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온 아기

ㅡ 시드니의 교회엔 플레이 그룹 미팅이 있다

by 예나네

2018. 8. 9. 목
매주 목요일은 인근의 '와이타라 앵글리컨 처치'에서 '플레이 그룹 미팅(아가들)'이 있는 날이라기에, 재영이를 단장해서 재영에미와 같이 가 보았다.


10시가 되니 한국 엄마 세 명도 재영이 또래인 10개월 미만의 아기들을 안고 들어왔다. 엄마들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반색을 하며 육아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밤에 몇 번을 깨는지, 이유식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하루 몇 번 먹이는지가 중심 사안이다. 서준이, 사랑이, 은이. 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들인데, 아직은 어려서 서로 통성명을 나눌 실력?은 못 되어 각자 따로따로 따로국밥처럼 놀았다.


주일 전부터 기기 시작한 재영인 드넓은 강당의 카펫 바닥을 거북이처럼 목을 쭈욱 ~ 빼가며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슬며시 앉으며 뒤를 돌아본다. 저 끝에서 할미가 재영아~, 하고 손뼉을 치며 부르니 반갑게 손을 들어 활짝 웃는다. 재영이도 스스로 대견한가 보다. ㅎ
그리곤 다시 기어 오기 시작한다. 할미가 있는 이쪽 포기하거나 쉬지도 않고, 아까와 같은 속도로 기어 와서 달리기 선수처럼 할미에게 포옹하듯 포오옹 안긴다. 대견한 우리 아기.


내 옆에서 지켜보던 재영에미가 "또르르릉, 또르르릉" 해가며 재영이 머리만 한 노랑오리 오뚝이를 갖고 어르니 꺄르르릉 꺄르르릉, 화답을 하딸꾹질이 나오도록 크게 웃어젖힌다. 그 덕에 몇몇 엄마들과 아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집을 나온 첫날부터 인기쟁이가 되었다. 사랑스런 우리 재영이.
8개월이라는 서준이도 내게 눈을 맞추면서 눈웃음을 함뿍 짓는다. 첫 만남부터 나는,
서준이의 천진한 폭풍 웃음에 폭 빠졌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맘껏 웃고, 놀고, 그러다 보채고, 우는, 이 아기들만의 하얀 치아 같은 순수의 감성표출,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이쁘고, 때로 부럽다. 나의 아기, 남의 아기라는 경계가 없다. 다 이쁘고 다 사랑스럽기만 하다.

NSW 아트 겔러리 주변에서 본 Sydney Tower


7개월 차 재영인 다른 아가들보다 발육이 빠르고 빅 보이라는 걸, 오늘에사 할미 눈으로 확인했다. 흰 눈 같은 하얀 이가 여섯 개나 나왔고, 기고, 잡고 일어선다. 몸무 12 킬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서 그런지 쑥쑥쑥 콩나물같이 잘 자란다. 물론 재영에미에게 물려받은 유전인자를 무시할 순 없지만. ( 재영에미, 지금은 키 크고 날씬하나, 어릴 땐 한 몸집 했었지.)


11시쯤 되니 스토리 북을 든, 긴 노랑머리 엄마 자신을 꼭 빼닮은 예쁜 딸을 데리고 나와서 동화책 두 권을 읽어주고 들어갔다. 특별한 자기소개 없이 심플 버전으로 맡은 일만을 하고 들어가니 깔끔한 음식처럼 여운이 맛깔나다.

시드니 보타닉 가든에서, 어느 오후에

다음 코스는 교회 뜰.
빛이 동그랗게 내려앉은 잔디 위우루루 나갔다. 엄마들은 티 타임을 하고, 아기들은 미끄럼틀 같 간단한 시설물을 타며 반 시간 정도의 놀이 시간을 채웠다.

재영인 플라스틱으로 구불구불하게 제작된 터널 속을 들어가서, 엉금엉금 반대쪽 구멍으로 방긋방긋 대며 기어 나왔다. 한 뼘씩 떼어놓을 때마다 재영이의 몸과 마음이 한자락씩 발달하리라.
재영이 에미가 앞에서 반기니 또 꺄르르륵 웃어젖힌다. 재영인 우량아답게 웃음소리도 우랑차다.
매주 교회에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안기고, 사랑을 먹고 자라서인지, 낯선 사람을 봐도 재영이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사랑을 받는 건, 사랑을 개척하는 자의 몫인가. ㅎ

sticker sticker


마지막 시간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몸 푸는 이었는데, 재영이가 곤하게 자고 있어서 아주 살짝, 댄스의 맛만 보여주었다. 재영에미가.


시드니의 로컬 교회에선 " 베이비 플레이 그룹 미팅"이라는 걸 지역사회 봉사차원으로 운영한다.
오늘 이곳에선 한국 아기들 4명을 포함하여 러시아, 인도, 스리랑카, 호주 국적을 가진 20여 명의 아가들이 참여했다.
인종은 달라도 아기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장난감에 자석처럼 착 달라 붙어 즐겁게 놀고, 엄마들은 아기를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똑 같았다.


프로그램이 12시에 끝났다.
등록을 하려니 다음 주에 하라해서 오늘은 그냥 왔다. 한 텀에 $50 이니, 한 회에 $5 정도가 된다.

오늘은 재영이가 살아갈 세상에,
첫 발을 뛴 특별한 날이다. 아, 소중한 날!.

하버브리지에서 본 오페라하우스

호주에선 각 지역마다 시행하는 아기들 프로그램이 교회 말고 더 있다. 도서관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그룹미팅이 있고, 영화관으로 엄마와 아기가 그룹을 지어 함께 관람을 하러 간다.
아기들에겐 사회성 발달에 유익하고, 엄마들에겐 친목도모와 육아정보를 나누는 기회이기도 하다. 재영에미, 앞으로 더 바쁘게 생겼다. ㅎ


" 나 혼자 자란 줄 알았는데, 재영이를 키워보니 엄마가 다 키워 준 거 였네. 엄마 고마워." 재영에미가 요즘 자주 나한테 반갑고도 바른 말을 한다. 할미는 벌써 우리 외손주, 재영이 덕을 양면으로 톡톡톡, 톡톡히 본다.ㅎ
딸이 아이를 낳고, 살림을 꾸려가면서 점차 '여인'으로 성숙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친정어미로선 경계를 하나 넘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딸은 대견하고, 사위는 든든하다.


재영아,
축하해.

멀리, 높이, 넓게

바라 보거라 ♡


푸르른 세상에서,

빛의 통로가 되리라

외할미는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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