라 하여 북쪽과 가까운 최전방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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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갯벌. 노을. 생태의 민머루 해수욕장과 언덕 너머 호젓한 장구너머항


어류정항에서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며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민머루 해변이 있다. 민머루의 바다의 고운 모래 덕분에 걸을 때 발에 힘이 들어간다. 군데군데 모래밭 텐트 속에선 캠핑족들의 정담이 두런두런 들린다. 걷다 보면 조용히 캠핑의자에 앉아 먼바다를 내다보며 여유롭게 힐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또한 힐링이다. 물이 빠지면 드러난 뻘 위로 생물들이 꼬물거리는 게 생생하다. 이럴 때 맨발로 갯벌의 감촉을 맛보아야 한다. 수십만 평의 드넓은 갯벌 위로 갈매기가 사람과 공존하는 바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태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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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루에서 서쪽으로 언덕을 올라 넘어가면 자그마한 항구가 나온다. 산마루가 장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장구너머항이다. 오르는 길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민머루의 질박한 풍경이 운치 있다. 뒤엉킨 그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갯벌 위엔 바다새와 고깃배가 쉬고 있다. 방파제와 물량장이 있고 횟집과 수산물 판매하는 집 역시 한가롭다. 이 모든 게 그림처럼 아름다운 민머루엘 가면 빠뜨리지 말고 들러야 할 스폿이다.




-서해의 풍광을 품은 사찰, 보문사


석모도라 하면 천년고찰 보문사를 누구라도 떠올린다.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과 함께 이 땅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이다. 문제는 오르막 입구부터 가파르다. 대웅전 진입까지 10분 이내의 거리지만 숨이 턱까지 찬다. 이럴 때 필요하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승합차를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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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마당에 들자마자 열반에 드는 부처의 모습을 한 거대한 와불과 사리탑을 중심으로 오백나한이 맞는다. 옆으로 석굴암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진 석실 동굴은 보문사의 명물이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용왕전, 삼성각, 선각, 범종각 등의 문화재가 줄줄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역사와 유적으로 가치를 내세운다지만 오랜 고목 아래서 땀을 식히는 이들에겐 그 앞마당에서 수백 년 자리를 지킨 향나무의 그늘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지 않고 바다가 내다보이는 서해의 풍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보문사를 품은 낙가산은 그리 높지 않은데 가파른 오르막은 또 있다. 보문사 꼭대기의 마애 관세음보살이 400여 개의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야 한다. 이곳에선 이른바 눈썹 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을 마주하고 앉아 경건하게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기도발이 아주 좋은 곳이라 알려져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서해의 노천탕, 석모도 미네랄 온천욕


보문사에서 3분 거리에 뜨거운 해양 심층 온천수가 솟아난다. 입구에 들어서니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가 앞서 달려가면 말한다. "난 여기 오는 게 제일 좋아" 아이들에겐 따끈한 물놀이일 수도 있겠다. 가족들이 온천탕에 발을 담그고 앉아 몸과 마음을 씻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다.


강화 석모도 미네랄 온천탕은 바다와 인접한 노천탕으로 매일 천연 그대로의 원수로만 사용된다고 한다. 60도가 넘는 특급 온천수다. 노천탕뿐 아니라 황토방, 족욕탕, 실내탕이 따로 있다. 관절염, 근육통,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험이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무엇보다도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노을 무렵에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환상적인 풍광에 푹 빠져볼 수 있다.




-석모도 수목원과 휴양림


이제 막 푸릇푸릇해지기 시작했다. 머잖아 온몸으로 숲 기운을 받으며 산책하고 사랑스러운 장미터널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수목원은 지금 신록이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석모리 일대의 계곡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었다. 특히 숲 체험 프로그램으로 목공예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고 갖가지 테마식물원, 생태체험관 전시온실 등 테마별 탐방을 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배우는 시간이 된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숲과 자연을 교감하는 기회다. 수목원 입장료는 무료다. 예까지 왔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수목원 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에서 하루나 이틀쯤 머물며 푹 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 이제 초록 초록한 색감 속으로 들어가 보는 초여름이다.






☞Info 자동차로 석모도 당일여행

♤자동차로 서울 기준 당일여행: 자동차로 1시간 30분~2시간 소요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산 154-1

♤여행코스: 석모대교→(2분)나룻부리항→(3분)어류정항→(10분)민머루해변→(10분)보문사→(2분)미네랄온천→(10분)석모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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