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착한 꿀벌들을 홈리스로 만들 뻔했다

by 예나네


어제저녁에 천둥번개가 소나기를 사자 떼처럼 사납게 몰고 오더니 오늘은 바람이
선선한 게 청명하다.



난 덥기 전에 게이트에 낡은 조화를 치우고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아침 일찍 일을 서둘렀다. 우선은 버닝스에 가서 가로 180 cmm, 세로 90 cm의 촘촘한 초록 나뭇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조화를 66달러(약 6만 원)를 주고 사 왔다.



몇 해 전에 철제로 된 게이트가 휑하여 이걸 설치하자 릭과 리오 할아버지한테 칭찬받은, 그 후부터 우리 타운하우스에서 목조 담벼락이나 게이트에 즐겨 사용하게 된 아이템이다.



문의 두쪽 중 한쪽이 낡아 망가져서 초록 조화, 그것을 열심히 뜯고 있는데, 벌 세 마리가 어딘가에서 분주하게 날아들었다. 가지고 있던 전지가위를 휘저으며 쫓으려 해도 벌은 자꾸만 초록 조화 사이에 꽂아 두었던 꽃송이들, 그 가짜 꽃들에 앉으려는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주변을 회했다.



나도 덥기 전에 저 조화를 뜯어내야 하는데 벌, 소리 없이 저항하는 고놈들이 성가셨다. 난 눈을 더 크게 빠꼼히 뜨고 해바라기씨 만 한 날개를 흔들며 웨앵하고 나는 고놈의 폼새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고놈들, 평소 보던 꿀벌보다 좀 더 크다. 날아오르는 실력도 더 빠른 게 나를 공격할 것 같았다. 이놈들 독침에 한방 쏘이면 나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언젠가 한국 뉴스에서 추석 성묘 가던 산길에서 땡벌에 쏘여 생명을 잃었다는 뉴스까지, 그 짧은 순간에 번개처럼 빠르게 나의 뇌리에 떠올랐으니, 난, 넋 놓고 가만있으면 안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출근하던 딸이, 조심하라고, 일침까지 보태 주고 나갔으니, 나는 나의 생명을 굳건히 지켜야 했다. 그 책임은 막중하였다. 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난 쏜살같이 베란다로 갔다. 내 뜰에 벌레를 퇴치하려고 비치해 둔 스프레이를 가져와 벌들을 향하여 칙칙 뿌려댔다. 그러자 그 냄새에 못 견딘 벌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만큼 벌들의 비행도 빨랐다. 벌들이나 나나 생명을 지키는 덴, 공통분모가 있나 보다. 그렇다. 양쪽 다 동일하게, 생명력이 강력했다. 어느 한쪽도 뒤지지 않았다. 팽팽하게 티격태격하다 벌은 어디론가 달아났고 난 다시 노동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나의 용맹? 과 기개로 벌이 사라지니 일을 하는 데 한결 수월했다. 낡은 걸 뜯어내고 새것으로 갈아 나뭇가지를 철제 게이트에다 묶었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옆집 릭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날씨가 좋으니 로빈도 나와서 뜰을 정리하며 짧은 아침인사를 했다.


마침 우리 게이트 곁의 뜰을 정리하고 있던 릭한테 내가 말했다.

릭, 잖아. 기 있던 조화 꽃이 진짜인 줄 알고 벌 세 마리가 여기에서 살았어. 바로 옆에 저기, 더 이쁜 진짜 꽃이 있었는데 여기에 벌이 살았어. 재미있지 않아?


그러자 릭이 답했다.

하하, 진짜 신기하다.


내가 말을 더 이어갔다.

그래서 내가 이거 뿌렸어. 벌들이 나한테 공격하려고 해서.


릭이 답했다.

아하, 얘들은 굳비Good Bees. 야. 착한 벌. 호주 벌들은 나쁜 벌은 거의 없어. 여긴 착한 벌들이 대부분이야.


내가 다시,

아니던데, 꿀벌보다 크던데,.. 그래서 뿌렸는데...,



어디 보자. 아, 저기 있네.
홍, 이거 착한 벌이야.
얘들이 있어야 꽃도 피고, 열매도 생겨.

난 양심이 졸아드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릭이 보는 앞에서 바로 꿀벌을 보며 사과를 했다.

"꿀벌아, 미안해. 그래도 살아 돌아와서
고마워. Oh, My Honey Bee!"




릭 할아버지는 씨익 웃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셨다. 오늘 칼리 병원 가는 날이란다.


나는 낡아서 치웠던 옛 꽃들을 지런히 하여 새로 설치한 초록 잎에다 다시 달아주었다. 벌들이 돌아와 여기에서 안주하기를 바라면서, 이전보다 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고마운 꿀벌들의 스위트 홈을 되돌려놓았다.



하마터면 내가,
착한 꿀벌들을 홈리스로 만들 뻔했다.

꿀벌들아, 우리 함께 달콤한
꿀을 따며 여기서 오래 살자.




나의 뜰에 핀 생생한 꽃술을

선물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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