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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22. 2023

파주, 평화곤돌라 타고 민통선 다녀오기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



 



살짝 느껴지는 바람에도 와락 반갑다. 어느덧 서늘한 가을바람이다.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 따라 가볍게 나서본다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파주는 볼거리가 풍부한 동네다. 책 속에 파묻혀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수목원도 멋지다. 예술인들의 공동체마을을 돌아보며 문화 향유의 시간을 가져보거나, 나무그늘을 따라 천천히 걸어볼 수 있는 둘레길이나 생태탐방로도 좋다. 물론 오래된 사찰이나 요즘 어느 지역에서나 유행처럼 볼 수 있는 출렁다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차츰 하늘이 높고 푸르러지는 때에 평화의 꿈을 향한 파주만의 특별한 장소가 또 있다.
  
파주는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북쪽과 근접한 도시다. 그중에 임진각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민족의 아픔을 지닌 나라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곳이다. 이제는 안보의 요충지이자 평화의 미래를 향한 화합의 장으로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하루쯤 떠난 나들이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고 분단민족의 현실을 돌아볼 수도 있다. 기왕 예까지 왔다면 국내 최초로 민통선 구간을 오가는 왕복 1.7㎞ 길이의 평화곤돌라를 타보는 것도 의미 있다. 


 

곤돌라를 이용하려면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파주 임진강의 민통선 지역이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라 신분 확인이 필수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인적사항과 보안 서약서를 작성해야만 매표소에서 곤돌라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이용시간:09시~17시 40분  
★이용가격:-파주시민 일반 5,500원/크리스털 7,000원 //경로 우대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8000원 // 36개월 미만은 무료이며 증빙서류를 지참 // 인터넷을 이용하면 1천 원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일반인: -크리스털캐빈 성인 14,000. 소인 12,000(36개월 이상~13세)
           -일반캐빈 성인 11,000. 소인 9,000



3층 곤돌라 탑승장으로 올라가면 푸름 가득한 하늘이 맞는다. 오고 가는 곤돌라와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임진각에서 임진강을 건너 민간인 출입통제선 지역인 군내면까지 850m 구간을 운행하는 평화곤돌라에 오르면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탑승시간은 7~8분 정도이지만 곤돌라 안에서 자유의 다리와 독개다리도 내려다 보인다. 강변 쪽 좁다란 오르막으로 철책과 초소가 눈에 띈다. 인적 없는 고요한 들판이 이곳이 민통선 지역임을 다시 일깨운다. 




도착지에서 곧바로 '여기는 하늘길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분단의 땅임을 금방 눈으로 확인시킨다. 곧바로 dmz 위험표시판도 보인다. 확실히 북쪽으로 넘어온 모양이다. 어쩐지 미지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마주 보이는 방금 전의 임진각 저쪽으로 평화누리공원도 어렴풋한데 이쪽에서는 미사일 금지구역이라거나 저격 위험구역, 지뢰 위험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얼핏 살벌한 듯하지만 둘러보면 오히려 아늑하고 평화롭다. 


 

dmz 스테이션에서는 두 갈래의 길을 따라 볼거리가 있다. 임진각 전망대와 갤러리 그리브스 전시관이 양쪽으로 있어 어느 곳이든 발길 따라가면 된다. 5분쯤 가파른 언덕을 걸어가면 나타나는 갤러리 그리브스는 숨겨진 거대한 요새처럼 보인다. 

이곳은 과거 미군들이 지내던 볼링장이었다는데 제법 넓다. 외부와 내부의 철골구조와 과거의 모습은 유지한 채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시설로 재탄생된 갤러리다. 멋지게 변신한 내부에 드니 다양한 아카이브를 보여준다.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사진작품들은 한국전쟁이 단순한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 시절을 겪어내야만 했던 젊은 학도병들과 해외 파병 용사들의 아픔과 의지가 생생히 전달된다. 연중 상시 진행되는 현재 전시는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젊은 날’이다.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간 소시민들과 그들의 의지를 담은 이야기, 현장의 생활용품이나 유품들과 사진들이 새삼 전율을 일으킨다. 특히 입체상영관에서 본 학도병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는 마음을 찡하게 했다. 어린 나이에 참전하여 전쟁의 공포와 부모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한 3분 정도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편지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꼭 살아서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아니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갤러리 그리브스 전시관 건너편의 임진각 전망대에는 도보다리와 평화 등대 등을 재현해 놓았고 몇몇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도보다리와 맞닿은 평화염원 평화정과 월경방지 표지판을 지나 철조망 앞에 서면 파주가 넓게 내려다보인다. 



 

곤돌라를 이용한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다시 되돌아온 임진각 주변의 평화로움이 새삼 다른 시선으로 보인다. 평화누리 공원의 대형 잔디 언덕에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거리낌 없이 자유롭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손잡고 걷는 연인들이 이쁘고 단체 무리들의 점프놀이도 즐겁다. 알록달록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아이가 띄운 연은 푸른 하늘에 닿을 듯 날아오른다. 


바람의 언덕에 서면 몇 점의 눈길을 끄는 조형물을 보게 된다. 철근과 대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크기가 각기 다른 4개의 조형물이 북쪽을 향하고 있다. 통일 염원을 담은 '통일 부르기'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평화누리공원을 생각하면 누구나 맨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다. 


주변으로 무수한 파이프를 이용한 ‘판문점선언 기념조형물’이란 작품, 지뢰 도발로 잃은 장병의 다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평화의 발, 솟대작품 등 바람 따라 걷다 보면 마음 뭉클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3만여 평의 널따란 잔디언덕에 평화가 깃든 자연친화적 휴식처 파주다. 



-주변 둘러보기


실향민들이 명절에 많이 찾는 망배단 앞으로 한 번쯤 다가가 보는 것도 특별하다. 평화의 종각은 티켓을 구입하면 타종이 가능하다. 물론 임진각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인적이 거의 없는 산과 들을 살펴보는 것도 느낌이 남다르다. 


독개다리 부근의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은 6.25 전쟁 당시 1,000여 발의 총탄 흔적을 입은 채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치열함을 가늠해 볼 만하다. 주변으로 독개다리와 지하벙커 전시관도 입장 가능하다. 
 



임진각 기념탑 옆에는 국립 6.25 전쟁 납북자기념관도 있다. 입구의 철도 위로 가끔씩 앙증맞은 빨간색 모형 기차가 달린다. 태극기를 달고 기적을 울리며 천천히 달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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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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