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아기야, 응가를 해서 다행이야
2018. 7. 14. 금.
목련꽃 같은 새하얀 얼굴과 돋는 해처럼 빨간 입술로 아무리 징징대도 할미 눈엔 다 이쁘다. 그저 안쓰러운 할미는 안아 둥개 둥개 흔들거나 업어 까꿍까꿍 해본다. 평소엔 곧바로 웃음보가 까르르륵~ 터지는 아기인데, 오늘 우리 아기 컨디션, 영 낯설다. 찡찡찡 댄다.
조물주는 아기의 콧물을, 순결하고 어여쁜 아기의 몸속에 압축해서 담아두었던가. 고 쪼그만 콧속을 후비고 나올 콧물이 어디 숨어있다 흐르던가. 수정 같은 콧물이 쭈르르 흐르다 덩이가 되어 코를 막는다. 콧물을 닦아주고 콧 덩이를 꺼내 주면 또 흐르고 또 막힌다.
여리디 여린 아기의 코끝 살갗이 밥풀 묻은 듯 거끌거끌 해진다.
아직은 의사소통을 못하는 우리 아기, 얼마나 갑갑할까. 할미는 그저 따스한 물에 적신 보드라운 가제 손수건으로 건조해진 코딱지를 녹여서 조심스레 코를 닦아주었다. 별빛만 한 콧구멍에 든 우윳빛 콧 덩이를, 면봉과 젖은 가제 손수건을 쥔 할미 손이 달달 떨며 살살 빼내곤 했다.
그러나 콧물 그치게 할 재주가 할미에겐 없으니, 안쓰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감기약도 할미 맘대로 먹이지 못하는 할미는 마음만 조마조마 졸이며 아기의 콧구멍 속에 드나들며, 그저 온종일 애면글면 한다. 평소 성치 못하던 오른 팔이 오늘은 더 시리고 아프다.
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콧물, 눈물, 침 물, 그리고 칭얼칭얼 대는 고 절대 순수 내면의 불편한 기색의 그림을 몸 밖으로 거침없이 꺼내어놓는다. 고 새하얀 얼굴에다 순수의 감정 그대로의 표정을 그려내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존재의 그림을 아기는, 자유자재로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린다.
호소하듯 눈물을 뚜루루 떨구며 할미를 쳐다본다. 할미한텐 다 이쁘기만 하나 손주와 할미 사이에 아직 소통이 적확치 못하니 할미도 점점 속내가 막혀간다.
절대 랭귀지인 아기 말을 옹알옹알 뱉어 놓는데, 할미는 우윳덩이 같은 콧 덩이에 코가 막혀 갑갑한 것으로만 해석한다.
우리 아기 작고 여린 콧속 얼마나 아플까, 하며 코를 빼거나 닦거나 씻어만 준다.
덤으로 등을 살살 긁어주었다. 그땐 거짓말처럼 아기가 잠잠히 있었다.
저녁때가 되니 아기의 에미 아비가 속속 퇴근하여 귀가했다. 아기 아빤 밥도 안 먹고 아기를 덥석 받아 안았다. 3,40분 정도 이 집 보물 1호 재영이를, 아빠 품에 꼬옥 안고 있었다.
어, 재영이 똥 싸네.
아빠의 따듯한 배에 닿은 재영이 위가 시나브로 데워지면서, 딱딱히 굳어있던 속이 돌고 풀어져 응가를 내려보냈다. * 참고로 아빠 배와 아기 배를 맞닿게 하여 거의 일자로 아기를 안고 있었다. 이 자세는 우연히도, 아기 배를 데우고 응가가 내려가는 데 일조하였다.
콧 덩인 할미 눈에 띄어서 수시로 빼낼 수 있었는데, 아기 몸속에서 차갑게 냉각되어 있던 응가는 할미 눈이 보지 못했으니 알지도 못했다. 점점 굳어져서 소화가 안되니 고 연약하고 어여쁜 배가 아팠던 걸, 이 할미는 꿈에도 깨치지 못했다.
어른의 몸안도 서로 통하는 길이 있는데, 아기의 몸속은 더욱 연약하고 예민하며 긴밀하게 통할 터, 코가 막히면 몸속 어딘가에도 통기가 원할치 못하다는 우주의 원리를, 우둔한 할미가 놓치고 있었다.
여하튼 재영이의 그날 똥은 며칠 분을 다 쌌다.
아기 똥꼬에서 빠지지직 피어 나온 애기똥풀 꽃.
기저귀를 담보하고, 윗도리를 당개당개 묻히고, 다리로 내려가 똥풀 꽃가지를 친 듯이,
노랗게 노오~랗게 따끈한 향내 폴폴~ 내는 애기똥풀 꽃이 아기의 온몸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부터 세 어른은 애기똥풀 꽃을 치는 데 구조대원이 되었다. 신속하고 신중하며 디테일하게 동원되어야 했다.
옷 벗기고, 난로 켜고(지금 시드니는 추운 겨울밤이다.), 온도 맞춰 물 받고, 씻기고, 닦이고, 큐 브이 크림 바르고, 일사불란, 일사천리, 일순간에 따스한 옷까지 말끔히 갈아 입혔다. 그날의 최대의 미션 하나, 거뜬하게 마무리 지었다.
세 어른은 그제야 푸하하하 웃었다.
아기도 까르르르륵 시원하게 따라 웃는다.
재영아,
종일 코가 막히니 배도 따라 체해서 아팠구나.
할미가 거기까진 미처 생각이 못 미쳤구나.
이제부턴 재영이 코가 막히면, 할미의 따순 손을,
재영이 배에 살짝 올려놓을게.
할미의 따스한 손으로 동그란 동그라미를 배 위에 살살살 그려서 고 이쁜 배를 따끈하게 해 줄게.
미안해
재영아,
그래도
시원하게
똥을 싸서
다행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