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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pr 26. 2017

세량지의 아침, 고창 청보리밭

- 엄청난 사진인구 실감






새벽 댓바람에 그곳에 닿으려면 밤새도록 달려야 한다.
자정 무렵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그곳에 도착해서 우리를 어둠 속에 내려놓았을 때는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세량지(細良池)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에 있는 저수지이다.  세량제(細良堤)라고도 한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1969년 준공되었다. 제방 형식은 흙으로 둑을 쌓은 토언제(土堰堤)이다. 유역 면적 100ha, 수혜 면적 8.7ha, 만수 면적 1.2ha이며, 유효 저수량은 5만 4000t이다. 제방 길이는 50m이고, 제방 높이는 10m이다.
봄이면 연분홍빛으로 피어나는 산벚꽃과 초록의 나무들이 수면 위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햇살이 비칠 무렵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어우러져 이국적 풍광을 빚어낸다. 또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산과 어울려 경관이 아름답다. 이 때문에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출사지(出寫地)로 알려져 있다. - 네이버 지식 in


버스에서 내려 세량지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코끝에 스치는 박하 향기와 같은 새벽 공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산길을 걷다 보니 어둠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멀리 저수지가 보이면서 우리는 와~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 그것은 그 산하의 아름다움을 향한 감탄사가 아니었다.
수 백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히 인파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느라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거나 자동차 안에서 이슬 내리는 새벽을 맞았던 것이다.



사진 인구가 천만이 넘고 바빠진 카메라 시장 이야기가 들리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나도 전엔 멀리도 다녀보고 했던 적은 있으나 지금은 그저 가까운 곳으로 잠깐씩 나가는 정도였다.  이번엔 오랜만에 우리 지역 사진가들과 함께 하는 출사여 좋은 분들도 보고싶었고 기분전환 겸  참여해 본 날이었다.


우린 이미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되었다. 삼각대 세울 자리조차 없다. 그냥 이리저리 틈새를 찾아 잠깐씩 카메라를 들이밀어 셔터를 누르고 얼른 빠져 나오곤 했다.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이 날 모인 연인원이  천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비슷한 수천 점의 세량지 사진을 그 날  왔던 사람들이 담아냈을 거란 생각에 실소가 나왔지만 어차피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 아니던가. 


사진의 대중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기록으로 사진은  빠질수 없는 장르다. 꼭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하라도 개개인들의 감성발달과 여가활용 측면에서 사진취미의 순기능을 잘 이용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또한 이 날과 같은 열정들이  프로페셔널한 개성을 만들고  사진예술의 경지를 이루는 과정이 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수많은 군중 속에서 세량지의 새벽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산벚꽃과 복사꽃이 물안개와 함께 이루어내는 반영이 신비롭다.
싱그러운 그 새벽에 나도 거기 있었다...


이어지는 회순 적벽,
중국 양자강 상류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난해 10월에 개방되어 적벽 투어를 미리 예약 신청해야 하는데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상수원 보호와 자연보호의 일환으로 관리가 철저한 것이 다행이고 안심하게 한다.
"무등산이 높다더니 소나무 가지 아래에 있고, 적벽강이 깊다더니 모래 위에 흐르는구나."김삿갓이 노래했다던 그 자연이 그곳에 고스란히 있었다.



30년간 사람의 출입이 없었던 비밀의 공간을 공개하면서 화순군 사람들의 협조가 적극적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노력으로 명승지로 지정받고 언제까지나 잘 보존된 관광지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거길 내려와 마을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다리를 쉬며 우리 어릴 적 동네를 돌아다니듯 걸어 다녔다.
아늑하고 편안했던 우리네 시골마을 풍경.



점심을 먹고 청보리 마을을 가기 전에 잠깐 들렀던 고창읍.
이곳은 왜구들의 침입이 심했던 곳이었기에 성곽을 만들어 백성들의 삶의 터전과 재산을 보호했다고 한다.
깨끗하게 잘 보존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거기 나와 봄을 즐기거나 쉼터로 잘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상들이 남긴 터전이 후손들에게 이렇게 잘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할 뿐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도 참 좋았다.



고창읍성에서 30분쯤 달리니 드넓은 청보리밭이 나타났다.
그래, 봄은 이렇게 즐 길일이다.
보리밭과 유채밭이 봄 하늘 아래 펼쳐져 있고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은 행복함이다.
내가 갔을 때는 유채는 환하게 피어 온누리가 노랗게 지천이었으나 보리는 아직 덜 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청보리밭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소원성취다~ㅎ

오래간만에 긴 나들이를 했던 날이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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