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서울의 하늘에도 요만한 달이 떴을까요?
부끄럽지만 2007년도 첫 달에
남반구로 온 저는 달, 숙맥이었어요.
우선은 대한민국의 깊은 겨울날에 비행기를 열 시간 타고 낯선 땅에 내렸지요. 분당에서 아파트를 나설 때 아예 속엔 여름옷을 입고, 겉옷만 겨울외투를 챙겨 입은 후 브리즈번에 내려서는 외투를 훌훌 벗어야 했지요. 한국과 호주는 계절이 정반대더라고요.
뒤바뀐 계절이란 걸 생각할 때마다, 저는 시간이 뒤죽박죽 된 기분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엄청 추운 계절에서 엄청 뜨거운 계절로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듯 날아와 버렸으니까요. 그때만 해도 나의 궁금증에 대하여 별 걸 다 가르쳐주는 구글이가 선뜻 나서던 시절도 아니었지요.
저는 낯선 남반구에서 밤마다 지붕 위에 뜬 별을 쳐다보며 신기해했어요. 분당에서 아무리 별을 찾아봐도 없던 별들이 타국의 하늘에서 노랗게 반짝거리니, 그것도 그저 낯선 다름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요, 별이 똑같이 밤하늘에서 뜨는 걸 알면서도 왜, 저는 달이 뜨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했을까요. 부끄럽지만 실토할게요. 웃으셔도 괜찮고, 바보라고 놀려도 괜찮아요.
그 당시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여기가 보름달이 뜨면 거기는 초승달이 뜨는 줄로 착각을 했어요. 이유를 몇 가지만 열거하면 이래요.
누군가 여기는 싱크대로 통하여 나가는 하수구의 물도, 거기와 반대로 돌면서 내려간다 하더라고요. (이건 아직까지 확인을 못했어요.)
또, 아무리 깊은 가을날이 되어도 낙엽이 안 떨어져요.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는 이 나라에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요. 오히려 여긴 겨울을 보낸 봄에 낙엽이 더 많이 떨어져요. 그렇다고 다 떨어지지도 않아요. 대부분의 나무들은 잎들을 절반도 안 떨어트리고 사철 푸른 상록수로 울창하게 멋없이 서 있지요.
맞아요, 사람도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한테서 깊고 그윽한 향이 우러나는 것처럼, 나무 또한 꽁꽁 언 겨울을 거뜬히 버티는 나목이 되어봐야 나무라 칭함을 받을 수 있잖아요. 겨울나목, 그 생명의 향이 얼마나 멋져요.
마지막으로 누군가, 나사도 한국과 반대로 돌려야 한다던데, 이거는 제가 한국에서 나사의 방향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여기서의 나사 방향은 왼쪽 풀림, 오른쪽 조임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도 이 방향이 맞을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분당 촌놈한테 브리즈번 깍쟁이? 가 나한테 말해준 내용이었는데, 일부는 틀린 정보를 접수했던 것도 같아요.
이런 것 말고도, 슈퍼마켓과 카페의 문 닫는 시간, 언어, 사람들의 살빛과 머리색깔... ,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저를 헷갈리게 했을까요.
최소 1년간은, 대한민국에 보름달이 뜰 때, 여기 호주엔 그믐이나 초승달이 뜰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 뭡니까. 하늘에 뜬 달한테 감쪽같이 사기를 당했지요.
지금생각해보니 그래도 달한테 걸려서 사기를 당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행여 나쁜 사람한테 걸렸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그런 건 아예 생각조차 하면 안 되지요. 오금이 저려서요.
그래도 호주에 오시는 분들은 저처럼 달한테 사기당하지 않기를 바랄게요. 그래서 이렇게 오늘 뜬 달을 인증숏을 올려봅니다. 분명 서울의 하늘 것과 동일한 사이즈와 똑같은 색상일 것입니다.
지금쯤 서울의 밤도, 요만한 달님이 떠서 서울의 시간을 폭신하게 건너가고 있겠지요. 여긴 여름, 거긴 겨울이겠지요. 아참, 여기가 한 시간 빠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