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집에는 홍콩커플이 온다

by 예나네


홍, 너 우리 반에 잠깐 와볼래?



영어교실 상급반과 기초반을 번갈아 수강하던 어느 날, 상급반 선생 린은 나를 자기 반으로 데려갔다. 새로 온 코리언걸과 홍콩보이를 내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소개하고 싶었던 듯다. 그 후, 사귀어보니 갓 새색시가 되었다는 코리언 걸은 친절하고 상냥하고 이뻤다.



신랑은 딸기농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니 꽤 성실한 젊은이 일 게다. 내 딸들보다 어린 그녀를 우리 집에 초대하여 밥이라도 한 끼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와 더 이상의 살가운 거리는 시답잖아하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럴 때는 상대의 의중을 존중하여 너무 친한 척하며 다가가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해주면 된다. 여기 와서 터득한 나의 지론이다.



성격이 늘 조용한 코리언 걸을 소개받고, 홍콩보이를 소개할 때 선생, 린은 그 홍콩보이를 "홍"이라 불렀으니, 그는 나와 동명이인인 걸 알았다. 때 나는 홍에게 대뜸 너, 왜 내 이름을 낚아채갔냐며 농을 던져봤다. 그, 홍도 씨익 웃고 반의 몇몇 친구들도 웃었다. 홍콩보이와 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홍콩 보이, 젊은 홍은 얼굴색이 하얬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홍콩사람들 얼굴도 그렇게 하얀 얼굴이 있다는 걸, 홍의 살색을 보고 처음 알았다.

홍은 젊은 여인들 속에 낀 늙수그레한 내가 편했는지 내 옆으로 슬그머니 와서 자주 앉았다. 어연습도 할 겸, 연스레 서로의 신상을 서로 교환하였다. 그때가 올 초였다.



홍콩에서 공부한 의 전공과목이 "케미스트"고 했다. 난 그것의 의미를 자세히 이해하지 못했다. 미스트리는 약사가 아니었다. 그때 그의 영어 스피킹 실력은 나보다 더 짧아서 그런 건만은 아니었다. 내가 듣기 실력이 부족한 이유가 더 컸다. 사전을 찾아봐도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자기 나라에서 제 아무리 고학력이라도, 영어권에서 영어로 말해야 하는 말재주라는 게, 바로 상큼 발랄하게 발현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젊은 홍콩도, 중늙은 나도 영어실력이 오십보백보였다. 내가 여기 좀 더 오래 살았으니 그래도, 영어스피킹 실력은 손톱만큼 나았다. 그렇다고 뽀대가 날 만큼은 아니었다.


중에도 난 그의 케미스트가 뭔지 자꾸 궁금했다. 러던 어느 날, 영어 끈이 긴 말리사 선생을 중간에 앉혀놓고서야, 그의 직업을 정밀히 수 있었다.

말리사의 통역에 의하면, 그는 자기 나라 경마장에서 드러그 테스트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경기마나 말을 타는 사람들에게서 행여 약물을 투입하였는지, 그들의 바디를 테스트하 약물의 여부를 검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라도 나의 궁금증을 풀고 나니 좀 시원해졌다.



여하튼 그는 호주에 온 지 한 달밖에 안 됐고, 8년 동안 연애서 결혼한 키 크고 늘씬하고 잘 웃는, 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며 간호사로 일하는 세라를 아내로 두었다. 세라는 일주일에 한 번, 홍은 두 번을 출석했으니 나는 홍과 더 친했다. 물론 세라도 자기 남편과 옆짝꿍인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들은 한국엘 열 번이나 다녀왔단다.



한국이 좋아도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나의 조국, 대한민국으로 이민을 올 뻔하다가 호주로 왔단다.

내가 영어학원을 그만둔 어느 날 그들은 바가라비치로 소풍을 왔다면서 나한테 사진을 몇 장 보내왔었다. 그런데 그들이 나들이에 싸 온 도시락은 김밥이었다.


이 사진이 바로, 홍콩커플, 그들이 올 4월에 보내온 사진이었다. 세라가 김밥을 마는 인증숏이 얼마나 이쁜가.




난 대한민국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 커플이 참으로 이쁘다. 그러니 어찌 우리 집으로 부르지 아니하겠는가. 그들은 곧바로 우리 집에 초대되었다.

4월 25일 날 그들을 위해 비빔밥, 불고기, 잡채, 부침개..., 한 상 차려주었더니 엄청 좋아했다.



돌아가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가 차린 밥상의 인증숏을 보내주었다. 그 이후로 우린 못 만났다. 내가 홍콩 갈 때도 난 그들한테 말도 안 하고 조용히 다녀왔다. 그들이 호주사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할 것도 같았고, 또 한편으론 젊은 사람들한테 기웃거리는 중늙은이가 뭐 이쁜가.



어느 날 크리스마스라고 그들이 먼저 문자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들이 오늘 우리 집에 두 번째로 오는 날이다. 지난달엔 내가 그들의 조국인 홍콩에서 여드레 밤을 묵고 왔으니, 할 말이 참으로 많을 것 같다.


그들은 음식 많이 하지 마라고 당부를 했다.

그래도 사람 정이 어디 그런가. 며칠 전부터 꾸역꾸역 쿡 해둔 잡채, 도토리묵, 김말이, 김치찌개가 냉장고에 있고, 난 지금부터 바쁘다. 돌려둔 빨래를 널고, 청소를 하고, 떡볶이와 야채샐러드를 더하여 정성스러운 상차림을 할 테다.


한국요리는 무조건 맛있다던 나의 친구들,
홍콩커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난 지난달 홍콩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다. 감회가 새롭다.
그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하하, 호호 어린아이처럼 웃을 거다.





이전 10화우리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