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by 예나네


"재영아~ 오비~"




8개월 3주 차 재영이가 할미의 말귀를 조금씩 알아듣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그저 할미 음성을 한 옥타브 낮춰서 "오비~" 하면 앞으로 기어가던 걸음을 뒤로 물리는 게 꼭 이쁜 강아지다. 오직 할미의 목소리의 톤을 알아차리고 가던 손을 거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 컷 찍어봤다.


오구오구, 우리 재영이
언어의 귀재다.


재영아, 이건 쓰레기통이어서 '오비~ '하자꾸나. 행여 나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그렇단다.





"나는 내 감정을 쓸데없이 화려하게 꾸며 비틀어 버리지 않을 어휘를, 누덕누덕 장식품을 주워 모으지 않은 간결한 어휘를 찾으려고 헛되이 애를 썼다. 물을 길어 마시려고 우물로 두레박을 내려보낸 목마른 회교도 신비주의자는 누구였던가? 그는 두레박을 끌어올렸다. 거기에는 황금이 가득 찼다. 그는 그것을 쏟아버렸다. "신이여, 당신이 보물을 가득 가지고 있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마실 물만 주십시오. 저는 목이 마릅니다."

그는 다시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마셨다. "말" 은 그런 것, 장식이 없어야 한다.
《N. 카잔차키스 / 오디세이의 싹이 내 마음 속에서 열매를 맺을 때

- 《문장사전》 이어령 p. 129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