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힐링하는 가을 이야기
도무지 배겨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더위였다.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결과 선선한 기온, 가을을 감지한다. 흔히들 가을만 되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는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독서 관련 문화행사가 열리고 우리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즈음이다.
가을이 되어 훌쩍 떠나고 싶지만 일상을 벗어나기가 여의치 않으면 어떠랴. 생활 주변에서 채울 수 있는 문화충전의 시간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책과 함께 하는 지식과 감성의 문화참여 공간이 기다린다. 이전에 비해 책을 읽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늘어났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경로가 있고,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이 책쉼터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일상 속 가까이에 마련되어 언제라도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 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책과 연관된 정보수집의 공간만이 아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휴식도 겸한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책이 있는 편안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공도서관 몇 군데를 소개해본다.
-수원 광교 푸른 숲 도서관과 숲 속 독서 책뜰
수원의 신도시 광교에 자리 잡은 푸른 숲 도서관은 호수공원이 아름다운 영통구 광교호수로에 위치했다. 주변의 호수와 함께 하는 자연경관이 매력적이어서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수원 푸른 숲 도서관은 가을 나들이 장소로 더없이 좋다. 접근성 및 주변 인프라와 어우러져 수원 시내에서 복합문화공간 느낌이 가장 강한 편이다.
도서관에 들자마자 나타나는 계단형 서가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동하게 한다. 계단참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바로 옆의 창을 통해서 계절 따라 변화하는 바깥풍경을 볼 수 있어서 심신의 안정감도 얻는다. 열람실이나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과 집중적인 공부나 업무를 위한 칸막이 공간 등이 쭉 이어진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독서와 학습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질 만큼 각자의 일에 몰두한 모습이다.
3층 옆으로 난 테라스 밖으로 나가면 도심과 자연공간과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볕 좋고 바람 좋은 날 테라스에 앉아 망중한을 누리며 책을 읽는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도서관 후문으로 광교호수공원과 길이 이어진다. 바로 옆으로 프라이부르크 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다. 전망대 쉼터에서 360도 방향으로 호수공원을 비롯한 광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일몰풍경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푸른 숲 도서관은 숲 속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도서관 부속시설인 '책뜰'이 인기다. 주변 녹지 지형을 살려 다섯 동의 독립적인 공간이 숲 속에 앉혀진 독서캠핑장 성격의 책뜰, 내부는 독서하기 좋은 공간으로 편안한 빈백 체어와 책장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비밀스러운 듯 완벽하게 편안한 오두막에 콕 박혀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채 온통 숲에 둘러싸였다.
소풍 떠나듯 찾아와 누리는 독서캠핑의 즐거움을 마음껏 맛본다. 숲 기운에 푹 파묻혀 일상이 여행이 되는 순간을 누리는 공간이다. 책과 함께 하는 힐링으로 평온한 숲 속 독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원사람만의 행복이다. 매월 도서관 회원들에게 대여하는 책뜰은 예약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망포글빛도서관과 글빛누리공원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수원에 자연을 곁에 둔 또 하나의 도서관이 있다. 망포글빛도서관은 글빛누리공원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한꺼번에 책과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속 농업경관을 테마로 조성된 글빛누리공원은 조경대상에 뽑힐 정도로 생태공원의 자연이 아름답다. 공원 속의 참나무와 메타셰쿼이어 사이의 산책길은 도심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불러온다. 가을이 깊어지면 더욱 멋스러워지는 길이다.‘글의 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망포글빛도서관은 서점 느낌으로 층고가 높고 개방감이 뛰어나 여유로움을 준다. 도서관 앞에 펼쳐진 자연환경을 활용한 지식과 감성의 공간이다.
-지역의 문화공간 남양주 이석영미디어도서관
남양주의 인물로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이 있다. 이 땅의 국민들이 어렵고 힘든 시절에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돕고 나라를 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석영 선생,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보여준 이석영 선생은 이 지역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분의 이름으로 지어진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잘 갖추어진 시설로 알려진 전국 최초의 뉴미디어도서관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실내의 예술적 인테리어 감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간이 널찍하고 여유롭다. 커다란 미디어스크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안내가 바뀌어가면서 이어진다. 도서관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1~4층까지 둘러보면서 부드러운 색감으로 이루어진 실내 덕분에 시종일관 차분하다. 다양한 행사와 공연예술이 펼쳐지고 어디서나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분위기다. 예쁘게 꾸며진 옥상정원은 햇살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휴식공간이다.
-인천 하늘도시 영종도도서관
서울과 가까운 하늘도시 영종, 수도권에서 하루쯤 나들이 삼아 나서면 영종신도시의 바람결을 느끼고 도서관도 들러볼 수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인천국제공항철도로 한 시간 남짓 거리로, 운서역에서 가깝다.
영종도서관은 규모가 크진 않아도 알찬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여느 도서관처럼 도서대출은 물론이고 다양한 미디어정보 제공을 비롯해서 영화상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전자정보실에서는 전자정보제공과 함께 각종 영화와 영상자료를 볼 수 있도록 헤드셋이 구비되어 방해 없이 영상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하에는 휴게실과 소극장도 있어서 시간이 맞으면 영화관람도 가능하다.
-산책로 숲길에서 만나는 양천공원 책쉼터
수만 권의 도서와 문화체험공간을 갖춘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이 아니어도 책을 읽을 공간은 주변에 아주 많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공원과 동네 작은 기관의 도서방이나 소소한 책쉼터도 유용하다. 또는 각 문화 장르별로 특화해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나 마을도서관도 시설이 좋다. 큰 규모가 아니어도 책을 통한 쉼터와 도서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일상 가까이에 있어서 인기다. 서울은 물론이고 각 지역마다 숨은 듯 자리 잡은 작은 도서관과 책쉼터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서울 목동지역의 양천둘레길을 산책하다 보면 날렵한 곡선의 멋진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양천공원 책쉼터는 아파트로 가득 찬 목동지역의 한 공원 안에 조성된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을 만큼 품격 있는 구조와 구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내부공간이 실속 있다. 책과 공원과 놀이터를 연계한 쉼과 치유와 소통의 장으로 건축한 건물이다. 건강한 동네 숲을 옆에 끼고 넓은 공원 한 코너에 자리 잡은 멋진 책쉼터다.
책쉼터 내부 벽면은 다양한 장르의 책으로 가득한 서가로 이어져 있고 어디든 앉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책 읽기 편리하도록 이루어졌다. 대청마루처럼 편히 기대어 앉거나 뒹굴면서 책을 읽어도 좋은 코너도 있고, 미디어활용도 가능하다. 도서관과는 약간 다르게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자유롭다. 도서대출은 안되지만 서가의 책을 마음껏 찾아 읽을 수 있다. 매월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무엇보다도 실내 어느 쪽에서든 창을 통해 양천공원의 사계절을 누리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입구부터 실내 모든 곳을 통할 수 있도록 이어져 있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의 통로도 마련되었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책쉼터를 찾아보자.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사색의 시간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일상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