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눈팔 때 물방울은 사라질 테다.빨래처럼물방울들을 걷어들인 적이 없다. 물방울들한테 안녕이라 말해 본 적도 없다. 그들이 떠나는 뒤태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수돗가 물뿌리개들이 휴식에 들었다.
요즘은 비 오는 날이 잦다. 물뿌리개 둘은 롱 홀리데이에 들었다. 파란색과 빨강 두 물뿌리개들은제 몸에 부착된 샤워기가낡아 부서져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빨간색 물뿌리개가 초록색 샤워기를 제 몸의 한 지체로 빌어올 수 있었다. 빨강이 물을 다 뿌리면 파랑이초록색 작은 지체를 다정한 손처럼 끼우고 잔잔히 물을 뿌린다. 꽃들이 목마를 때 요긴하게 물을 준다. 오늘은 두 물뿌리개가 나란히 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