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숲에 들다.
산소에 갔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풀섶이 높아져 있었다. 풀이 많이 나 있는 부모님 산소 앞에 꽃을 놓고 술을 부어드리고 절을 했다. 따로 준비해 간 꽃다발을 오빠 묘지석 앞에도 놓고 인사했다. 너무너무 보고 싶은 우리 오빠. 이럴 때만 비로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지나간 시간들이 마음 가득 차오른다. 늘 생각하고 그리워하는데도 이렇게 찾아와야만 진심으로 그 세월들이 되짚어진다.
온 산이 푸르다. 산속의 초록빛이 이렇구나 느낀다. 사진이나 그림 속의 초록빛과는 다르다. 노란빛이 눈꼽만큼 깃든 녹색이 아닌 오히려 희끗한 빛이 깃든 초록이다. 바람결에 초록의 그 희끗함이 보인다. 겸손한 초록빛이라고나 할까 그런... 초록의 울창함에 둘러싸여 본다. 그리고 진정한 고요함. 하늘까지 푸르다.
산 길을 내려오면서 쑥을 뜯었다. 이미 다 자라서 쑥의 순이 있는 윗부분만 조금씩 한 줌 정도만 땄다. 청정 산속에서 지천으로 자라 군락을 이룬 쑥이 꽃 보다 비길 수 없이 이쁘다.
자연 속에서 마음대로 피어난 찔레꽃이 숲 속에서 환하다. 손톱만 한 노란 꽃도 초여름볕에 눈부시다. 제비꽃도 나 여기 있어요 한다. 군데군데 보랏빛 엉겅퀴의 미모가 눈에 들어온다.
수풀 속에서 마음대로 자라난 자연 그대로의 꽃들이 고개만 한 바퀴 돌리면 셀 수도 없이 나타난다. 신난다 고맙다 이런 마음이다. 종일 한낮 그 숲 그늘에 푹 잠겨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 싶었다.
산길을 내려와 달리는 길에 삼십 분쯤 거리의 언니의 집에 전화를 했다. 들렀다 가라고 성화다. 사실 들르고 싶어서 연락해 본 것이었다.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혹시 바쁜 시간 방해하는 게 아닌가 먼저 눈치를 살피는 전화였다.
문 밖 계단으로 내려와 맞아준 언니의 모습이 괜찮다. 혹시 더 늙었거나 쓸쓸함이 보일까 봐 속으로 걱정되었었다. 정확히는 올케언니다. 오빠의 아내. 혼자 지내는 시간을 씩씩하게 잘 꾸리는 듯하다.(https://brunch.co.kr/@hsleey0yb/57). 일과 운동, 아이들 이야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 두런두런 이심전심, 잘 지내시는 모습 어찌나 세상 감사한 일인지.
살림꾼 언니가 자동차 트렁크 속에 잔뜩 채워준 전리품이 우리 집 주방에 가득하다. 된장, 고추장, 장아찌류 몇 가지, 고춧잎나물, 다진 마늘, 텃밭 상추, 샐러드 채소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담긴 문자 몇 줄. 감사함, 두말하면 잔소리다.
충만함, 진심으로 고마움이 넘치는 오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