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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Apr 25. 2024

새가 흙이 되었다

어떤 날의 일

사무실에서 급여작업 일을 하고 있었다.

오전 11시쯤이었다.

갑자기 유리창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헝겊 쌓인 작은 돌덩이를 던진 것 같은 소리.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은 들은 지 못 들은 지 요동이 없었다.

이상한 낌새에 나가보았다.

창문 아래로 아이 주먹만 한 새가 떨어져 있었다.

바르르 떨며 숨이 가빠보였다.

날개를 살짝 만지니 화들짝 놀랐다.

살았구나 싶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유리창에 부딪힌 새 치료법을 찾아보았다.

거의 백 프로 뇌진탕으로 죽는다 했다.

어쩌지.

심폐소생술을 할 수도 없고 나는 그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업무 연락이 와서 전화통화를 하고 1시간 정도 지나 다시 나와보니 움직이지 않았다.

땅을 파서 묻어줘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루 뒤에 갈색 새는 검게 변했다.

사흘 뒤에 검은 새는 흙처럼 변했다.

일주일이 넘자 흙인지 새인지 얼핏 봐서는 모를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새가 있던 자리를 알기에 아침저녁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비가 왔고 새는 없었다.

흙만 남았다.


우리는 결국 흙이 되는 것인가 보다.



사방은 먹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고
향기로운 실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오며
온 산은 아무런 소란함 없이 조용하도다.

쉽게 바스러지는 육신을 버렸으니
오늘 이 기쁨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이제 노여움도 걱정도 없으니
어찌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 가거라, 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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