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아침나절 즈음이면 볕이 따스해서 눈 찌푸리며 그 봄볕을 바라본다.
이른 새벽의 찬 공기와 안개, 봄볕 가득한 한낮. 그리고 밤바람, 어쩌다 빗방울, 미세먼지의 훼방,
이렇듯 봄다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 꽃은 피고 지고 또다시 피어나는 꽃으로 온 누리가 봄꽃 세상이다.
통도사의 홍매화를 보고 온 지가 두 어주 지났는데 서울 주변은 이제서 만개했다고 예서제서 꽃소식이 날아온다.
검단산이나 천마산의 노루귀와 너도바람꽃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화엄사의 흑매화와 손톱만 한 제비꽃과 동강할미꽃이 사찰에서 그리고 바위틈에서 자태를 뽐내고,
응봉산의 노란 개나리가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음을...
제각각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한다.
피어나고 시들어 떨어지고 또다시 릴레이 하듯 연달아 피어나는 봄꽃들이
전국 곳곳에서 우리네 삶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는 봄날이다.
그런데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이렇게 멀리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화사한 미소로
'나 여기 있어요'~ 하는 이쁜이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나타낸다.
내가 사는 아파트 울타리나 동네 공원이나 뒷산에도 겨울을 잘 견디고 솟아나온 고마운 새싹들...
그뿐인가, 매해 봄이면 지하철을 타고 강남 쪽의 사찰 봉은사엘 간다.
청담, 삼성역, 코엑스몰이 있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는 글로벌 타운인 강남 한 복판에 천년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새 봄이 시작되면 계절을 알리는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나는걸 해마다 본다.
입구의 화려한 연등의 터널을 지나니 경내를 거니는 시민들이 제법 많다.
미륵대불 옆의 홍매화는 어느덧 땅에 많이 떨어져 있다. 몇 그루의 벚나무도, 산수유나무도 꽃망울을 매달고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았을 줄 알았던 목련도 벌써 만개해서 바닥에 뚝뚝 떨어져 있었다.
진달래, 수선화도 그 사이에서 싱싱하게 계절을 누리는 모습이다. 주변의 작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산책을 하거나 열성적인 사진가들이 셔터를 누르는 풍경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다들 봄을 맞아하고 즐기는 중이었다.
나 또한 사찰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그늘에서 쉬다가 놀다가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보며 봄꽃 향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한 복판에서 봄의 전령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 수가~
또 한 번 내년 봄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지하철 역으로 돌린다.
봄꽃 가득한 도심사찰 봉은사에서의 봄날 하루 힐링의 시간이었다.
어느덧 사월, 이렇게 봄을 맞고 그렇게 우리의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