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이야

by 예나네

사실 이 외할미의 퇴근시간? 도 분주하기는 하다.

우리 재영이를 목욕시키고, 낮에 먹은 젖병을 씻어 소독해놓고, 아주 가끔은 딸과 사위를 위해 저녁밥을 지어놓는다. 그냥.


어느 날은 종일 아기를 돌보다가, 몸이 고단하거나 시간을 놓쳐서 우유병을 닦아놓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종일 일을 하고 온 딸에게 미안해진다. 그냥.


어미의 마음을 딸이 눈치챘는지 엄마, 잘했어. 내가 할게. 엄마는 좀 쉬어. 이것쯤이야 뭐, 하며 외출복 입은 소매를 그대로 훌훌 걷어붙이고 '베이비 세제'를 브러시에 퐁퐁 묻혀서 쓱쓱 제 아가의 젖병을 닦는다. 그냥.


가끔, 딸이 제 아들의 우유병을 닦을 때 ,
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땐 들뜨는 감정을 차분히 내려 앉히고,
'힘 들어간 딸'의 팔뚝을 잠잠히 감상? 한다. 내 딸이 제 아들 밥그릇을 닦는 씩씩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친정 어미로서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든든해지고 대견해진다. 잔잔한 훈풍이 내면에 인다. 그냥.


종일 직장에서 일한 제 몸이 곤할 텐데, 친정엄마를 향한 딸로서의 도리와, 제가 낳은 제 아가를 위하는 엄마로서의 사랑이 무르녹아 불쑥 힘이 솟은 듯하다. 딸의 그 내적 진실이 이 어미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또 하나의 힘을, 어미에게 제공한다. 강 같이 잔잔해지는 마음의 평화로, 쌓인 그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덜어가곤 한다.




우린 때로 별것 아닌 작은 결로 가슴이 데워진다. 그건,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의 밥이 된다. 누군가 그냥 한 말이 누군가의 내면에 스며들면서 그냥, 익는다. 사랑이 된다.


♡ 그냥, 사랑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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