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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봄날은 간다. ​

슬프고 아름다운 봄꽃...

by 리즈








봄꽃의 절정을 지나고 있는 나무마다 줄기마다 매달린 꽃들이 헐렁해져 있다. 나무 가득가득 탐스럽게 피어나 눈부시던 때의 환호가 하루하루 멀어져 가는 시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비바람에 꽃을 떨어뜨리고 빈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점차 허전해지는 꽃나무에게 마음이 간다. 꽉 찬 충만의 도도함에서 비워내고 덜어낸 표정의 편안함이 보인다. 조금은 빈틈이 보여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구석도 있구나 할 때 어쩐지 더 사람다워 보이기도 한 것처럼.

온누리에 봄볕을 쏴아~ 뿌리며 달큼한 꽃향기 보드라운 꽃잎을 흩날리더니, 이젠 다 털어버리자 가볍게 훌훌 날려버리자 하며 봄바람에 몸을 맡기며 비워내는 마음, 그게 더 아름답다. 아련히 마음이 간다. 빈틈없이 가득 채운 완성보다 더러더러 비어있는 자리, 그 빈자리로 더 강한 생명력을 만들어낼 차례다. 신록예감의 설레임을 준다. 고개 들어 눈부시게 바라보던 화사했던 벚꽃보다는 발아래 이슬 머금고 수줍게 피어난 자잘한 들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즈음이다.



봄꽃들이 끊임없이 피고 지고 하는 봄날이다.
여전히 예서제서 꽃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주변에 봄꽃은 지천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던 고궁에서는 봄날의 운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서울 도심 강남의 봉은사에서 홍매화가 전해주던 봄소식도 있었다. 만개한 개나리와 암벽 아래로 가끔씩 지나가는 기차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던 응봉산의 노란 개나리 물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윤중로의 벚꽃도 한창이다. 물론 동네의 뒷산이나 공원을 산책하며 이 계절을 누려볼 수도 있다.

며칠 전 아침나절에 둘러보던 동작동의 현충원은 폭포수처럼 늘어지는 수양벚꽃이 어느새 제법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수양벚꽃은 효종대왕이 북벌 정책의 일환으로 활 재료로 심은 나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가신 분들의 영령이 모셔져 있는 현충원과 어울리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포물선 그리듯 유연하게 늘어진 벚꽃과 그 아래 키 작은 풀꽃들이 봄볕을 받고 있었다.




미세먼지의 훼방 속에서도 폭죽 터지듯 목련이 피어나고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오간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현충원을 돌아보며 봄날 하루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꽃에게로 다가서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고 시인이 노래했다. 겨울의 시련을 이겨낸 봄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길 일이다.

이렇게 또 한 번 우리의 봄날은 간다.




봄꽃의 노래
- 정연복

내가 있어
세상이 밝으니

기분 참 좋다
많이 많이 행복하다.

나의 생
비록 짧지만

온몸 바쳐
한 점 불꽃이 되리.

온 세상 사람들의
가슴 가슴마다

사랑의 불
활활 지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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