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찾아온 시크릿 산타

- 호주 이웃과 U3A 문화센터 할머니의 진심친절과 배려

by 예나네


2023. 1. 9. 월.


나 어떡하니, 여기 평생 다녀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어제 퇴근하고 막 집에 온 딸에게 내가 한 말이다.

여기 호주시골로 이사 와서, 그들의 커뮤니티센터에 등록하여 그곳에서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감동을 받지 못했을 거다.


어제 오후 네시에 난, 옆집 칼리 할머니와 선약이 있었다. 11호 집 믹네 집에 가기로 한 거였다. 그런데 약속 15분 전에 1년 반동안 다니던 U3A 문화센터 리더인 앤한테서 온 음성메시가 떴다.

'홍, 너의 집주소 좀 알려줘. 네가 적어준 쪽지엔 스트릿 넘버가 빠져있어.' 난 앤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우리 집으로 오는 중이라 했다. 내가 10분 후에 이웃과 약속이 있음을 알렸다. 칼리한테도 그녀가 우리 집에 오고 있음을 알렸다. 칼리도, 앤도 잠깐이면 된다고 했다.


앤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난 앤을 우리 집 거실에 앉혀놓고 칼리가 먼저 가 있는 믹네 집에 갔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믹이 갈고리 같은 걸로 자기네 벽에서 자라던 식물 하나를 들어 올린다. 칼리는 나보고, 믹이 나에게 주는 것이니 얼른 받으라 한다. 난 철사로 걸린 고리를 빼내어 엉겁결에 얼른 받았다.


믹이 나에게 준 건 귀한 식물 박쥐란이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내가 믹이랑 트레이시 부부한테 크리스마스 리스를 뜨개질하여 전했는데, 그 마음에 대한 답례로 준 것 같다. 나는 작년 한 해동안 식물박사 믹한테서 버즈 네스트, 토마토, 오이 등 수많은 식물포트를 받았는데.

난 뜻밖의 선물을 준 믹과 나를 자기 딸처럼 손잡고 믹한테 데려간 칼리한테 몇 번이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내가 박쥐란의 잎표면에 묻은 하얀 먼지 같은 걸 무심결에 긁어내자 믹과 칼리는 그게 먼지가 아니라, 박쥐란의 솜털이어서 긁어내면 박쥐란이 사망에 이른다고 했다.

난 긁던 손을 얼른 거두고 두 이웃에게 바이바이한 후, 나의 거실에서 기다리는 앤한테로 바삐 돌아왔다.


믹이 작년에 줘서 훌쩍 자란 버즈 네스트와 어제 받은 박쥐란. 난, 깜짝 방문한 앤이 돌아가고 난 후, 박쥐란을 반 그늘의 바람이 잘 통하는 펜스에 매달았다.


앤한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난 앤을 위해 시원한 진저비어를 내어와 반시간 정도 환담을 나누었다. 방학 동안에 클래스 매이트 캐이의 남편이 아파서 브리즈번 병원으로 가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앤은 울먹울먹 했다.

그녀가 이 클래스의 리더로 있던 8년 동안, 가족을 잃은 많은 할머니 벗들을 지켜보았을 테고, 음으로 양으로 위로를 해주었을 그녀가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했다.


그녀는 들고 온 가방을 내게 전해주었다. 작년 시크릿 산타 때, 한 멤버가 나의 선물을 깜빡 잊고 와서 달랑, 초콜릿만 전해주었던 게 걸렸다고, 그 멤버가 방학 동안 나를 위해 시크릿 산타의 선물을 준비했다고, 내게 주었다.


말 그대로, 시크릿 산타라서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끝까지 시크릿 산타가 되어, 나의 집에 1월에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산타답게 불현듯 온 거였다. 앤과 나, 우린, 시크릿 산타의 선물보따리 앞에서 서로 마주 보며 조금 오래, 같이 웃었다. 분위기가 따스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제, 1월에 찾아왔던 시크릿 산타로부터 받은 선물을 하나하나 다시 어루만져본다. 방학 동안 나를 위해 담합하여 쉬지 않고 바느질을 했을, 호주 할머니들의 진심 친절과 배려에 가슴이 울컥했다.


할머니들의 마음처럼 털실은 한없이 폭신폭신했다. 캥거루와 코알라와 이 나라 원주민인 아보리진의 페인팅 무늬로 재봉된 가방, 티매트, 바느질과 뜨개용품 백, 여러 종류의 뜨개바늘, 색색의 알록달록한 실을 바라보면서, 내 평생 이보다 더 진심이 담긴 따스한 배려와 친절과 사랑을 받아본 적은 없었음을, 고백한다. 평화롭고 잔잔한 바람이 이는 강의 표면처럼, 나의 가슴에도 동일한 감성의 바람이 인다.


호주할머니들의 따스한 배려로 인하여 서로가 더 신뢰하게 된 관계로 전된, 이곳 호주 할머니들과 오래, 친밀하게 지내야겠다.


작년 크리마스 브레이크 타임때, 시크릿 산타박스에 담긴 시크릿 산타의 선물들. U3A 문화센터 바느질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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