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코로나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나고 생각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머리가 과부하가 걸렸는지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생각을 하는 것이 자꾸만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도 생각을 하기 싫은데 생각들이 떠오르는 지금, 정확하게 생각에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언제인가 싶고 어쩌면 잠을 자면서도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지금, 괴롭다.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바이러스만을 탓해서 그래서 해결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는데 그럴 수조차 없다. 현실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앞에 놓인 일들을 하는 것. 그런데, 정말로 이것이 필요한 일일까. 정신건강보다 당장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바이러스가 많은 이들의 생을 위협하고 있는데 정말로 내가 나의 미래를 위해 삶을 준비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맞던가?
분명 생의 최전선에서는 일하지 않겠다고, 나에게는 그것이 더 나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고 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을 통해 배웠음에도, 시간이 약이라고, 그새 그것을 다 잊어버렸나. 인간은 역시나 이렇게나 망각의 동물인가. 내가 힘들었다는 것을 힘들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면서도 다시 돌아갈 것을 고민하는 마음은, 단순히 망각을 잘 하기 때문이 아닌 진짜 필요나 절박에 의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지금에 가장 맞는 선택은 무엇일까.
할 일들을 나열해 보면 모두가 정신 건강 서비스, 내가 원하는 미래 나의 컨텐츠들을 위한 것들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역시 오늘 만난 언니가 말했듯이 코로나의 영향인 것일까. 언니는 말했다. 코로나가 주변 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지대해서 고작 일 주일 만에 자신의 사상과 신념이 바뀌었다고 했다. 나의 주변에는 꽤나 안정적인 이들만이 있어서인지 나는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자각하지 못하고 마냥 평온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이르다고 여겼던 헤어짐조차 나를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덜 받게 만들었으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확하게 직격타를 맞았다. 동생이 어린 시절 했던 게임을 빌어 표현하면 무려 '헤드샷'과 같은 느낌. 한 방에 전부가 나가 떨어지는, 머리를 뚫고 뚫고 뚫고 들어간 셈이다. 거리에 나와서 오프라인 장사를 하는 사업장만이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단순했다. 사람과 마주하는 직종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고 적지 않았다. 공연을 하고 강연을 하고 사람을 면대면으로 만나야 하는 업무가 마비되었다. 한 마디로 개인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멈추었다. 그러니 사람을 단순하게 면대면으로 만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이 모여야 하는 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교육과 얽힌 사업이 마비된 와중에 학교도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작금의 시대의 학생들은 마치 전란에 학습을 했던 이들과 다른 듯 같지 않을까. 당장의 막내의 학업과 인생 계획부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삶의 계획이 바뀌지 않았을까. 많은 것이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라지만 해결방법조차 없는 것들이 닥쳐오는 것은 솔직히 좀 너무하다. 신에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인간이 저지른 짓인걸까. 어디에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많은 이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돌아갈 것은 돌아가고 사랑할 이들은 사랑을 하겠지. 잘될 사람들은 위기조차 기회로 만든다고 하니까. 실제로 다들 우울하고 계속 더 우울해지는 것을 보면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으면서도, 무엇이 먼저일지를 굳이 고르자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고. 한편으로는 삶만을 따지다간 우울한 이들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으니 이쪽을 더 내가 잘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문제는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무기력함이다. 잘될 사람이 되고 싶지만서도, 세태에 휘둘리며 영향을 받고 당장의 급하다는 일을 하고픈 마음도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보면은, 과연 잘 될 수 있을지도 잘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