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릭 할아버지가 칼리에게 볼뽀뽀를 했다

by 예나네


릭, 릭!!



옆집 칼리 할머니가 목청을 돋우면서 자기 남편을 거듭 부르는데도, 우리 있는 바로 의 쪽문 밖에 계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묵묵부답이다.

나도 같이 릭, 릭!! 불러보았으나 답이 없어서 그냥 칼리한테만 인사를 하고, 상 문을 열어두는 칼리네 집 게라지를 통하여 나왔다. 방금 전까지도 릭은 우리와 함께 장난까지 치면서 같이 있었는데,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릭이 다른 쪽문을 통하여 나오더니 나한테 팔을 벌려 허그를 청한다. 릭은 아주 가끔 이렇게 허그를 청한다. 분에 나는 의 집 앞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그로 누었다.

한국에서 이러면 좀 난처한 풍경까.



난 이제 이런 허그까지는 된다.
하지만,


같은 여성끼리라도, 볼에다 뽀뽀까지 하는 건 아직, 도저히, 안된다. 영영 안될 것 같다. 이 나이에 뭐 대단한 느낌 때문은 아닌 것 같고, 그저 어색해서 못하겠다.



어느 날은 칼리가 몇 주 동안의 병원생활을 청산하고 퇴원하던 날, 내 앞에서 로빈여사의 허그와 볼 뽀뽀를 받았다. 칼리, 그녀는 바로 나한테 돌아서서 허그를 청한 뒤 나의 볼뽀뽀까지 기다렸었다. 그러나 난 그저 꼭 안아드리기만 했다. 칼리 할머니, 자기도 어색했는지 나의 등을 웃으며 한 번, 툭 치셨다.



가만히 보니 여기 사람들에게 볼뽀뽀는, 아주 오랜만에 반갑게 만나거나, 칼리처럼 힘든 시간을 지나온 상대에게 해주는 마음의 선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게 안된다.

중년이 넘도록, 아니 이순이 다 되도록 한국문화에만 치중하고 살아왔니, 그게 맘대로 선뜻 안된다.

그런 걸 보면 사는 장소보다, 어떤 사고가 한 사람의 습관을 좌우하는 것 같다.


오늘은 릭이 칼리 볼에다 뽀뽀를 했다.


내가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들고 가자, 릭은 딸과 통화 중인 칼리를 불렀다. 그들의 거실에서 칼리는 내가 들고 간 양초와 카드를 다 보고 나한테 허그를 해주었다. 다행히 이번엔 볼뽀뽀 순서는 없었다. 그저께 칼리가 만들어다 준 푸룻 케이크와 카드를 받고 나도 허그를 해드렸었다.



이야기 도중에 칼리는 나보고 릭을 한대 패주라고 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요즘 릭이 자기 말을 잘 안 듣는다나.

어제만 해도 자신의 허즈번드, 릭 할아버지의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아서 나한테 "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어놓고 오늘은 살짝 토라지신 모습이 귀여운 어린 공주 같았다.



그때, 굳 찬스를 놓칠세라 릭 할아버지, 칼리의 볼에다가 뽀뽀세례를 퍼붓는다. 난 손뼉을 치면서 푸흐흐흡, 맘껏 웃었다. 칼리는 앙칼진 소녀처럼 릭을 한 번, 째려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웃겨서 우린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럼에도 릭 할아버지는 좀 어색했을까.

우리에게 사탕박스를 안겨주시고는 바깥으로 슬그머니 나가셨다.


칼리와 놀다가 내가 일어서면서,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않던 릭 할아버지 어렵사리 조우하고, 할아버지한테 허그를 하고 난 후, 내일 공주님 모시고 록햄튼의 딸네집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한 후 나의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와서도 쿡쿡,
웃음이 나왔다.

난 어쩔 수 없이 동양인인가 보다.
혈통은 못 바꾸니까,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



브런치 작가님 여러분,
즐겁고 정겨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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