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나
평일만큼이나 정신없었던 주말을 보내고 있는 일요일 오후,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숨을 고르며 밀려드는 답장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해야 할 일은 매일 하나가 아니라 잔뜩씩 늘고 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다섯시 반, 나는 완전히 지쳤음에도 아직 약속이 하나 더 남아있는 상태였다.
지는 해의 남은 빛이 부서지는 강물을 지나 만개 직전의 벚꽃이 멀어졌다. 순간 귀가 아프고 먹먹한 느낌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버렸다. 아마 세시간 연속으로 녹음을 해서 그랬으리라. 언제나 그렇듯 갑자기 드는 생각은 약간 부정적이다.
이렇게 열심히 산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잘했다고 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말마따나 당장에 돈도 안 되는 일들을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도 되는 걸까?
이제는 무언가를 도전하기 두려워지는 나이라지만 조금 더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지금 정말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합리화가 아닐까?
열심히 사는 게 맞다고 해도, 지금의 내 시간을 과연 누가 알아줄까?
생각을 더 해볼 것도 없었다. 지금의 내 시간을 알아줄 사람은 바로 나였다. 답은 명확하고 그것을 나 또한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불쑥 불쑥 파고드는 것을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요즈음 자주 한숨을 내쉰다.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해결해도 또 다른 문제들이 다시 생겨난다. 일도 마찬가지.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우다다 헤쳐내고 나면 또 다른 일들이 다시 생겨난다. 일들에 파묻혀 살 것인가, 즐기며 살 것인가는 당연하게도 내 마음의 문제겠지만. 마음의 문제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제 맘대로 되지 않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겠지.
오늘 또 잠깐 이렇게 우울했다가 내일 다시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면, 나는 좋다고 웃으며 헤헤거릴지도 모른다. 지금의 감정은 오늘에 묻어두고, 아니 풀어두고 내일은 편하게 웃어야지. 꼭 그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