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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Oct 26. 2023

가을 숲으로의 초대, 전주수목원

-가을이 깃들기 시작한 전주 수목원과 한옥마을을 걷다

-한달전 이야기임        




전주라 하면 몇 군데 여행지가 얼핏 떠오를 것이다. 예스럽고 한국적인 멋을 이야기할 때 누구라도 쉽게 전주를 꼽는다. 외국 여행자들 또한 한국의 전통 도시를 찾아 전주로 떠난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옛 맛이 앞서기도 한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주의 확실한 키워드인 한옥마을이나 비빔밥 말고도  또 있다.     

전주수목원 가는 길

울울창창한 초록 숲의 수목원을 유유하게 이끌어 온 지 50년이 다 되어간다. 전주수목원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비영리수목원이다. 그래서 수목원의 정확한 명칭은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려 전주 ic로 들자마자 5분쯤의 거리여서 찾아가기도 쉽다.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전주수목원은 1970년 호남고속도로 건설에 따라 유휴지가 발생하여 한국도로공사에서 전주묘포장으로 조성한 것이 시작이었다. 초반에는 수목원 조성을 위한 식물종을 수집했고 차츰 자리 잡으면서 전주묘포장이 전주수목원으로 개칭되었다. 1990년대부터 일반인들에게 무료개방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숲을 찾는 이들에게 청량한 숲과 여가를 제공하는 힐링숲이다.   

    


입구에 발을 들이면서 안내도만 보아도 수목원의 규모가 상당하다. 37개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다 돌아보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습지원, 교재원, 계류원, 무궁화원, 들풀원, 죽림원, 일반식물원, 약초원, 남부수종원, 유리온실, 장미원, 암석원 등의 주제원, 교육원, 학습장, 실습장, 관찰장 등을 꼼꼼히 들여다본다면 마음속 가득 풍성한 식물 이야기가 채워진다.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푸르다. 숲이 넓다 보니 구경하기보다는 느끼고 누리면서 쉼을 얻으려 한다면 각자 기호에 맞는 몇 군데를 골라서 방향을 잡아도 된다. 이럴 땐 계절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봄에는 장미원이 화려하다. 한옥의 기와와 담장을 배경으로 장미꽃이 만개한 장미원은 봄날의 꿈을 꾸는 기억을 갖게 할 것이다. 초록초록한 여름과 가을색이 짙어가는 풍경, 그리고 수목원의 겨울이 제각각의 멋을 보여준다.    

          


어쩌다 시간이 잘 맞으면 숲과 어우러진 숲 속 미술 전시를 마주할 수도 있고 다양한 기획전시도 만날 수 있다. 수목원이라는 멋진 공간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무수한 수목과 잡초까지 생태와 정원문화 경험으로 활력 충전의 기회를 얻는다.   

  

한옥풍 벽면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옛 양반댁을 지나는 기분이다. 그 길을 따라 수생식물원이 이어진다. 연못과 함께 있는 풍경쉼터 주변에 걸터앉아 풍류에 빠져본들 어떠랴. 몇 걸음씩 이동하면서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이 참 잘 관리되고 있구나를 느끼게 된다. 이런 자연을 보존하느라 애쓰고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수목원이어서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숲에 파묻혀 있다 보면 알싸한 나무향이 폐부 깊이 스며든다. 지지고 볶던 일상의 복잡한 것들을 털어내고 거짓말처럼 편안한 숨을 쉰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죽림원의 숲 그림자와 인증숏을 찍느라 즐거이 움직이는 커플들의 모습도 이쁘다. 새가 날아다니고 나비가 꽃사이로 이리저리 옮겨 앉고 잠자리가 가을하늘로 날아오른다.    

  

말은 줄이고 재충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럴 때 전주로 간다. 정신줄 복잡하게 하는 놀이기구도 없고 알록달록한 포토존도 없는 수목원 여행이다. 전주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숲이 두 팔 벌려 맞아줄 것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광장도 숲 사이로 보이는 신비로운 조각상도 반긴다. 초가을 볕이 내려앉은 청량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도 만난다. 뜨겁던 지난여름의 더위로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다. 치유하는 숲으로의 초대다.      


                


-전주 한옥마을

어차피 전주 왔는데 전주한옥마을을 피할 수는 없다. 너무 티 나게 관광화되어 있어서 더 이상 가볼 생각이 잘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제 한옥마을은 지겹다고 할 만도 한데 거길 가야만 전주를 다녀온 듯하니 뭔 일인지. 하지만 어디든 다시 돌아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만의 끊임없는 노력도 엿보게 된다. 전주수목원에서 자동차로 25분 정도의 거리다.     

     


-한국 첫 순교 터에 세워진 천주교 성지전동성당

한옥마을은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전동성당 부근에서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100년 전통의 전동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지에 세워졌다. 성당의 붉은 외벽이 바랜 듯 오래된 빛깔이다.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교회사적 가치와 문화예술적 건축의 아름다움을 지닌 신앙 문화유산이다. 


이 성당을 짓는데 이용된 흙과 돌들은 인근 풍남문 성벽이 철거되면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성벽이 우리나라 최초 순교자들의 처형장소라는 아이러니한 역사의 한 면을 엿보게 된다. 뒤편으로 성모마리아상과 예수님의 피에타상을 볼 수 있고 사제관이 있다. 특히 배우 전도연과 박신양의 영화 '약속'의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졌다.   

                 


-한옥마을과 오목대

전동성당 맞은편으로 조선시대의 전각인 경기전(慶基殿)을 비롯해서 한옥마을이 쭉 펼쳐진다. 약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전통 한옥마을이다. 이 마을 골목마다 박물관과 체험관, 다양한 전시실이 자리 잡고 있다. 낮은 꽃담이 이어진 좁다랗고 이리저리 뻗은 무수한 골목들이 아름답다.    

          


거리에는 대부분 한복 입은 사람들이 걷고 있어서 일단은 화려하다. 한복을 대여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한복 입은 젊음들 덕분에 한옥마을 거리마다 골목마다 화사하고 활기차다. 먹거리도 넘쳐나서 비빔밥집은 두말할 것도 없고 엽전빵, 회오리감자, 도넛 등의 군것질거리가 끝없이 보인다.  



거리 남동쪽으로 위치한 오목대에 오르면 한옥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원한 전망대가 펼쳐진다. 비로소 한 발짝 떨어져서 한옥마을을 전체적으로 보게 된다. 도심 가득 촘촘한 전통 한옥의 지붕들이 맞닿은 풍경은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연잎 뒤덮인 덕진공원

도심 한복판에 연꽃으로 뒤덮이는 연못이 있다. 덕진공원은 기록에 따르면 옛 전주땅의 완산부에 도읍을 정한 후백제의 견훤이 풍수지리에 따라 연못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현재는 연못 중앙에 아치형 다리를 건너는 풍경이 아련한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풍류가 느껴지는 정자 연화정과 한옥의 멋을 담은 연화정 도서관이 공원의 멋을 더했다. 연못 위로 더러 남아있는 몇 점의 연꽃과 이미 개화시기가 지난 연잎들이 가득하다.   


           

-유난하지 않은 건강 밥상농가

전주는 당연히 비빔밥이라 하겠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이 지역의 수수한 로컬푸드를 맛보는 건 어떨지. 전주 혁신도시 덕진로의 로컬푸드 밥상 '농가'에서는 전북 완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한 소박한 채식 뷔페를 맛볼 수 있다. 같은 건물에 로컬 푸드마켓과 W푸드세러피가 한 건물 안에 있고 문 밖에는 작은 치유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이른바 식품문화복합공간이다. 음식에도 세러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곳에서 진솔한 한 끼를 만나보자. 대체로 간이 세지 않고 슴슴하다. 후식으로 우리밀로 만든 촉촉한 술빵과 현미강정, 독특한 채소의 향이 나는 곰보배추차도 특별하다. 가격은 12000원. 






http://www.gnmirae.or.kr/board/boardview.gn?category=STORY&boardSq=645가을 숲으로의 초대, 전주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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