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미의 외손주

ㅡ 분리불안, 애착 형성기

by 예나네

2018. 8. 12. 일.

219일 차 재영이.

오늘은 재영이가 이상하다.

할미가 집을 나서는데
상을 찡그리며 아앙 한다.
10시 예배를 나서며 재영이 바이바이하는데,
문 앞에서 이잉잉 우는 시늉을 한다.
전엔 이런 반응 없었는데.

가실 테면 가보시오 하듯,
그냥 멀뚱멀뚱 쳐다만 봤는데. ㅎ


사위가 안고 있던 재영이를 받아 안아서 잠시 재영이랑 놀다가, 다시 떠나려니까 또 이잉~하며, 고 보들보들한 하얀 볼살이 통째로 일그러진다. 아앙 눈물까지 하얗게 똑똑 떨구며 울기 시작한다.


오구오구,
외할미의 외손주,
우리 아기랑 놀아보자.


할미는 할 수 없이 외투를 벗고 재영이를 할미 방으로 데려갔다. 재영이의 스페셜 룸, 할미 방. 그래 그 침대 위에 재영 즐겨 찾는 놀잇감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24시간 문 열어놓고 재영이를 기다리는 방.ㅎ


오돌토돌한 오렌지색 천으로 박음질 된 아기 주먹만 한 꽃게 딸랑이, 외할미가 몇 달 전에 택배로 보내준 연두색의 왕눈이 개구리, 이모가 사놓고 간 흔들흔들 흔들이 놀이공원, 아오리랑 나무늘보랑 팬케이크가 알록달록 그려진, 재영이가 가끔 찢고 구기면서 벌써부터 남아의 악력을 뽐내는 동화책들.

뿐인가.


할미의 전화기 속엔 재영이가 들려주는 - 재영이 거니까 할미도 재영이랑 같이 동요를 듣는다. - 뮤직박스 코너가 있다. 유튜브에서 '콩순이 마트''아기 아침 클래식' 같은 음악을고, 넷플릭스에선 '아기 귄 핑구, 뽀로로 동요 같은 프로를 보여준. - 이건 가끔 해야 한다. 재영에미 눈치 보면서. ㅎ
그래도 두어 달 동안 사흘에 한 번 정도는 듣고 시청했으니 이제 업그레이드할 시기가 됐다.
때가 찰 만큼 찼으니, 요즘엔 참신한 주제로 공수할 자료를 할미는 살피고 있다. - 예를들면, 숫자놀이, 영어동요 같은 내용을 귀로 들려주는 거다. 그리고 할미와 재영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잇감을 찾아보는 거다.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그래 살펴야 한다 must.
그래야 재영인 또, 어느 날 현관문 앞에서 문득 울어 할미 발목을 꽉, 잡을 테니까.
재영이 관심에서 밀리기 전에
고가점수high score를 따 둬야 할미는 안심이다.
제 아무리 핏줄의 든든한 계보를 업은 외할미의 외손주라 해도.ㅎ


여하튼,
그러고 보니 지난 주일 재영에미도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 가면 재영이를 매번 안아주는 집사님이 있는데, 제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엄마한테 오고 싶어 강아지처럼 낑낑낑 대고, 칭칭칭 울더라고.


그날 저녁 '아기 분리불안'을 인터넷에 쳐 보았다.


아기가 7,8개월이 되면
"분리불안, 애착 형성이 시작되는 시기" 란다.


엄마가 혼자
외출할 때나 직장에 출근할 때,
아기가 울더라도 인사를 나누고,
꼭 돌아온다는 걸
말해주고 떠나란다.
단지, 화장실을 가더라도.


'아기야, 엄마 아기 우유 사러 갔다 올게. 우리 이쁜 아기, 할머니랑 잘 놀고 있어.'라는의 안심시키는 대화를 하며 스킨십을 하라고 한다. 말은 안 해도 아기는 몸으로 인지하니까, 등을 토닥이며 포근히 안아주란다.

엄마와 분리되면서 불안해질
아기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뢰감이 쌓이도록,
아기와 잠시 떨어지더라도, 알려주고 자리를 뜨란다.

아기가 울까 봐
몰래 살짝 빠져나가면,
아기에게 불신감이 싹튼다는,
중요한 정보.


아차, 요 며칠 재영이 엄마와 아빠가 출근할 때마다, 우는 게 안타깝고, 울까 봐 안쓰럽다며 그냥 살짝 빠져나가곤 했는데.

오직 퇴근해서만 미안한 마음으로 재영이와 엄마 아빠가 흥건히 놀아왔었는데, 그건 단지 조금 어긋난? 어른들의 생각이었고 판단이었다니.

이제부턴 외출하거나 출근할 때, 우리 이쁜 아기의 마음 다치지 않게 쓰담쓰담 포옹 포옹해주고, 꼭 돌아온다는얘기하고 나가기로 했다.



재영아,
오늘도 할미랑
재미있게 놀자.♡


카페도 함께 가고

새소리도 같이 듣고

파란 하늘도 쳐다보고

산들산들
바람도 쐬어보자.

외할미의 외손주.
외할미가 벌써 영광이구나. ♡
혼스비쇼핑센터 북카페는 아기와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다


* 2018. 12. 《분당수필》에 발표한 글입니다


이전 05화외할미 계 탄 날