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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20. 2022

2022. 꽃무릇의 계절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 망해사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어느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여인에게 반하게 되어 가슴앓이를 하다가 상사병으로 쓰러졌는데 그 자리에 핀 꽃이 꽃무릇이라는 꽃의 전설, 더러는 스님과 여인의 입장이 그 반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꽃무릇이 사찰 주변에 많은 이유는, 꽃무릇 알뿌리에 강한 독성이 있는데 책이나 사찰의 단청, 탱화 등에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꽃무릇을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심게 된 꽃무릇이 세월이 지나 이런 번식력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




고창 선운사 2022.9.17


꽃말은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잎이 무성한 겨울, 잎이 한 장조차 없는 한여름엔 긴 목 대위로 강렬한 붉음으로 화려한 꽃을 피운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슬픈 꽃,  ‘슬픈 기억’, '슬픈 추억'... 꽃말의 대부분이 슬픈 전설을 담은 것이 많은 건 무슨 이유일까.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우리나라 3대 꽃 무릇 군락지로 알려진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2022.9.17


꽃무릇 Red spider lily

짙은 선홍색으로 화려함이 두말할 것 없다.

누군가는 바닥에 불난 것 같다고도 말했다.



2022.9.17 고창 선운사


초가을의 선운사는 꽃무릇이 지천이다.

길가나 나무 아래 불난 듯 꽃밭을 이룬 군락지를 지나

도솔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꽃무릇이 운치 있다.   

개인적으로 선운사는 가을과 겨울이 좋다.



선운사 만세루


꽃만큼 사람도 많아

다 접어두고

좋은 친구와 만세루에 앉아

조용히 선운사의 발효차를 즐기며

하세월 앉아있었다.

좋은 이야기들, 좋은 시간...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선운사 들기 전 새벽엔 불갑사엘 먼저 갔었다.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너무 잘 부른다. 누구지? 다가가 보았더니 가수 '수와진'이란다. 전국 각지에서 재능기부를 통한 거리모금과 행사에 앞장선다는 이야기는 기사를 통해 본 듯한데 아직도 이렇게 거리공연 중이었다. 꽃무릇이 지천인 불갑사 가는 길에 수와진의 버스킹 무대가 빛났다.

(정확히는 안상수 안상진 쌍둥이 형제 중에서 동생 안상진의 사고로 형 안상수 혼자 솔로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상사화            

-정태중 


초록 바람이 스치는 잎새에

정열의 붉은 입술 내밀면

아쉬운 사랑이 등 떠밀며 눈물 떨구네

한날한시가 아니어서 마음만 붉으래

너를 향한 애틋함 하늘을 닿고

오작교 그리운 마음으로 별빛만 주워보네  




전남 영광 불갑사. 2022.9.17


꽃무릇         

-강순옥 


사랑하면/그러나 봐

너무 예뻐서/말을 잃어버렸다

창조주의/사랑도 잃은 채

뿌리 박힌/소나무처럼

그녀 앞에서/심장만 뛰고 있다.  



고창 선운사. 2022.9.17



꽃무릇         

-백오 이승기 


물 위에 켜진 램프의 빛

연접, 이접의 다양한 촛불

오직 하늘만 향한 하얀 불빛

질료 속 형식마다 달리 붉다.

실체의 다름

틈새, 사이, 초월 속

시간의 등지느러미 안으니

시간 아니 공간만 분주하다.

중략...



김제 사찰 금산사, 적멸보궁 오르는 계단 옆 2022.9.15


꽃무릇           

-전수덕 


사찰 가 선홍빛으로 물들인

연유는 무엇일까

스님과 처자의 이루지 못한

간절하고 애틋한

짝사랑의 화신이런가

두 가슴에 깊이 숨겨둔

비애(悲哀)이며 비련(悲戀)이어라

중략...





김제 망해사 옆으로... 2022.9.14


상사화 (꽃무릇)    

-정란희 


어디서 온 아픔인가

가녀린 그녀, 분홍빛 얼굴 사이로

이슬이 맺혀 반짝이는구나.

그 어떤 슬픔이 있기에

이 짙은 노염 속에서도

그리 파르르 떨고 있는가.

눈 안에 터질 듯 그렁그렁 맺혀서는

우수수 떨어져서 바닥을 적시는구나.

낭군님인가, 자식들인가, 아님 세상살이던가

모든 것 툭툭 털어버리고

그냥 그렇게 지나다 보면 잊게 될 것을...  



고창 선운사 2022.9.17


상사화의 이별         -

槿岩유응교 


서로 위로하며 두 손 잡고 싶지만

서로 위로하지 못함은

얼마나 외로울까요?

그러나 저는 석 달 열흘

묵언 정진이 끝나는 그날까지

이 숲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중략...



선운사 2022.9.17


상사화(相思花)       

-정상화(鄭相和) 


삶이 왜 이리 엇갈린가요

모두가 그런 건지

그 흔한 웃음 한 번 그려 드리지

못한 체 살아야 하는 건가요

고운 손 바르르 떨며

잡으려 잡으려다 여름 이슬로

놓쳐버린 아픔 어찌할까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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