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저 빨래와 나물 속으로 빛과 바람만 스며들기를

by 예나네


호텔 맞은편, 홍콩의 서민 아파트 바깥 풍경은 한국과 달랐다.




낡은 고층의 몇 집은 아파트 바깥으로 빨래를 널어놓았다. 아파트 앞 대로변에는 2층 버스, 빨강 택시, 비싼 외제 자동차, 전동 트램, 덜컹거리는 트럭들 등이 빨래와 무연하게 달리고 었다. 분명 먼지, 아니 매연이 차의 뒤꽁무니에서 풀풀 뿜어져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연은 빨래들에게도 찐득하게 다가가 착 달라붙을 것 같다. 그 댁 주부는 땀내 났을 옷가지들을 분명 랑을 담아 깨끗이 세탁했을 테다. 더 우량한 바람과 더 반짝거리는 햇빛 속에 널어 좀 더 뽀송뽀송 말리려고 집 바깥으로 널었을 게다.

그러나 맞은편 건물에서 가 본, 그 끄집어낸 빨래들은, 씻으나마나, 아니 더 때가 묻을 것 같다.



노란색 빨래 오른쪽의 복복자가 빛과 바람의 복을, 자석처럼 강하게 확 끌어당기기를.


낡고 때가 낀 아파트 밖으로 나온 건
빨래뿐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삶은 나물을 채반에다 내어 말리고 있었다. 맞은편 21층 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삶은 나물이 있는 곳까지 먼지와 매연이 올라가지 못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물을 볶거나 무치는 요리를 할 때 다시 헹구겠지만, 나라면 께름칙할 것 같았다.



만일 빨래와 나물을 바깥으로 내어놓는 것 말고 다른 수단이 있었다면, 저들은 빨래를 창, 아니 아파트 외벽으로 끄집어내진 않았을 거다. 30층 되는 고층아파트가 숨막히도록 닥지닥지 붙어있는 이곳 그들의 아파트 안에는 분명, 햇빛과 바람을 쐴 수 있는 장소가 족했나 보다. 그렇다고 한국에 유행한다는 건조기를 살 여유도 없나 보다.




집안에 햇살과 바람이 모자랄 것 같은, 그래서 빨래를 바깥으로 뺐을, 비좁은 그들의 환경들이 마음에 따끔하게 걸리는 홍콩의 날이었다.

말리는 저 빨래와 나물 속으로 빛과 바람만이 스며들면 좋겠는데.





앞으로는 바람과 햇살 잘 드는
집에도
감사함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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