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외따로운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본다.
저 하늘색 하늘은 이 나목의 가없는 품속인가.
키 큰 나목 한 그루가 하늘 속으로 제 벗은 몸을 푹 집어넣고 서 있다.
주변은 온통 초록 잎들인데 유독 이 나무만 발가벗었다.
나목은 한 해의 허물을 참회하듯 몽땅 떨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나보다.
나목 꼭대기엔 하얀 새 한 마리가 지상의 방점처럼 앉아 있다.
끝점에서야 새는, 제 심상心想의 조율이 완성되나 보다.
새도 하얗게 벗은 작은 몸피로, 하늘과의 연緣을 이으려는 거다.
찬바람이 불어와 나목의 끝깃을 툭툭, 친다.
바람은 꼭대기로 올라가 새의 하얀 꽁지깃도 휘릭,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목과 새는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차분히 있다.
벤치에 오도카니 앉은 나만 자꾸, 어깨를 움츠리고 옷깃을 여민다.
나목과 새는 하늘 품에 들어서인가.
어느덧 시간은 노을빛으로 흘렀는데, 구도자와 같은 민낯이 여태 그대로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각각 분리된 몸들이 아니다.
애당초에 한 몸이었다.
하늘은 나목의 푸른 살결이고, 나목은 하늘의 동맥이며, 새는 하늘의 비손이었다.
그리고 이 바람은 하늘의 숨 맥脈이었다.
이들은 천년 동안의 순례를 건너와 다시 조우한 거다.
이 성聖스러운 원형의 해후.
나는 숨 고르며 오래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