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크리스마스 파티장에 온 한국배와 찹쌀떡

by 예나네


아침부터 설렜다.
블랭킷 바디 클래스에서 처음 참여해보는
크리스마스 파티였기 때문이다.




마침, 입고 갈 적당한 옷은 있었다. 몇 년 전, 2015년 한국에서 문학행사에 참여할 때 셋째 동서와 같이 서울시내를 샅샅이 뒤져서? 구입한 옷이다. 치마가 랑차랑하게 긴 쫄쫄이 밝은 회색 투피스는 이번 행사에도 딱이니 안심이다.



수요일 아침부터 좀 바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우선 냉장고에 고이 모셔둔 신고배 한 개를 꺼내어서 가지런히 깎았다. 두 개를 남겨뒀었는데 어제, 반 개는 새하얗게 접시에 담아서 암 투병하시는 이웃집 칼리네를 드리고 나니, 신고배만으로는 파티장에 가기에 살짝 부족하였다.



전날 칼리 할머니가 부탁한 신고배가 한국 마트에서 이미 동이 나 버려서, 대신 나의 것을 나눠드렸기 때문이다. 래도 할머니뿐 아니라 신고배를 처음 맛 본 릭 할아버지도 엄~청 맛있더라며 좋아하였으니, 드리길 잘한 것 같다. 호주 시골에 온 신고배 세 박스가 금방 다 나갔다며 하이마트 젊은 엄마는 순하게 웃으며 아쉬워했다.



대신 체리를 신고배 곁에 담아보았다. 걱정은 기우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 나고 더 이뻐 보였으니.

우리의 한국배, 신고배도 빨간 체리랑 있으니 더 새하얀 게, 빛이 더 났다. 반 개를 칼리 할머니네 선물로 드린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는 나눔의 즌이기도 하니까.


과일끼리 만난 동서양의 조합도 성공이다.




올 5월부터 참여하게 된 블랭킷 바디스는, 홈리스와 병원의 환우들에게 이불, 모자 같은 보온용품을 뜨개질하여, 호주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보내주는 이 동네 할머니들의 자선모임이다.





아홉 시 반쯤에 가니까 벌써 부지런쟁이 바디스 할머니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회색 교실을 알록달록 아름답게 장식을 해놓았다. 입구엔 크리스마스 캔들까지 분위기를 띠고, 탁자와 할머니들 옷도 평소보다 신경을 쓴 티가 확연했다. 할머니들 웃음소리는 언제나 부드럽고 정답다. 래서 할머니들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인심이 후한 벨은 나보고 홍 옷이 베리 나이스라며 같이 서 있던 친구들하고 같이 나의 몸을 아래위로 훑는다. 그리고 다 같이 조용히 웃는다. 벨은 또 이 옷 홍콩에서 샀난스레 물어본다. 난 2015년도 한국 갔을 때 문학회에서 상 받을 때 입었던 드레스라며, 살짝, 한국과 나를 동시에 띄워놓는다.




한편에선 우리 호주 할머니들, 일제히 벽에 붙은 사진을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벽에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 3세와 8세 사이 때 찍은 22장의 사진들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사진과 지금의 우리를 매치시키는 시험 중이다.

그런데 시험은 다 어려운가. 그들은 종이와 펜을 들고 몇 번을 쓸까 고심하다가, 속닥거리며 서로 토론을 해보기도 한다. 아이고, 어렵다, 는 우스개 섞인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최종적으로 나는 2명밖에 못 맞췄다.
그레이스가 10명을 맞춰 박수와 함께
그랑프리 상을 받았다.



드디어 식사시간이 되었다.

난 앞뒤 좌우의 할머니 친구들에게 한국배와 찹쌀떡에 대하여 안내하는 데 바빴다. 그들은 신고배와 찹쌀떡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이다. 난 일일이 물어보며 배 한쪽 씩을 할머니들 접시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담아드렸다. 이럴 때 외국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한국의 홍보대사가 된다. 애국자 흉내를 내어보는 굳 찬스이기도 하다.



벨과 지타와 앤이 한국산 신고배가 달고 맛있는 즙이 일품이라며 극찬을 했다. 벨은 나의 접시에 있는 걸 한쪽 줄까 했더니 답삭 가져가서 날름 먹어치우기까지 했으니, 신고배 홍보는 성공리에 마쳤다.



미리암과 베브와 리즈가 찹쌀떡이 맛있었다고 했다. 자아가 확실한 벨은 좀 달아서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나는 남은 떡을 랩에다가 미리암과 베브에게 싸 주었다. 착한 간호사 출신 리즈는 떡이 다 없어진 나중에 와서 안 남았냐고 물어서 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대신 리즈는 자기가 만들어 온 크래커 맛 같은, 두 개의 브라운 색 볼을 나에게 나눠주었다. 이만하면 오늘의 한국발 찹쌀떡도 인기가 대단했다. 더 먹고 싶어 하던 즈 할머니가 못 은 바람에, 찹쌀떡의 인기는 올라갔다.




음식을 나누는 일은 정을 나누는 일이다.


난 지금 정 많으신 리즈 할머니를 떠올린다. 어제 그녀가 나누어 준, 그리 달지도 않고, 순한 맛이 나며, 촉촉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브라운 색 크래커를 한입 베어 물어본다. 어제보다 더 맛있다.

나의 찹쌀떡도 미리암과 베브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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