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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15. 2023

가을을 부탁해, 호수 공원 옆 도서관

-멀지 가지 않아도 운치 있는 사색과 쉼, 젊은 도시 광교

          




사방 천지로 빛이 뿌려진 날들이다. 멈출 수 없는 일상은 늘 촘촘하다. 이럴 때 가뿐히 가볼 수 있는 거리에 들어서 잘 찾아왔다고 스스로 흐뭇해지는 길 위에 서 본다. 굳이 계획을 세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가볍게 나서거나 편안히 자동차 핸들을 돌려서 잠깐만 달리면 닿는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곳, 기분 좋게 훌쩍 길을 나설 수 있는 곳, 광교다.    

 

수원은 당연히 익숙한 도시인데 같은 지역권의 광교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낯설지는 않은데 옆 도시에 비해 어쩐지 새것 느낌이다. 신상품이라는 뜻의 신조어 이른바 신상 또는 '새삥' 기분이랄까. 수원이 18세기 조선의 신도시라면 수원시 영통구에 속하는 광교는 21세기에 조성된 또 다른 신도시다.    


광교가 특별한 것 중에 도시의 녹지율이 40%가 넘는 자연친화적 도시라는 이유도 있다. 그 안에 엄청난 넓이의 호수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걸 부러워할 만하다. 인구밀도도 국내 신도시 중에서 최저다.


무엇보다도 광교라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호수 공원이 도심을 따라 연결되어 있어서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산책코스다. 도서관, 호수, 수목원, 박물관, 미술관, 감성 맛집까지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이 가꾸어나가는 도시의 건물과 건물을 잇는 정감 어린 골목길도 아름다운 것은 라이프스타일을 문화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서인 듯하다.    



-독서 캠핑을 아시나요알싸한 숲 속 도서관 책뜰

요즘 각기 다른 레저활동의 이름으로 호캉스나 차박, 차크닉 문화 등의 다양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독서캠핑, 또는 북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가을이면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끊임없이 말들 한다.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호수를 둘러싼 고요한 숲 속 공간에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은 과연 가능키나 할까.  


   

광교 푸른숲 도서관에 가면 정말 이런 곳이 있다. 푸른숲 도서관은 광교호수공원이라는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푸른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비탈의 기울어진 숲 경사를 그대로 살렸다. 숲 사이에 입체감 있게 설계된 열린 공간 형태의 도서관 외부와 내부 모두 이쁘다. 푸른숲 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한데 여기서 독서 힐링공간으로 '푸른숲 책뜰'이라는 독서캠핑장 콘셉트의 공간이 특별하다.     



도서관 옆의 경사진 숲길 따라 걸어 오르는 길은 비밀스러운 정원에 드는듯한 기분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지막이 말하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그 언덕 나무들 사이에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다섯 개 동의 독립적인 공간 '책뜰'이 앉혀졌다. 백리향. 산수국. 바람꽃. 물봉선. 금강초롱(장애인). 각 캐빈마다 붙여져 있는 이름은 광교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계절 꽃인데 시민들의 제안으로 지어졌다.    



내부에 드니 눈앞에 초록 이끼로 덮인 굵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신비한 트리하우스 느낌이다. 책뜰 주변을 알싸한 숲내음과 푸른 기운으로 감쌌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약 3~4평 정도 넓이의 공간에 편안한 의자 몇 개와 작은 테이블 위엔 책 받침대 하나, 옆쪽으로 안내 자료와 책이 꽂힌 서가가 전부다. 창문을 열면 아담한 전용 테라스도 있다. 문을 닫으면 완전한 소음 차단이다. 빈백 체어에 깊숙이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평온함이 온몸에 퍼진다. 이런 호사라니. 비로소 크게 숨을 쉬고 느리게 책장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누린다. 


사계절 언제나 책을 읽든 숲 멍을 하든 오롯하게 사치스러운 듯 쉼의 시간이다. 3시간의 이용 시간 동안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다. 친구나 연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독서와 힐링의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소풍 나온 만족감과 함께 충분한 사색과 쉼을 주는 3시간이다. 여기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Freiburg Observatory)

푸른 숲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몇 걸음 숲으로 나가 산책길에 들어서면 도서관 뒤편으로 우뚝 선 탑이 보인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Freiburg Observatory). 세계적인 환경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전망대와 같은 형태라고 한다. 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 시가 자매결연을 하여 의미를 더하는 전망대다.     


건물 10층 정도인 3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광교 도심을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각 층마다 카페, 전시관, 쉼터, 전망대가 이어진다.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으로 내려다보이는 원천 호수와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압도적이다. 전망대 밑으로는 '풀빛 누리 광교 생태환경체험교육관'이 있어서 환경을 살피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수 공원 주변 산책길에는 자작나무 쉼터와 하늘정원, 수초 섬 등 계절별 변화하는 호수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운치 있는 자연 생태 속으로신대 호수

광교호수공원 중앙에 조성된 공원 산책로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연결되어 있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였던 신대 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이어진다. 도심 속 호수 공원을 잇는 순환 보행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누린다. 


신대 호수 쪽 수변 보행 데크에 들어서 둑방길 쪽으로 쭉 걸어가면 연꽃이 피어나고 뿔논병아리가 노니는 곳이 나타난다. 이처럼 습지 식물과 야생조류들이 살아있는 생태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안개 낀 이른 새벽의 몽환적 풍경과 해 질 무렵의 노을 풍경이 더없이 멋진 신대 호수는 모든 시민들의 생활 속 휴식공간이다.         

    



-책이 있는 정원문화영흥수목원

빽빽한 빌딩과 아파트의 도심 속에 숲과 연결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새롭게 개원되었다지만 숲 속 산책로가 구현되었다. '더 살아있는 정원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라는 의미를 갖고 정원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온실 앞의 이국적인 풍경을 지나서 아열대 식물을 주제로 꾸며진 온실에는 망고 열매가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끈 것은 수목원 입구의 책마루였다. 이 지역의 식물이나 정원 도구 전시실 등을 돌아보고 나면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마루에 그냥 앉아 책을 읽는다. 숲과 책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광교 박물관아트스페이스 광교

실내에서 즐겨볼 만한 곳으로 우선 광교 박물관이 있다. 광교의 역사와 도시 변천사를 알고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던 소강 민관식 님의 이야기와 올림픽을 비롯해서 한국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하다. 유명 선수들의 기증품도 많이 볼 수 있다. 

    


문화 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광교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갤러리아 광교 옆 수원컨벤션센터 B1에 위치해 있다. 광교중앙역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전시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부분이 무료 관람이다.     




■푸른 숲 도서관 책뜰 이용 방법

-대상: 수원시도서관 관외대출회원(정회원)

-이용 인원:최대 4명. -운영시간: 1회 09:30~12:30 -2회 14:00~17:00 (3시간)

-예약 신청 수원시 도서관 홈페이지(www.suwonlib.go.kr) 「푸른숲 책뜰」

-예약 기간 매월 1일 10시~ 선착순 -이용료: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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